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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문화사랑에서 열린 목요문학나들이에 초대된  한상렬 수필가의 강연 모습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문화사랑에서 열린 목요문학나들이에 초대된 한상렬 수필가의 강연 모습 ⓒ 최정애

한국 현대문학 백년사를 맞았지만 유구한 문학의 역사에 비해 수필은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수필 문학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풍토가 있는 가운데 올바른 수필 창작의 길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천작가회의가 주관한 6월 25일 목요문학나들이에는 한상렬 수필가가 초대되어 '수필에서의 허물벗기와 미로찾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문학평론가로도 잘 알려진 한씨는 수필 문단의 원로답게 수필문학의 위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작가는 먼저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아무나 쓸 수 있다고 알려져 문학성이 떨어지는 장르라는 인식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런 이유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수필 창작 지원금을 중단한 사연을 꼬집었다. 수필이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허물벗기와 미로찾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필이 전통적 창작을 지양하고 수준 있는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법으로 '문학적 낯설게 하기'를 들었다. 문학적 낯설게 하기는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서 찾는다. 문학의 형식적 요소인 소리, 이미지, 서술기법과 같은 장치들은 모두 낯설게 하기의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

작가는 "문학의 본질은 사물의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신문기사도 마치 시처럼 배열해 놓으면 문학적 책읽기를 유발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고 설명한 뒤 "번다한 수식을 피하고 간결, 압축, 요약을 통해 비유와 상징을 나타내라"고 덧붙였다. 또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는 작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정의했다.

이어  수필문학의 질적 저하론의 원인은 외적 요인보다 수필을 창작하는 작가의 내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며 허물벗기를 주문했다. 이를 위한 길은 문학의 정체성 찾기와 실험정신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수필문학은 실험정신에 대처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미로 찾기로 넘어갔다. 

"미로찾기는 숨은그림찾기와 흡사하다, 미로에서 벗어나려면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 유아의 천진함이 필요하다. 천진함이 없을 때 인간은 영원한 미로에 갇히게 된다"며 "소설을 쓰는 것은 언어로 미로를 짓고 동시에 세상이라는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의 말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수필 몇 작품을 소개했다. <장르를  넘어 서서>는 거리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는 도심과 도심 속에 내장까지도 깊숙이 숨진 채 흔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속으로 삭히고 울고 있다고 표현한 것. 이런 기법이 미궁이요, 미로찾기라고 했다. 경주 불국사에서 본 건축물에서 할머니가 버선목을 잡아당기던 자태를 떠올렸다는 내용의 <버선코>, 구어체 문장으로 후렴구를 사용해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는 <각트의 즐거움> 등 진화된 수필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문학적 '낯설게 하기'는 대중에게는 그 과정이나 요소의 난해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낯설게 하기만이 최선의 수필 창작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작가는 "음성이 커서 듣기 거북하지 않았느냐? 이점 알면서도 습관이 되어 고쳐지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하며 2시간여 강연을 마무리했다.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는 문학에 열정으로 느껴졌다. 


#목요문학나들이 #한상렬#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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