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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50여 명의 호프메이커스 클럽회원들이 천리포수목원에서 5백여 미터 떨어진 닭섬을 찾았다. 천리포해수욕장은 만리포를 지나 동쪽으로 3km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만리포와는 형제 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며 은빛 모래사장이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닭섬은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육지에 붙어있는 섬을 뭍닭섬이라 하고 바다에 위치한 섬을 섬닭섬이라 부른다. 그 중 섬닭섬은 썰물시 육지와 연결되어 진도처럼 신비의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다. 수목원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 해변으로 나가다 한 주민을 만났다.

 

"바다가 너무 예쁘고 파도소리가 좋습니다. 고기는 많이 잡힙니까?"

"기름으로 뒤덮였을 때는 파도 소리가 철썩 철썩 하는 게 아니라 푹푹 그랬죠. 여기서 2~3마일 떨어진 곳에 유조선이 좌초해 직격탄을 맞았지만 국민들의 도움으로 깨끗해졌습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미생물인 플랑크톤의 감소로 어획량이 전보다 못 합니다"

 

해변을 따라 선창으로 가니 서울서 온 낚시꾼들이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낚시에 여념이 없다. 한켠에선 팀을 이뤄 배를 빌려 타고 바다로 나간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낚시꾼은 광어와 우럭이 주로 잡힌다고 한다.

 

어황을 묻는 질문에 횟집주인의 대답이다. "어획량은 줄었지만 고기도 돌아오고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관광객들도 증가하고 있어 도와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숙소로 돌아오던 도중 태안군수와 천리포해수욕장 번영회장의 안내문이 눈에 띈다.

 

2007년 12월 7일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군내 167㎞의 해안선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고이후 120여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민관군의 헌신적 방제활동으로 해수욕장은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으며 관계기관 합동 조사결과도 해수욕장 가이드라인이 오염기준치 이하고 수질검사결과도 적합합니다.

 

태안의 갯마을이 고향인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인 김겸훈 교수(한남대 행정학 전공)가 일행들에게 한 말이다.

 

"자연은 무서운 생명력이 있습니다. 12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쏟은 노력으로 외형적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아직도 상처가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태안이 지속가능한 상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악화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모두 환영받은 것만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 정리해 버리면 지역주민들이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로서는 생계와 직결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계비 배분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많았다. 특히 태안군이나 충청남도에서는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주민들에게 떠넘긴 꼴이 되었다. 동네마다 보상금에 대한 잣대가 달라 순박하기만 하던 주민들이 갈등과 반목으로 공동체가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재앙으로부터 회복할 장기적 플랜이 마련돼야

 

지역민들은 당장 피해에 대한 배상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배상은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인 도움만 주거나 받고 끝날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영구적으로 생계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단순한 배상만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 하다. 김 소장의 주장이다.

 

"사고 당사자들에 대한 징벌적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부문에 대한 노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태안을 사랑하고 살아온 지역주민들이 후손을 위해 결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 재원은 현재를 위한 지출이 아니라 항구적인 지역 발전과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지향적 사업의 구상과 추진을 위해 지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칭 태안지역 자연환경회복을 위한 환경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1989년 3월 24일, 알래스카 인근 해협에서는 엑손 발데즈호가 침몰되면서 주변 환경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엑손사는 1989년의 사건으로 사고 후 2년 동안 3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했다. 사고 지역에서 먼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피해 보상금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약 10년간 미 연방법원의 판결을 받아 한화 약 2조 원을 들여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

 

1995년 7월 23일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 소리도 앞바다에서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사의 키프로스 국적 14만 톤 유조선 씨프린스 호가 침몰하며 원유 9만8천톤과 벙커C유 천톤이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GS칼텍스에서는 지금도 지역주민과 인근학교에 지원을 하며 치유를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는 지역발전기금으로 1천억을 여수시에 기부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엑손 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건"과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태안기름유출사고"의 이름이다. 미국 알래스카와 여수에서 일어난 사건은 사건의 원인이 된 회사의 유조선 이름을 따 사건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태안에서 일어난 사고의 이름은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 졌다.

 

가해자가 삼성중공업이라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2년도 안 되는 사이 국민들은 태안만 기억하고 있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함께 순박하기만 한 시골 인심을 갈기갈기 찢어놔 태안은 이중의 피해자가 됐다.

 

사실을 바로 잡고 지역 공동체 회복과 먼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기름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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