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9일 '지난 10년간의 대북 지원금이 북한 핵개발에 전용된 의혹이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 국제사정에 어두운 결과라고 본다"고 혹평했다.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정 전 장관은 "이미 99년에 클린턴 정부 시절이지만, 미북 간의 미사일 발사 유예 내지는 수출 중지를 위한 협상을 할 때에 미국에서도 1년에 한 5억 불 정도는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뭐 그때로부터 한 10년 지났으니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50억 불 벌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돈으로 그걸(핵무기, 미사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런 사정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북중 간의 특이한 방식의 무역을 소개하면서 "해마다 북한이 중국과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7, 8억 불 정도의 외상을 지게 되는데 그 외상값을 갚지 않아도 그 이듬해에 계속 무역이 진행된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12억 8천만 불 정도의 외상이 깔렸다. 그러니까 중국이 무역 형식으로 1년에 7, 8억씩, 작년 같은 경우에는 12억 8천만 불을 사실상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줬다고 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지금 중국에서 그런 식으로 북한으로 건너갔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하나는 이전 정부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이 정부 들어와 가지고 지금 개성 공단으로 들어간 돈, 임금이 작년, 금년해서 그게 한 4천 4백만 불 된다. 금강산 관광이 작년 7월 11일부로 끝났지만, 그 이전에 작년 한 해 동안 1140만 불이 현금으로 갔다. 모두 5400만 불이 갔는데 그러면 금년 2차 핵실험을 북한이 한 데에도 이 돈이 쓰여졌다 봐야 되지 않겠나?"라면서 "그러면 이건 결국 이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서 꺼낸 말씀이지만, 결국은 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이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 북한은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정 전 장관은 "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핵 무기 없는 세상을 자기 임기 중에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쳐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두 번째 내년 5월에는 지금 NPT체제를 검토하는 국제 회의를 열어야 한다. 북한을 이렇게 방치해 놓고 NPT회의를 할 수 있겠나? 결국 커트 캠벨이 정식으로 집무를 시작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북한과의 관계를 개입 쪽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과거에 부시 정부 시절에 일하던 네오콘의 일종의 그 사람들이 정부 내에 남아가지고 대북 정책을 실질적으로 실무 차원에서 좌지우지 하다 보니까 압박 또는 무시 전략으로 지금 일관하고 있는데 캠벨이 취임을 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대북개입 전략을 시작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되면 미북 관계는 풀려나가는데, 남북관계는 꽉 막히는 이른바 통미봉남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 전 장관은 " 미북 대화가 올 가을쯤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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