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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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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용답구립도서관에 책 읽는 엄마 모임이 있는 날이다. 비는 억세게 내리고 반납할 책이 7권인데 너무 무겁다. 오늘은 책 이야기 대신 독서지도사의 강의를 듣는다 했다. 가방을 메고 우산을 쓰고 도서관 가는 길, 저 앞에 지인이 걸어간다.

함께 걸어가는 길, 동네에 도서관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단지 아쉬운 것은 내가 전업주부긴 하지만 가끔씩 일이나 여행을 하는지라 정해진 모임에 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영진 선생님이 열심히 독서지도에 대해 열강을 하는 동안 창 밖에서는 세찬 비가 내린다.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마치 콩 볶는 소리 같았다. 비 오는 날 피맛골 열차집에 가서 해물파전과 굴전 두부랑 막걸리를 마시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책 이야기를 들으면서 빗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전업주부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구나.

지난 6월 18일에는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라는 책이 대상이었다. 발제자가 책 내용을 요약하고 함께 나눌 이야기를 발문으로 만들어왔다. 이 날은 8명 정도 참석했는데, 일찍 끝날 때도 있지만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다. 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체험학습장소를 정하는 등 친목도모 시간도 된다.

1988년 1월 18일 미국 아이오와 스펜서공공도서관 책 반납함에 새끼고양이가 버려져 있었다. 도서관 직원들은 이 가엾은 고양이를 키우기로 하고 이름을 듀이 십진분류법에서 따와 '듀이'라고 부른다.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는 듀이를 키우면서 겪는 이야기들, 듀이로 인해 변화가 생긴 마을 사람들, 도서관의 변화, 그리고 듀이의 죽음에 대해 천천히 잔잔하게 기록한 책이다.

미리 책을 읽어 온 회원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발제자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로 만들어 온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키운 애완동물, 그들과의 교감경험이 있었나요?
2. 안락사(존엄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3. '인생은 결국 사랑이다'라고 했는데 어느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나요?

모인 사람들은 모두 30∼40대 주부들이라 이 세 가지에 대해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또한 최초의 안락사를 판사에게 법으로 허락받아 연대병원에 입원한 할머니의 산소호흡기 제거 소식이 전해진 터라 세 가지 질문 중 2번은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전해 들은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 이야기, 실제 경험한 돌아가셨다가 깨어나신 아버지 이야기, 동물의 죽음을 지켜본 이야기... 그러다가 이야기는 주로 건강에 대한 쪽으로 흘러갔다.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치매관련 내용이었다. 건강과 행복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듀이는 2009년 대한민국 서울 한 곳의 동네에서 아줌마들이 모여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었다.

친정집에도 고양이가 있다. 다른 집에 태어나자마자 갔다가 버림받아 막냇동생이 우리 집에 데리고 온 아기 고양이 가을이. 페르시안 고양이라 털이 북슬거리면서 귀족고양이 폼이 난다. 친정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사람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아마도 지금 현재 어머니는 마음의 위로를 자식들에게서도 받지만 가을이로부터 가장 많은 위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가 우는 소리조차 '야옹야옹'이 아니라 '엄마엄마'처럼 들린다고 동생들이 말할 정도다.

어머니가 기르던 개들은 한 번은 교통사고로, 한 번은 장수를 누리고 떠났다. 두 번의 죽음. 어머니와 우리 형제자매들은 사람이 죽은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경험했다. 길을 걷다가도, 차 안에 앉아서도, 하늘을 보다가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지금도 눈물이 난다. 듀이를 읽으면서 나는 듀이를 통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라치'와 아라치의 아들 '머루'를 생각했고,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가 다시 일어나서 자식들을 사랑하고 돌봐주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났다.

듀이를 만나고 오던 날. 책모임은 끝났지만 나는 오래오래 마음속으로 듀이와 이야기를 했다. 듀이 나도 너를 좋아해.


태그:#듀이, #갤리온, #용답도서관, #책읽는엄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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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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