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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바람이 되어' 추모콘서트 포스터
 '천개의 바람이 되어' 추모콘서트 포스터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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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 MBC '희망콘서트' 공연이 끝난 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제 연주 어떻게 들으셨나요"하고 묻는다. 노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환상적입니다. 한마디 더 하면, 본인도 본인이지만 어머니의 용기가 정말 놀랍습니다. 축하합니다."

노 대통령은 "평소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듣거나 읽으면서,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공연을 보면서 '그 말이 맞구나'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2009년 5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분향소 앞. 조문객들 사이로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한 여성이 있다. 그는 연방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진짜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아버지이시고, 또 가난하고 정말 소외된 분들을 위해서… 정말 착하시고 그러셨는데… 너무나 불쌍하잖아요. 대통령님… ."

장애인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었기에 이희아씨의 비통함은 더 컸다.

시민들의 힘만으로 준비된 '천개의 바람이 되어'

이씨가 다시 한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공연에 나선다. 비록 이씨의 공연을 듣고 "아름답다"며 찬사를 보내 줄 노 전 대통령은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천개의 바람'이 이씨와 함께 한다.

오는 12일 오후 6시 30분 경기 고양시 장항근린공원에서 열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콘서트의 제목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다.

최광기씨가 사회를 맡았다. 이희아씨를 비롯해 조관우, 안치환, 노찾사, 김용우, 권진원, 우리나라, 네바다51, 울트라컨디션(락별),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등이 무대에 오르는데, 출연료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지난달 성공회대에서 열렸던 추모행사 '다시, 바람이 분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규모의 행사인데도, 큰 단체가 아니라 순전히 시민들만의 힘으로 준비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자영업자, 회사원, 주부 등이 주축인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십시일반 기금을 모았다. 출연자 섭외, 홍보 등 모든 준비가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특히 북 공연, 색소폰 연주, 추모시 낭송 등 공연에도 직접 참여한다. 그래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다.

고양시에 살고 있는 가수 조관우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고양시민 분향소를 찾아왔다가 장례위원회 측에 "대통령을 기리는 행사가 있다면 꼭 참석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장례 기간 동안 'We Believe'란 추모곡을 직접 만들고 불러 2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울트라컨디션(락별)도 만나볼 수 있다.

분향소 찾은 12만 고양시민들, 고맙습니다

공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시에서 국회의원을 지낸바 있는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유족을 대신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주관한 고양시민추모위원회의 황호곤씨는 "지난 장례 기간 동안 12만 명의 고양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주셨다"면서 "이번 공연은 이에 대한 감사의 자리이며 시민들이 직접 나서 하늘나라로 가신 대통령님을 추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고양파주 노사모'와 '고양파주 문함대'가 공동 주최하며, 고양 시민광장과 고양지역시민사회연석회의가 후원한다.

공연 연출을 맡은 김정환씨는 "추모 공연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추모에서 끝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시민들이 슬픔에서 벗어나 삶의 희망을 되찾고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한편 우천 시에도 행사는 진행된다. 이번 공연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무료 공연이지만 공연에 들어가는 최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액의 '자발적 후원금'을 받는다. 후원 계좌 : 국민은행 194601-04-093058 , 예금주 이경혜(고양시민 추모위원회)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천개의 바람이 되어, #추모콘서트, #이희아, #고양시 장항근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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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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