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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노성면 입구에 들어서면 노성산 아래 자락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고택 하나가 있다.

사랑채 전경
▲ 명재 윤증 고택 사랑채 전경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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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 윤증 고택으로,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 얼마나 과학적이고, 운치 있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집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석가산이다. 무심코 대문으로 들어서면 놓치기 쉬우나, 사랑채 앞을 보면 높이 30cm 규모의 석가산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찌 보면 금강산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계룡산 같기도 하다. 석가산은 일종의 인공 조경으로, 동양 전통조경에서는 아주 중시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직접 산에 갈 수 없는 선비가 집안에 산을 만들어 놓고, 대리 만족하지는 않았을까?

명재 윤증 고택은 다른 한옥과 달리 사랑채가 외부에 돌출되어 있으며, 대문을 열면 내외 벽이 안채를 가로막고 있어 약간 돌아 들어가야 한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과 안주인이 서로 무안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내외벽은 지면에서 위로 약간의 여유를 두고 만들어져 안채에서 안주인이 바라보면, 남녀 정도는 신발을 보고 구분할 수 있었다.

굴뚝은 1m 정도로 매우 낮게 만들어져 있는데, 아마도 청빈한 삶을 추구한 명재 윤증선생의 뜻을 받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굴뚝이 낮으면 불이 잘 들어가지 않아 방이 따뜻하지 않으며, 대감집의 상징처럼 여겨진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자연히 많은 땔감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또한, 대청마루에 앉아 사랑방쪽을 바라보고 있는 문을 전부 열면, 남자들의 공간인 사랑채의 움직임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안주인은 손님이 어느 정도 왔는지를 알 수 있으며, 더불어 음식 준비는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랑채의 문턱에 손을 기대고 정원을 바라보면 편안한과 그윽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사람의 편암함을 생각하여 문턱을 30cm정도로 낮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명재 윤증 고택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안채와 부엌이다. 안채와 부엌은 지붕 높이가 다르고, 북쪽은 좁고 남쪽은 넓게 만들어졌다. 안채가 부엌에 비해 높게 만들어진 구조이다. 안채가 부엌과 높이가 같으면,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안채가 어두울 수 있으며 북쪽이 넓게 만들어져 있으면, 찬바람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안채를 물빠짐이 좋고, 볕이 잘 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러나, 윤증선생은 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추렴하여 지은 이 집에 끝내 들어가지 않고 초가를 고집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꼿꼿하고 강직한 성품과 청빈한 삶을 엿볼 수 있다.

ⓒ 서준석

흔희 명재 윤증 선생을 백의정승으로 부른다. 선생은 벼슬길로 나가는 과거시험도 응시하지 않고, 평생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학문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임금이 정승자리를 제안하며 십여번이나 불렀으나, 끝내 출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라의 어려운 일이나 큰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열네 번의 상소를 올려 직언했다고 전해진다.

고택 옆 마당에 자리 잡은 백여 개가 넘는 장독은 이 고택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으며, 대대로 내려온 이 가문의 "교통된장"이 익어가고 있다.

명재 윤증 고택 전경
▲ 윤증고택 명재 윤증 고택 전경
ⓒ 서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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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재 윤증 고택은 후손이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면 사랑채에서 숙박을 하며 고택(한옥)의 이모저모를 직접 안내 받을 수 있다.

국도 23번 (논산~공주) 중간에 위치한 논산시 노성면 소재지에 도착, 승용차로 3분이면 명재 윤증 고택에 닿을 수 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고택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노성산도 평이해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고택 근처 칼국수와 딸기, 수박이 유명하다.


태그:#명재윤증고택, #명재고택, #윤증고택, #논산시, #노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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