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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공원에서 모녀가 살해당했다. 그녀들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미성년자다. 왜 죽였는가. 이유는 별 것 아니다. 별 것 아닌 걸 갖고 돌을 들어 그녀들을 죽였다. 그는 무슨 처벌을 받았는가. 2명이나 죽인 것에 비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누군가의 아들이 또래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하고 만다. 아들은 평소에 올곧은 성격이었다. 때문에 남들 왕따 시키며 금품을 갈취하는 아이들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긴 시간 동안 폭행당한 끝에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그의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경악한다. 아들을 죽인 아이들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도 있다. 불량배들이 연인을 습격한다. 여자는 긴 시간 동안 고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가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들을 검거했을 때, 그들은 어떤 벌을 받는가. 미성년자이기에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 받는 건 피해자다. 경찰과 법은 가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한다. 피해자들은 그들을 위로하려는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어째서 살인자가 보호받아야 하지? 이건 말도 안 돼! 왜 우리만 이렇게 고통스러워해야 하는 거지?"라고. 그럴 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복수해주겠다는 제의를 하는 사람들이다.

 

누쿠이 도쿠로의 <살인 증후군>에는 참으로 많은 살인사건이 등장하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어느 살인사건이 그렇지 않겠는가 싶지만, 소설 속의 그것들은 강도가 좀 더 세다. 가해자가 보호받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면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살인청부업자를 통해 복수에 성공했을 때, 피해자의 유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처음에는 복수를 했다는 사실에 기쁠 수도 있다. 하늘의 뜻이겠거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왜 그런가. 그것은 누가 뭐라고 했든 '살인'이기 때문이다.

 

잘한 일인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은 가슴이 아프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묻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것에 대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에, 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누군가가 죽고 마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것인가? 그것이 '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는 복수심에 불타서 그들에게 청부를 하고 있다. '살인 증후군'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화해나 용서를 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살인만이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어두운 그늘을 이야기하면서 그만의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이외에도 <살인 증후군>에서는 이식수술밖에 희망이 없는 아들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어머니나 상대방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이코패스 청년 등이 등장해 또 다른 살인을 만들어낸다. 제목 그대로 '살인 증후군'이 세상을 덮은 것처럼, 도처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이 단순히 선정적인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가. 청소년 범죄로 인한 살인사건과 그것에 대한 보복성 살인사건처럼,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그러나 명백히 존재하는 이 사회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인가. <살인 증후군>은 살인사건보다 그것이 벌어진 과정이 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피하고 싶은 것을 마주보게 만들기에 그런 것일 게다.


살인증후군 - 하 - 증후군 시리즈 3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다산책방(2009)


#추리소설#사이코패스#청소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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