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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이 전국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전교조 회원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이 전국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전교조 회원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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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5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은 서울광역수사대 소속 경찰들이 전교조 역사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본부사무실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한다. "제2차 전교조 시국선언을 막으려는 것"이라는 전교조 측의 추측이다. 세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이 소식을 접한 뒤 '교사'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진 교사들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제도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전락하면서 아이들이 교사 알기를 학원선생 알기보다 못하고, 학부모들도 '학교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일례로 강남의 한 학교에서는 이번 여름방학에 방과후학교를 계획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쳐 포기했다고 한다. 헌데 그 이유인즉 '대학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래?'하는 다소 예의라고는 없는 학부모의 입담이 효과를 냈다는 풍문이다.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

고등학생 두 명에 초등학생 한 명, 이렇게 세 아이의 학부모인 나도, 솔직히 말하면 교사들을 그다지 존경하지 않는다. 세 아이가 공교육 체제에 들어간 것이 12년 정도 됐고 그동안 세 아이의 담임은 20여명, 그러나 정말 좋은 교사로 기억되는 분은 두어 명 정도다.

간혹 자질이 의심되는 몇몇 이들의 돌출행동으로 많은 교사들이 도매 급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럴 때에도 나는 그런 부류의 교사들만 싫어했다. 교사들을 존경하진 않지만, 교사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또 이 나라를 위해서도 존경받는 교사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존경 받는 교사가 갈수록 줄어든 데는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입시위주의 제도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류대학에 더 많은 학생을 보내는 학교가 또는 교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회풍토가 제일 큰 문제다.

정부나 보수단체, 보수언론들은 20년 전 '참교육'이란 기치를 걸고 출범한 전교조를 지속적으로 탄압했다. 그리고 그들을 "좌파" 혹은 "빨갱이"라며 공공연하게 욕해왔다. 이번 시국선언과 관련해서도 해고의 칼날을 들이밀고 압수수색까지 벌여가며 탄압을 하고 있다. 이는 치졸한 행동이다. 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되고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안 된다는 것인가.

행동하는 교사들을 보고 부끄러워진 '나'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문을 읽어보니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데도 침묵하고 아이들에게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가르친다면 그 얼마나 반교육적인 처사인가? 자신들의 양심을 지키려고 그들은 흔히 말하는 '철밥통'을 걸고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이다.

앰네스티에서는 한국의 언론 상황이 암울하다며,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런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귀를 막고 있고, 대화의 통로가 단절되어 있으니 대학교수, 종교인, 교사들이 현 시국을 걱정하며 '시국선언'을 발표할 수밖에.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전교조 교사들의 몸부림에 현 정권은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해고가 능사가 아니고, 압수수색이 능사가 아니다. 해고와 압수수색으로 그들의 양심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그렇게 한다면 현 정권은 더 큰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 해고를 각오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 입장만 생각해서 교사나 학교가 불합리한 일을 해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침묵해온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들 있어, 학부모로서 조금이나마 행복합니다

전교조, 나는 그들을 100% 지지하지는 않는다.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만 참교육을 하는 교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가입하지 않는 교사들 가운데서도 분명히 참교육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도 여전히 존경할 만한 교사는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아예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 전반에 거쳐 심각하리만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때, 침묵하지 않고 시국을 걱정하는 자기의 목소리를 낸 전교조 교사들에게 "당신들이 있어 학부모로서 조금이나마 행복합니다!"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검찰은 필요 이상의 공권력을 남용하지 말길 바란다.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서 하나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배포도 없는 현 시국이 심히 걱정스럽고 답답할 따름이다.


태그:#전교조,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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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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