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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레로 소문난 한국 직장인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 아래서 지금 무엇으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출근과 퇴근, 퇴근과 출근 사이에서 자칫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수많은 직장인들은 무엇으로 삶에 생기를 주고 있을까. 정신없이 열심히 일해도 그에 어울리는 '퇴직 후'를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직장인들은 무엇으로 삶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누구나 해봐야 할 질문이지 않나 싶다.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기는커녕 당장 기본 생계를 이어가기 바쁜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당장 돈 안 되는 일'에 무언가를 투자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평소에 해오던 일이 아니라면 투자 대비 효과 측면에서 딱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일에 선뜻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많은 이들이 직장인이라는 데 얼마간 동의한다면 더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장 돈 안 되는 일'에 마음도 돈도 선뜻 내놓아서 그 이상으로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결과를 얻을 좋은 방법이 있다면 다들 어떻게 여길까.

 

<서른 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구본준·김미영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2009)는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일 수도 있는 여러 직장인들의 독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며 자기 계발에도 그만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책읽기. 낯선 얘기는 아니어도 낯선 습관이기 쉬운 책 읽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책읽기로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두 직장인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고 한 번쯤 자문자답해보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만큼 오늘 해야 할 일, 벌어야 할 돈에 머리 아프도록 신경 쓰며 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들에게 책은 무엇일까. 출근과 퇴근 사이에 그저 일로 가득 차기 쉬운, 심지어는 퇴근과 출근 사이에도 일로 가득하기 쉬운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책은 무엇일까. 묻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을 수놓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삶을 살찌우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꼭 직장인들만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큰 만큼 책 읽을 여유를 갖기 힘든 이들이 직장인임을 생각해볼 때 이 책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책 읽는 삶이 필요한 이유와 책 읽는 삶이 주는 유익에 대해 피부에 와닿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분명 그것이 이 책 지은이들 바람이다.

 

"내가 책쟁이들을 찾아 나선 것은 단지 책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사는 책벌레들을 만나려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책을 즐기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보다는 책으로 자기를 경영하고 계발하는 이들을 만나려는 것이 목적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을 가꾸고 무장하는 데 책만 한 다른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일찍 깨닫고 책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찾아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책으로 어떻게 자기를 변화시키며 자기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서른 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119)

 

기자인 지은이들은 수많은 직장인들 위치에 서서 자신을 돌아보며 먹고 살기 바쁜 만큼 자기 계발에 소홀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던 이야기들을 책머리에 풀어놓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은 위치에 선 수많은 사람들 목소리를 실제로 들어보며 그 속에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독서법을 듣고자 했다는 말도 이어졌다. 독서법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고 책읽기에 관한 한 어느 정도 고수라 할 만한 이들을 섭외하여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지은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독서 이야기를 버무려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과 함께 사는 이들과 만나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새로 배우면서 내린 가장 중요한 결론은, 책을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낀 가치만이 삶에서 진정한 가치가 된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어 온몸으로 이해한 개념이야말로 진짜 자기 것이 되고, 책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해 대리 체험하면서 느낀 감동만이 진정한 울림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같은 책, 190)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는 것 몇 가지가 있는데, 이는 지은이들이 만난 독서 고수들이 말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데 책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도록 돕는 데 있어 책만큼 유익한 것이 없단다. 고전을 비롯해 책을 통해 얻는 수많은 조언과 간접 경험들은 변변찮은 주머니 사정과 바쁜 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라는 말이다.

 

또한, 책읽기는 생각하는 폭, 살아가는 폭을 넓혀주면서 대인관계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 다른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삶이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리' 이야기인데, 책은 바로 나를 넘어서서 '우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책은 세상을, 무엇보다 사람을 보여준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지은이들이 책읽기에 관한 책을 쓰게 된 동기(1장), 책쟁이들에게서 듣는 책읽기에 관한 다양한 시각(2장), 인터뷰한 책쟁이들에게서 똑같이 발견한 '책읽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 15가지(3장)를 담고 있다.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지은이들이 '책의 구루'로 소개한 지식인 네 명과 독서론에 관하여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낸 글들을 함께 실었다.

 

특별히 재밌었던 것은, 김미영 기자가 담당했다는 책쟁이들 이야기(2장)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독서에 관하여 생생하고 절실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실제 인터뷰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구성해가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들이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어들었나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을 만나고 고민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고민한 흔적들이 각 이야기를 잇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살면서 느끼는 문제들과 맞물려 더욱 피부에 와 닿는 다양한 독서론을 펼친 수많은 책쟁이들이 자신들과 엇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수많은 이웃들을 부른다. 하여, 책이 꿈틀댄다.

덧붙이는 글 |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구본준·김미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09.6.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위즈덤하우스(2009)


태그:#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독서, #책읽기, #구본준,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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