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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들이 바라보는 세상

한국은 지금 소통과 불통이 불을 튀기고 있다. 한쪽은 소통을 원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심지어 원로 교수 한 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투신자살을 하라고 반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간이 부어 배밖에 나온 게 아니라 정신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이다.

현자라면, 시대를 뛰어넘는 건강한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시간은 무엇인가? 흐름이요 변화이다. 시간이 흐르고 변한 다음 세대에도 그때 그 시대의 정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불통의 시작은 명박산성 때부터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때 분명 국민을 상대로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국민을 잘 섬기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니까 항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항복을 한 그 다음날부터 이 대통령은 불통의 벽 속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소통에 관한 한 이명박 대통령은 낙제다. 물론 불통의 벙커 속에서 계속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 마음은 이미 얼어 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국정기조 때문이다.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변하지 않고 있는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이 그것이다. 1%의 부자들과 대기업을 위한 정책. 감세정책을 추진한 미국도 지금은 증세로 바꾸고 있다. 우리 한국만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솔직히 없을 때는 부자들의 곳간에서 쌀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다. 그 결과 나라의 곳간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도 많고 말도 많은 4대강 살리기에 22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예산을 어디서 끌어오나? 부자들과 대기업의 돈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정책을 펴다보니 이제 돈 나올 구멍은 하나. 서민들의 눈물과 손때가 묻은 돈이다.

서민들의 벗인 소주와 담배에서 채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문동 재래시장을 찾은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청와대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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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좀 아팠겠지. 얼굴 근육이 좀 당겼겠지. 그래서 원맨쇼를 하기 위해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재래시장에 갔겠지. 마음에 없는 서민정치를 표방하면서 찾아 나선 이문동 재래시장. 떡볶이와 어묵을 사 먹으며 금이 간 그들의 마음을 녹여 보려고 했지만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하소연은 하나였다.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입니다."
"마트가 우리를 몰살하려고 합니다."
"마트가 못 들어오게 좀 막아주십시오."

재래시장 구석구석을 다녔지만 상인들의 사정은 똑같았다. 활기 찬 사람은 대통령 한 사람뿐이었다. 대통령에게 건의를 한 시장 상인들의 얼굴 표정은 어두워 있었다. 왜 그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을까?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이 그랬고, 시장을 찾은 대통령의 말과 표정에서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안다. 섬기는 자인지 군림하려는 자인지를. 비교적 깨끗한 동네 슈퍼마켓도 마찬가지였다. 슈퍼마켓 주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상인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대통령의 말은 너무 간단했다.

"마트가 큰 문제네. 큰 회사의 마트가 문제네."

아뿔싸! 저 사람이 정말 이 나라의 대통령이 맞나? 대통령을 바라본 시장상인들은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대통령은 정작 그들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불통의 명박산성이 떠올랐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전국에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많나, 재래시장이 많나? 그리고 기업형 슈퍼마켓이 많나, 소상인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많나? 지금 전국의 재래시장과 슈퍼마켓들이 장사가 안 되어 죽을상이다. 대도시의 동네는 물론이고 시골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들 때문에. 이런 식으로 나가면 머지않아 전국의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은 고사해버릴 것이다.

도대체 정부는 왜 존재하나?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탄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계층은 서민들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서민들이 살아갈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한국의 대형마트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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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을 보자! 재래시장은 대기업의 대형마트 때문에 죽어가고 있고, 동네 슈퍼마켓은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대로 놔두어야 하나. 아니다.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한다. 전체를 고사시키고 있는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해야 한다.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전체를 살려야 한다.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실용주의를 외치지 말고 실지로 팔을 걷어붙인 채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 그렇습니까? 이거 정말 큰일이네.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한번 해결해보겠습니다. 서민이 살아야 대기업이 사는데, 서민이 죽어 가고 있는데 정부가 팔짱을 낀 채 그냥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요. 대책을 한번 세워보겠습니다. 그때까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이렇게 말해야 대통령이다. 그러나 끝내 대책과 해법은 없었다. 대신 진정성 없는 행보만 계속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경청을 한 이 대통령이 슈퍼마켓을 나와 마지막으로 찾은 시장 안의 식당. 그 안에서 시장상인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 역시 알맹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노점상을 할 때는 마트가 없었거든. 그리고 마트 문제는, 정부가 규제를 해도 큰 회사들이 헌재에 제소를 하면 우리 정부가 지게 되어 있어."

상인들이 점점 의기소침해지자 시장상인들과 거리가 먼 인터넷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대통령은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옛날에 노점상을 해보아서 알아. 그때는 위에서 누르면 꼼짝 없이 당했어. 끽소리 못하고 눈치를 보며 장사를 했어. 그런데 요즘은 할 말하고 살잖아. 세상 많이 좋아졌어."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살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인권이 좋아졌다는 이야기인지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초등학교 무상급식예산을 모조리 없애버렸나. 그래서 망루에 살기 위해 올라간 그들을 공권력이 달라붙어 불에 태워 죽였나.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경청하고 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지난 젊은 시절 노점상을 하며 출세를 한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고 싶어 간 것이다.

지금 한국은 재래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불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 본인이 소통과 담을 쌓고 있다. 자격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 빨리 사회 각계각층과 소통을 해야 한다. 소통이 되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소통과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그 다음이 국정쇄신이고.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남남갈등이다. 이 갈등은 순전히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수신제가 연후 치국평천하라고 했다. 먼 데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아주 가까운 데서 답을 얻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당장 불통되고 있는 당과 정을 하나로 묶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 그 다음 총론과 각론을 다시 수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따라야 한다.

이념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벽을 깨어야 한다.
소수가 아닌 전체를 끌어안아야 한다.

▲ 경쟁을 유발시키는 잘못된 교육정책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교육을 펼쳐야 한다 ▲부자들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 대신 서민들을 끌어안는 복지정책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 국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미디업법과,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악법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 공권력이 아닌 소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 헌법에 나와 있듯이 평화통일을 위해 지난 정부가 닦아놓은 10.4선언과 6.15선언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 물질이 아닌 인간존중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국정철학을 세워야 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붙잡아야 할 정책과 계층은 전체이며 변방의 서민들이다. 대기업과 부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밑바닥은 서민들이다. 그들이 없으면 상류층은 무너지고 만다. 상류층과 서민층은 둘이 아닌 하나다. 고로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오늘도 눈물과 한숨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과 약자들의 삶을 진심으로 돌보아야 한다. 아니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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