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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에게 얻었다는 아내의 새 신발.
 아는 사람에게 얻었다는 아내의 새 신발.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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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엄마 신발 봐라~"

회식 후 조금 늦게 들어온 아내, 자랑조가 섞였지만 어눌한 목소리였습니다.

"엄마, 신발 샀어요?"
"아니. 아는 사람이 자기 엄마 주려고 샀다가 바꾼다는 걸 얻었어."

자신 없는 목소리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남편에게 건네는 말투였습니다. 신발을 신던 아내 한 마디 뱉었습니다.

"어, 근데 약간 작네. 스타킹을 신어야 쑥 들어가겠는데?"

"구두가 구멍 나, 비 오면 발이 젖었는데..."

아내는 낑낑대며 발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선 거울에 비춰보고, 걸으면서 자태를 살피더군요. 모양새가 나더군요. 결혼 생활 11년 만에 처음 보는 아내의 자태였습니다.

"엄마, 키도 커 보이고 예뻐요."
"구두가 구멍 나 비가 오면 발이 젖었는데 새 신발이 생겨 다행이다."

헉! 정말 찔리더군요. "당신 옷이 없는데…." 혹은 "아이들 옷을 좀 사야하는데…"라며 자신에겐 투자를 꺼리던 아내. 이쯤에서 한 마디 해야 했습니다.

"당신, 키도 커 보이고 참 예쁜데!"
"그래요? 내가 보기엔 폼이 안 나는데. 아무래도 종아리 살을 좀 빼야겠는데…."

헤지고 구멍 난 아내 신발 보고 가슴 아파

헤지고 구멍난 아내의 신발.
 헤지고 구멍난 아내의 신발.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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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내 신발들을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헤지고 구멍 난 상태더군요. 가슴 아팠습니다. 아내 신발 한 번 꼼꼼히 살펴봤던 적이 없었습니다. 참 무관심한 남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옷이며 신발을 처제에게 얻은 적이 많았습니다. 처제가 처녀 적 입었던 옷이며 신발이 결혼 후 작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는 그걸 걸치고 신으면서 "얼마나 다행이야"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어찌됐건, 아내의 낡은 신발을 보니 찡했습니다. '잡은 물고기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겠습니다. 이제 기꺼이 밥도 주고 간식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남편이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 주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내,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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