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 먹을까?""아뇨. 아빠가 라면 끓여주면 좋겠어요. 아빠가 끓여주는 라면이 최고거든요."헐, 앉아서 절 받기입니다. 아들 녀석은 아빠 시켜먹지 못해 안달이나 봅니다. 아내와 딸아이는 잠시 밖에 나갔습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부자지간 대충 배를 채워야합니다.
꾸릿꾸릿한 날,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반찬 꺼내 먹기보다 차라리 라면 끓여 먹는 게 훨씬 나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래 라면 끓여 먹자!"하고 아들에게 통 인심을 씁니다.
스프를 먼저 넣을까? 면발을 먼저 넣을까?
라면은 끓이고 먹을 때까지 고민이 수두룩합니다. 라면 끓일 때에는 스프를 언제 넣을까 하는 것이지요. 물 끓고 난 후 넣을까? 혹은 면을 먼저 넣을까? 스프를 먼저 넣을까?
제 경우,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필요에 따라 끓이는 방법을 달리합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숨 넘어갈 때에는 물과 함께 스프를 넣고 끓입니다. 왜냐하면 물은 100℃에 끓지만, 물에 스프가 들어가면 끓는 온도가 70℃내외로 낮춰지기 때문입니다.
스프를 먼저 넣는 것과 면발을 먼저 넣을 때, 라면 맛 차이는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냐? 그렇지 않냐? 하는 차이 아닐까요?
라면 먹을 때, 뚜껑 차지하는 사람이 '장땡'
라면이 끓고 난 후 먹을 때도 중요합니다. 어떤 것으로 먹느냐가 관건입니다. 냄비 뚜껑을 차지하는 사람이 장땡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은 아빠가 차지하는 냄비 뚜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 그러지요.
"불공평해요. 저도 냄비 뚜껑에 먹고 싶어요.""이것들이 아빠 냄비 뚜껑을 어디서 넘봐." 한 두 번은 넘겨줬지요. 그랬더니 뚜껑이 뜨겁다고 투덜거리더군요. '얼씨구 잘됐다'고 다시 차지했습니다.
라면, 어떤 김치와 먹을까? 국물에 밥은?
뚜껑 싸움(?)이 끝나면 또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어떤 김치와 함께 먹을까? 하는 것이지요. 라면과 어울리는 김치는 생김치보다 시어터진 신 김치가 제격입니다. 제 경우, 배추김치보다 돌산갓김치가 등장합니다. 톡 쏘는 갓김치와 얼큰한 라면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입니다.
얼큰한 국물만 남을 경우 또 고민입니다. 그만 먹을까? 밥 말아 먹을까? 이때 손으로 배를 쓱 만져보고, 들어갈 구멍이 남았나를 살핍니다. 남았나 싶으면 밥을 퍼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정서상 밥 안 말아 먹으면 뭔가 개운치가 않습니다.
장마철, 게다가 일요일, 집안 분위기 업 시키는 '아빠표' 라면 끓이기에 도전 한 번 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