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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리 어머니다. 어머닌 평생 포장마차를 끌고 붕어빵 장사로, 커피장 사로, 쫓겨다니셨다. 막내 동생은 창피하니까 딴 데 가서 그런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지만, 동생도 나도 우리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어머닌 가장 튼튼한 행복을 지으셨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다. 어머닌 평생 포장마차를 끌고 붕어빵 장사로, 커피장 사로, 쫓겨다니셨다. 막내 동생은 창피하니까 딴 데 가서 그런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하지만, 동생도 나도 우리 어머니가 자랑스럽다. 어머닌 가장 튼튼한 행복을 지으셨다. ⓒ 이윤엽

살면서 쫓겨나지 않고 철거되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누구 몇 백 억씩 가진 사람들 말고, 방망이 땅땅 뚜드리는 사람들 말고. 그런 사람들까지는 잘 알지도 못하니 쳐주지 말자. 그들이 용역을 사고 경찰을 부리니. 그들과 함께 살아 이 지경이니 그것까지 치지는 말자.

그런 특수한 이들 빼면 사람들은 대충 철거되면서 산다. 때가 되면 알아서 고분고분 짐을 싸야 한다. 과정에 얻어터지거나 쫓겨나거나 하는 차이뿐이다. 평범한 이들은 평생 밥벌이에서 쫓겨나고, 잠자는 데에서 철거되어 옮기고, 짐 풀고 다시 인테리어하고, 다시 밥 차리고, 설거지하면서 사는 거다.

우울하지만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거다.
뭐 잘못되었나?

<여기 사람이 있다> 물고기를 물고기로 보고, 풀을 풀로 보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마음들이 있었다면 용산에서 여섯 분은 돌아가시지 않았다.
<여기 사람이 있다>물고기를 물고기로 보고, 풀을 풀로 보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마음들이 있었다면 용산에서 여섯 분은 돌아가시지 않았다. ⓒ 이윤엽

<용산 재개발의 아침> 끔찍했던 용산의 아침을 기록했다.
<용산 재개발의 아침>끔찍했던 용산의 아침을 기록했다. ⓒ 이윤엽

<민주경찰> 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분양소를 지키고 있는 철거민 한분이 나를 불렀다. 그림 좀 그려 달라는 거셨다. 무슨 그림요? 하니까, 나를 경찰차로 데려갔다. 그리곤 경찰차 옆면에 새겨진 "보다 신속하게 국민여러분께 달려가겠습니다" 라는 사진과 글귀를 가리켰다. "저게 뭐요?" 물으니, 뭐라구 뭐라구 설명하시는데 이야기인즉슨 철거민이 경찰을 부르면 안 오는데 용역이 부르면 그렇게 빨리 경찰이 올 수가 없단다. 저 문구를 어떻게 패러디해서 그걸 표현해 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아, 그러셨구나. 그런 게 그렇게 분하신 거구나. 이명박이 보다도 경찰청장 보다도, 철거민들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용역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협잡과 차별이 더 싫고 더 열 받고 이가 갈리시는구나.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예. 알았어요"하고 그렸다.
<민주경찰>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분양소를 지키고 있는 철거민 한분이 나를 불렀다. 그림 좀 그려 달라는 거셨다. 무슨 그림요? 하니까, 나를 경찰차로 데려갔다. 그리곤 경찰차 옆면에 새겨진 "보다 신속하게 국민여러분께 달려가겠습니다" 라는 사진과 글귀를 가리켰다. "저게 뭐요?" 물으니, 뭐라구 뭐라구 설명하시는데 이야기인즉슨 철거민이 경찰을 부르면 안 오는데 용역이 부르면 그렇게 빨리 경찰이 올 수가 없단다. 저 문구를 어떻게 패러디해서 그걸 표현해 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아, 그러셨구나. 그런 게 그렇게 분하신 거구나. 이명박이 보다도 경찰청장 보다도, 철거민들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용역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협잡과 차별이 더 싫고 더 열 받고 이가 갈리시는구나.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예. 알았어요"하고 그렸다. ⓒ 이윤엽

없어서 사글세 살고 길거리에서 장사하고, 판자때기로 집 짓고, 산속에다 비닐집 짓고 사는 건데 그게 뭐 잘못된 건가. 공부에 재능이 없어서, 집안이 없어서 영어를 못하고 좋은 학교 못 가 높은 학벌이 없는 게 잘못된 건가. 그래서 좋은 직장 취직을 못하고 월급이 없는데 그게 뭐 잘못된 건가.

그런데도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 나름 행복한 방법도 찾았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도 한데, 그 행복이 뭐 잘못된 건가. 돈이 없어서 돈이 없는 건데 돈 없는 행복이 범죄인가.

잘못됐다.
없는 건 깡그리 일단 범죄로 보는 법이 잘못되었다.
가난한 행복은 행복이 아니야, 개 무시하며 저 높은 꼭대기에서 불 켜놓고 사는 이상한 인간들이 잘못되었다. 그들이 떨어뜨리는 콩고물이나 쪼아 먹으면서, 그 콩고물에 전력을 다하는 놈들이 잘못되었다. 그들의 높은 벽에 걸린 행복이 오로지 행복이라 믿으며 그쪽만으로 열심히 할보하는 길거리 대다수의 눈들이 잘못되었다.

그런 것들이 간신히 쌓은 우리의 행복을 철거를 한다. 간신히 발견한 우리의 행복을 또 뭉개 버린다. 짓밟힌 행복 위에 무식한 공구리를 치고 "없는 것들은 오지 마. 무식한 것들은 오지 마"한다. 근접할 수 없게 그들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개발이고, 재차 확인사살하곤 더 높이 달아나는 것이 재개발 아닌가.

그게 잘못되었다고 용산에서 가난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갔다. 여섯 사람이 죽었고, 도리어 그들은 범죄자가 되었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진상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다시 범죄로 취급 되고 있다. 쩍하면 구속한다고 한다. '돈 없으면 말하지 마. 소리 내지 마. 법대로 하겠어' 한다. 저들이 만든 법으로 남일당 망루에서 내려 온 철거민들이 또 철거되고 있다.

<연꽃을 든 사람> 용산추모기금마련을 위해 판매하고 있다. 사는 것이 힘들지만 희망이나 행복은 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혹은 모두에게 그것을 들고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추모 기금 마련 판화 - 크기 37cm×41cm / 값 3만원 / 주문 메일 miloyun@naver.com (주소 전화번호 꼭 기재 요망)
<연꽃을 든 사람>용산추모기금마련을 위해 판매하고 있다. 사는 것이 힘들지만 희망이나 행복은 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혹은 모두에게 그것을 들고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추모 기금 마련 판화 - 크기 37cm×41cm / 값 3만원 / 주문 메일 miloyun@naver.com (주소 전화번호 꼭 기재 요망) ⓒ 이윤엽

 용산 참사와 함께 하는 미술인모임 작가들. 좌로부터 전진경, 이윤정, 정윤희, 불가, 전미영, 이윤엽.
용산 참사와 함께 하는 미술인모임 작가들. 좌로부터 전진경, 이윤정, 정윤희, 불가, 전미영, 이윤엽. ⓒ 이윤엽

* 작가 소개 : 196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다섯 차례의 목판화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6년 평택 대추리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매주 금요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 미술제>를 진행 중이다. 이윤엽의 작품과 글은 윤엽 닷컴(http://www.yunyop.com/)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이윤엽 화백의 판화작품 중 <연꽃을 든 사람> 외의 작품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miloyun@naver.com으로 연락주십시오. 판매수익금은 전액 용산참사 추모기금으로 쓰입니다.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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