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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기획해고' 행위와 비정규직 적용 유예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 사진).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기획해고' 행위와 비정규직 적용 유예 시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9일 오전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절규를 듣겠노라며 서울 관악고용종합지원센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좀 더 일하게 해달라'는 호소보다는 정규직 전환과 근본적인 비정규직 차별 시정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박희태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회의에서 정종수 노동부 차관으로부터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보고받은 뒤 6명의 비정규직 해고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는 공교롭게도 공기업 해고자였다. 민주당 등 야당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와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들이 비정규직법 시행을 핑계로 갖가지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는 실례가 제시된 셈이다.

 

대한주택공사에서 3년 7개월가량 근무하다가 해고된 김아무개씨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사측이 6개월, 3개월 단위로 계약기간을 조정하다가, 법이 시행되고 나서 결국 해고된 상황"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김씨는 "계약직으로라도 계속 근무할 수 있다면 계속 근무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사측이 계약기간을 일방적으로 조정하고 노동자는 거기다 사인만 할 뿐,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를 호소했다.

 

김씨는 또 "정규직은 1년마다 호봉이라도 늘지만 계약직은 임금이 올라가지 않고, 그게 몇 년 지나면 격차는 훨씬 커진다"며 "짧은 기간 일하는 조건으로 들어왔으니 봉급이라도 더 받도록 한다면 회사에서 잘려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문제를 제기했다.

 

대기업 파견근로자였던 비정규직 해고자 박아무개씨는 "팀장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계약을 좀 더 해서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법안 통과가 안 돼 회사에서 고용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해 일단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원망하는 듯했다.

 

그러나 박씨는 "한나라당에서 비정규직법 시행을 1년 반 유예한다는데 당장 급한 것은 그게 아닌 것 같다"며 "비정규직이 없어질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지만, 비정규직의 비율을 줄였으면 좋겠고 정규직 전환 지원금으로라도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파견근로자였던 유아무개씨는 "1년 계약직으로 있다가 그만두고 재취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구인광고를 봐도 경력 2·3년차와 신입사원의 연봉차가 큰데, 법적으로 이런 악순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증권회사에서 2년간 일하고 계약만료로 퇴사한 서아무개씨는 "언젠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전환이 안 되니까 이게 큰일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급여와 복지와 인센티브도 정규직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언젠가는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항상 지고 있다는 것이 더 힘들다"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했다.

 

한 대학교에서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해고된 이아무개씨가 그나마 '일단 법 시행을 유예하고 근본 해결책을 찾자'는 한나라당의 당론과 가장 부합되는 얘길 했다.

 

이씨는 "정규직 전환이 안 돼도 좋으니까 비정규직이라도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학교측에서는 법이 안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며 "남편이 공직에 있다가 2년 전에 퇴직해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는 내가 일을 해야 하는데,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일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 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겨우 1.1% 조사하고는 "실직 대 정규직 전환 비율 7:3"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보다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오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회사도 여러분도 원하지 않는 실직을 당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간담회를 정리했다.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해서 일단 해고가 안 된 상태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희망을 담아, 그 기간 동안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한나라당 주장의 요체"라고 다시 한번 한나라당 당론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 차관은 비정규직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8일 현재까지의 비정규직 실직 현황을 보고했지만, 조사대상 사업장이 너무 적어서 실질적인 통계로 활용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정 차관의 보고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51만8천개소 중에서 5695개 사업장을 조사해 근속기간이 2년을 초과한 비정규직만 집계했을 때, 495개 사업장에서 3314명이 실직했고, 234개 사업장 1326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차관은 '실직  대 정규직 전환' 비율이 71.4% 대 28.6%라고 강조했지만, 법 시행 이후 8일간 5인 이상 사업장의 1.1%만을 조사한 값이라 일반적 경향으로 인정하기 힘든 결과다.

 

정 장관은 조사대상 사업장이 적은 이유에 대해 "비정규직 대다수가 소규모 업체에 종사하고 있고, 기업 이미지 실추나 노동계와의 마찰을 우려해 기업들이 성실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실태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한나라당#해고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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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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