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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 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이 최근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이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의 주된 요지는 회사에서 근로기간을 정해놓고 채용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2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며 2년을 초과하여 근무했을 경우 해당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해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이 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부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해서, 기업이 비정규직으로 일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말고 2년 더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하는 것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안이다.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2년을 채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할 것이고, 7월에 100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 법 시행을 뒤로 미루려는 이들의 논리이다.

 

그런데 7월에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에 적용되는 노동자는 최대 1만3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업들은 숙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무기계약직(정년보장)으로 전환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시행을 뒤로 미루자면서 주장했던 논리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비정규직보호법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것은 고용의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축소보다는,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고용·해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정부는 고용의 유연성 다시 말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 역사,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국가별 노동시장의 몰이해에서 나오는 단선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다고 하자!(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탄력성, 조정속도, 변동성 등에서 OECD 국가에서 최고의 노동시장 유연성 가졌다) 그런 나라의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지도 설명해 주어야 한다.

 

우리의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가? OECD국가 중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의 경우 해고된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4년까지 전 직장 임금의 평균 90%를 받는다. 또한 그 동안 각종 취업 교육 등을 통해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다. 고용의 유연성에 앞서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이 당장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회경제적인 폐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하여 노동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된다. 이는 저소득층의 증가와 생활난으로 이어지고, 민간소비부진으로 인한 내수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고용불안과 사회불안으로 사회경제적 갈등이 확산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회갈등으로 치르는 비용이 GDP의 27%에 이른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사회갈등의 확산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하게 되고, 사회통합은 요원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몇 개월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되어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점차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오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뒤로 미루면 우리 후손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사)지속가능발전진흥원 이사장
제16대, 17대 국회의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기호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정규직법, #지속가능, #노동시장유연성, #무기계약직,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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