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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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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사업가 박경재씨와의 관계, 리스(임대) 차량 공짜 이용 의혹 등을 뒷받침하는 사실 관계들이 제기됐지만, 천 후보자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박지원·박영선 민주당 의원, 두 박 의원이 청문회 현장에서 공개한 사실 관계들을 살펴보면, 이런 의혹들은 단순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넘어가기엔 너무나 정황이 구체적이다.

'15억 빌려주는 지인'과 동행한 해외여행, 몰랐다?

박지원 의원(민주당·전남 목포)이 자료를 입수해 이날 청문회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천 후보자는 지난 2004년 8월과 2008년 2월 두 차례 박씨와 부부동반으로 해외 여행을 간 정황이 있다.

천 후보 부부는 지난 2004년 8월 9일 일본 여행을 떠났다. 박씨 부부도 이와 같은 일정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 이 여행을 같이 가지 않았느냐는 박 의원의 질의에 천 후보자는 "같이 간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천 후보자는 "2004년 여행은 휴가철이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며 "그 비행기에 같이 탔는지는 모르지만, 같이 간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또 천 후보 부부와 박씨 부부의 여행 일정이 일치하는 시기는 한번 더 있다. 지난 2008년 2월 7일 천 후보 부부가 일본으로 여행을 갔고, 박씨 부부도 같은 일정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천 후보자는 "같이 간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같은 시기, 같은 여행지로 여행을 갔는데도 "같이 간 기억이 없다"는 답변이 나오자 박 의원은 추가 사실을 공개했다. 2008년 2월의 일본 여행에서 천 후보자와 박씨 모두 골프채를 챙겨갔다. 또 천 후보자의 부인과 박씨는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 있는 한 면세점에서 같은 상표, 같은 가격의 핸드백을 각각 구매한 사실도 있다. 귀국 일시도 같다.

15억 원대 돈을 빌려주고 빌려쓰는 '지인'들이 같은 곳을 여행한 정황이 제시됐는데도 천 후보자가 "비행기를 같이 탔는지는 모르지만 같이 간 기억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자 박 의원은 "우연히 비행기를 같이 탈 수 있다? 여태껏 검사로서 수사하면서도 그렇게 했느냐"고 반문했다.

리스한 제네시스 승용차, 작년에 보증금만 내고 공짜로 탔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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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서는 현재 천 후보자의 아내 김아무개씨가 타고 다니는 제네시스 차량을 천 후보자가 주장하는 리스 승계일인 올해 6월 이전부터 김씨가 타고 다녔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당초 천 후보자의 친구라는 석아무개씨의 명의로 리스된 차량을 천 후보자의 아내가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천 후보측은 석씨의 아들이 타고다니던 것을 지난 6월 22일부터 천 후보가 적법하게 승계해 타고다닌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이 차량에 부착돼 있는 현대백화점 자스민클럽 주차카드. 자스민클럽은 이 백화점에서 연간 구매액이 3500만원을 넘는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기 위해 발급되는 카드다. 부유층 사이에서는 재력을 과시하는 '신분증'으로도 통한다.

천 후보자는 이 자스민클럽 카드의 명의자가 자신의 손윗 동서인 심아무개씨라고 답했다. "동서 카드를 처가 사용했다"는 것. 그러나 문제의 자스민클럽 주차카드가 이 제네시스 차량에 부착된 것은 지난 2월 1일이다. 천 후보자측에서 주장하는 올해 6월 22일 승계하기 전에도 김씨가 이 차량을 타고 다녔다는 얘기다.

이 차량은 리스계약 이전인 지난해부터 아파트 주차대장에 천 후보자 세대의 차량으로 올라 있었다. 석씨로부터 제공받은 차량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천 후보자측은 당초 "집에 자주 찾아오는 석씨 아들의 주차를 위해 주차대장에 이 차를 올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영선 의원은 서류상으로 이 차 리스 보증금은 지난해 5월 29일 천 후보자의 부인 김씨의 명의로 이미 지불돼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서류대로라면 이 차에 대한 보증금은 천 후보자측에서 지불했고 자동차를 리스한 명의는 석씨의 명의로 돼 있던 것. 바로 지난해 5월 천 후보자측이 보증금을 지불하고는 자동차 사용료는 석씨가 대신 지불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박 의원은 이 의혹에 대해 "JU 사건에서 상품 구매 담당 이사가 수입차량을 피고인의 처에게 15개월동안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서 배임죄 적용 기소된 것을 알지 않느냐"며 "지금 이것과 케이스가 똑같다"고 지적했다.

천 후보는 "1년간 제 친구가 탔기 때문에 우리가 친구한테 1000만 원을 줬다"며 "서류는 캐피탈 회사에서 정리를 한 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인수했기 때문에 보증금에 대해 우리가 권리가 있다는 취지"라고 답변했지만,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는 애초에 사실관계부터가 달라 해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세금 못 낸 동생이 빌려준 5억 원의 출처는?

박 의원은 이어서 천 후보자의 동생이 천 후보자에게 빌려준 돈의 출처와 동생이 관여한 회사와 천 후보자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천 후보의 동생은 2000년과 2001년에 주민세와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지방세 납입 체납 증명서에 따르면 천 후보자의 동생이 내야할 세금은 무재산을 이유로 결손처리 됐다.

그런데 천 후보자는 2008년 6월 동생으로부터 5억 원을 빌렸다. '돈이 없어 세금을 못내던 사람이 어떻게 5억 원씩을 빌려줄 수 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천 후보자의 동생은 모래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J사의 등기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업체는 W담배회사의 우회상장에 관여했으며 지분도 4% 보유하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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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천 후보자의 동생은 자본금 30억 원의 D사에 자본금 10억 원을 납입했다. 이 회사는 책상 2개에 남녀직원 2명으로 이뤄진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다. 이 회사는 K건설이라는 회사 사무실 내에 있다. 이 K건설은 W담배회사의 차입금을 지급보증해주고 있다.

그런데 W담배회사의 대표는 최근 우회 상장과정에서 280억원을 부당유출한 혐의가 드러났고, 검찰은 내사를 벌였지만 지난 4월 이 사건을 불구속 기소 처리했다.

박 의원은 "공교롭게 오비이락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는 동안 특수2부가 내사를 했고 280억 원의 배임혐의를 불구속 기소했다"며 "W담배회사와 동생분, 또 후보자와 삼각관계로 얽혀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천 후보자측은 이날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세관 자료, 금융거래 자료 등을 끝내 제출하지 않았고, 중요 증인으로 채택돼 동행명령까지 집행된 박경재씨도 출석요구를 통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끝내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은 이후 인사청문보고서 작성 및 채택에 있어 여야의 대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천성관, #인사청문회, #리스차,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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