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정이 부산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대표(맨 앞줄)가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 참석하여 공연을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이정이 부산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대표(맨 앞줄)가 10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에 참석하여 공연을 지켜보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정이(69) 부산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대표(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는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없음'에 가슴 아파한다.

 

노 전 대통령 49재 하루 전날인 9일 저녁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예술제'에 다른 민가협 회원들과 참여하기도 했고, 안장식이 열린 10일에도 봉하마을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머리를 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부산대 넉넉한터에서 열린 "다시 바람이 분다"의 추모공연에도 모습을 비췄다. 운동장 중간에 있는 의자에 앉아 무대에 오른 사람들의 공연과 발언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정이 대표는 지난 5월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6단독(판사 유환우)으로 열린 공판에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서도 항소하지 않고 이정이 대표도 항소하지 않아 1심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이 대표는 "변호사가 검찰 쪽에서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하지 말자고 해서 따랐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 사흘 뒤에 알아

 

이정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늦게 알았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인 5월 23일 그는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감옥에 갇혀 있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 뉴스는 볼 수 있는데, 그 주말(23일 토, 24일 일요일)에 신문도 들어오지 않고 방송도 틀어주지 않더라는 것.

 

"분명이 바깥에 무슨 큰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화물 노동자 박종태 열사가 자살했기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구. 다른 재소자들도 맞장구를 치더라."

 

이정이 대표를 비롯한 재소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사흘이 지난 5월 25일에야 알게 되었다. 방송을 통해 그 소식을 듣고 이정이 대표는 충격을 받았다.

 

"월요일 아침에 뉴스를 보다가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 분하더라. 죽으려고 옷을 목에 메기도 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밀어내고 여성 교도관이 달려오기도 했다."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한테 편지 보내 호소했는데...

 

이정이 대표는 구치소에 있을 때 노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소식을 듣고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한테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것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그것도 5월 20일 편지를 써서 22일 청와대로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하루 전날이다. 이정이 대표는 그가 아는 노 전 대통령을 설명하면서 '절대 부정한 돈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고 편지로 박 홍보기획관한테 호소했던 것.

 

"17대 국회 때 장애인인 부산 출신의 장향숙 전 의원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추천한 적이 있다. 장애인을 위해, 서민을 위해 일할 사람으로 보고 추천했던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가 얼마나 받기 힘드냐. 그런데 장 의원한테 비례대표를 주면서 당시 노 전 대통령 등은 돈 한 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적으면서 박 홍보기획관한테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한테 돈을 받았다고 몰아붙이면 안된다고 했던 것이다." 

 

이정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돈을 모르는 사람이고 잘한 일은 잘한다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박 홍보기획관한테 편지로 호소했다"면서 "아무런 답장이 없어 편지를 받지 못한 줄 알았고, 석방된 뒤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편지를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정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부산 민주공원을 방문했을 때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정이 대표는 "어제와 오늘 봉하마을에 갔다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놀라고 고맙기도 했다"면서 "누가 시켜서 오겠나, 동원해서 오겠나, 돈을 줘서 오겠나, 양심적인 생각을 하는 노인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고 조문하고 안장식을 지켜보는 것을 보면서, 아직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민주주의가 죽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 부산대 공연도 막았지만 학생과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에 의해 뽑혔으니까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민주와 통일을 위해, 국민을 위해 잘해나가길 바란다"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국민을 몰아부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정이 대표는 조만간 국정원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국정원은 지난 6월 15일 6.15부산본부가 주최한 6.15 공동선언 9돌 기념행사에서 6.15북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의 축전을 낭독한 것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이 대표는 6.15부산본부 공동대표로 있다.

 

6.15부산본부는 "6.15남측위원회는 지난 몇년간 북측위원회와 팩스 등을 통해 협의하고,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에 통일부에 보고해왔다"면서 "이번에 낭독한 축전도 남측위원회가 받은 팩스를 통일부에 보고하고, 부산본부에 전달한 것"이라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정이#노무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