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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2009학년도 1학기를 마치고 대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을 하기 전까지는 많은 친구들이 모두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겠다고 했다. 여행, 캠프 등 평상시에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막상 방학을 하니 캠프는커녕 학기 중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는 20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모님이 감당하기 힘든 비싼 등록금을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루 종일 하고, 청년 실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토익, 자격증 시험 준비로 눈 뜰 새 없이 바쁘다. 조금이라도 다른 일을 했다가는 나만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에 하루 하루 벅찬 삶을 살고 있는 것이 20대의 삶이다.

"인턴사원은 6개월 편하게 일하면 돼요"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유독 20대 배우들이 눈에 띈다. 이전에는 20대의 삶은 패기와 열정에 가득 차 있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흔했다. 그리고 20대에 열심히 노력해서 30-40대에 성공하여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20대를 보면 현실을 반영 한 듯 처절하다. 케이블 TV에서 방영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드라마를 자주 본다. 리얼리티를 앞세워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장수 드라마다(시즌 5 까지 나왔다). 주로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 이영애라는 캐릭터를 앞세워 30대 여성의 삶의 비애를 다룬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 출연자 단체 사진
▲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 출연자 단체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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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20대 여성이 등장 했다. 드라마 상에서 등장하는 광고 업체에 20대 청년 인턴을 뽑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턴사원이 되기 위해 광고 업체에 많은 20대들이 면접을 보러 온다. 극 중 영애와 지원이는 6개월만 일하고 잘릴 텐데 왜 이렇게 많이 면접을 보러 오냐며 인턴을 지원한 20대들을 걱정한다. 그러나 내심 자신들의 계약직 자리마저 빼앗길까 두려워 언제 청년 인턴들을 걱정했냐는 듯이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영애야, 재네들 6개월만 하고 잘릴 텐데 왜 이렇게 많이 왔을까?"
"(이크) 지금 남 걱정 하게 생겼냐? 우리도 계약직인데 인턴 걱정하게 생겼니? 우리 일이나 하자."

면접이 끝나고 다음 날부터 영애의 부서에도 인턴사원이 들어온다. 부서 사람들은 20대의 예쁜 여자 사원이 들어오자 서로 인사를 하려고 다툰다. 하지만 들어 온 지 하루 만에 인턴사원은 자신이 이 회사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 팀은 인턴 사원에게 "성윤씨는 인턴 하는 6개월 동안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 해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거야. 그냥 쉬어."
▲ 청년 인턴 손성윤 유 팀은 인턴 사원에게 "성윤씨는 인턴 하는 6개월 동안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 해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거야. 그냥 쉬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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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제가 일 하나는 잘합니다."
"(유 팀장)성윤씨는 인턴 하는 6개월 동안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 해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거야. 그냥 쉬어."
"아 그래도…."

주인공 영애는 회사에서 힘이 세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매번 정수기 물이 떨어졌을 때 물통을 교체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평상시와 같이 정수기 물통을 교체하려는데 인턴사원이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다. 정수기 물통 교체, 자료 복사, 청소 등 궂은 일도 마다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영애는 인턴사원이 너무 애처롭게 보여서 자신이 정리 했던 광고 샘플들을 다시 흩뜨려서 인턴에게 정리하라고 일을 준다. 처음 일 다운 일을 하게 되어 인턴사원은 신나 한다. 하지만 영애는 인턴사원에서 귓속말로 이렇게 말한다.

"성윤씨, 인턴 6개월 일한다고 정직원 되지는 않아요. 회사에서는 우리 같이 계약직 직원을 늘려 가는데, 인턴사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보장 없잖아요. 아직 성윤씨는 젋으니깐 사회 경험 한다 생각하고 편하게 일하면서 다른 자리 알아보세요."

인턴사원은 영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처지가 처절하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직원들과 신입 인턴 환영회 차 술 자리를 가지는데 술을 먹다 오늘 너무 슬펐다고 이야기 하며 울어 버린다.

"통장에 10만 원도 없구나"

얼마 전부터 시작한 KBS 월화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도 20대 역할을 맡은 배우가 나온다. 그 중 유진은 20대 여성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아파트에 산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유진이의 아파트가 아니다.

뉴욕으로 발령받아 1년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는 먼 친척의 소식을 들은 유진은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그 친척을 찾아간다. 집을 비우는 동안 집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한다. 결국 딱히 쓸 일도 없는 집이라 친척은 유진에서 집을 사용하게 해준다.

유진 또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성윤과 같이 청년 인턴사원이다. 인턴사원으로 일하면서 정직원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열심히 인턴사원의 일을 하는 20대 여성이다.

결혼못하는 남자 유진과 그의 개 상구
▲ '결혼못하는 남자 ' 유진 결혼못하는 남자 유진과 그의 개 상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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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부탁으로 밤늦은 시간 상사의 차를 집 앞에 주차하기 위해 운전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극 중 현규와 통화를 하며 주차를 하는데 옆에 있는 차를 박아 버린다. 살짝 페인트가 벗겨져서 유진은 잽싸게 페인트를 지우고 도망가려고 한다. 하지만 주인공 재희는 유진의 만행을 목격하고 차 주인에게 연락해서 유진을 고발한다.

비싼 외제차라 유진은 수리비 500만 원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88만 원세대 유진에게 500만 원이 있을 턱이 없다. 수리비를 물기 위해서 인턴 일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친구가 아는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뛰게 된다.

"친구야, 내 통장에 10만원도 없다."
"그러게 말이다. 그 돈 언제 일해서 갚으려고?"
"니가 옷가게 사장님한테 잘 이야기해서 내가 일 잘하면 인센티브 쫌 챙겨주라."

드라마 속 20대의 삶, 과장이 아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성윤과 <결혼 못하는 남자>의 유진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진출한 20대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드라마 속 인물이라 과장 된 것이 아니라 요즘 현실을 리얼하게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런 20대의 삶이 드라마의 메인 소재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손성윤 또한 시즌 5의 끝자락에 나와서 잠시 인턴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이야기는 대부분 결혼하지 못한 30대 여성 영애의 인생에 대해서 다룬다. 그리고 <결혼 못하는 남자> 또한 유진의 20대의 삶에 대해 내용이 아니라  40살까지 결혼 하지 못한 남자 조재희의 삶에 대해 다룬다.

20대의 삶이 TV에서조차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이 너무나 슬픈 현실이다. 앞으로 20대의 이런 삶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나, 이것을 풍자하는 드라마가 나오면 좋지 않을까? 인턴사원 성윤과 유진의 삶을 메인 소재로 삼는 드라마는 방영될 수 없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대, #88만원세대, #인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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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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