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국물이 시원하고 걸쭉하다. 닭고기는 간이 적당히 배어 감칠맛이 살아있으며 육질은 연하다.
국물이 시원하고 걸쭉하다. 닭고기는 간이 적당히 배어 감칠맛이 살아있으며 육질은 연하다. ⓒ 조찬현

전남 여수 봉산동에 위치한 '구봉전통참옻닭'집이다. 옻닭하면 이 집을 따를 곳이 없다며 지인의 칭찬이 자자했던 곳이다. 몇 번을 이곳에서 만나자며 지인이 청했지만 난 거절했다. 옻에 대한 어릴 적 안 좋은 추억 때문이다. 옻에 대한 과민반응(옻 알레르기)으로 고생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가렵고 몸이 배배 꼬이기 때문이다.

다른 메뉴도 있다는 말에 이번에는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어 못 이기는 척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결국 옻닭을 먹어보진 못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엄나무삼계탕'이 있다. 이건 괜찮을 성 싶어 주문했다. 옻닭삼계탕이나 엄나무삼계탕이나 가격은 1만원이다.

식당 내부를 살펴보니 다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닭고기를 발라먹고 있다. 그들의 표정에서 "내가 제대로 된 맛집에 왔구나!"하는 맛에 대한 확신을 찾을 수가 있었다.

엄나무의 목피를 넣은 '엄나무삼계탕'이다. 엄나무를 닭요리에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엄나무 삶은 물을 이용해 식혜를 해먹었다고 한다. 엄나무 삶은 물은 신경통과 강장, 해열, 요통, 신장병, 당뇨병,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영계에 찹쌀과 녹두 함께 넣어 끓여낸 '엄나무삼계탕'

 전남 여수 봉산동에 위치한 '구봉전통참옻닭'집 '엄나무삼계탕'의 기본 상차림
전남 여수 봉산동에 위치한 '구봉전통참옻닭'집 '엄나무삼계탕'의 기본 상차림 ⓒ 조찬현

 엄나무의 목피를 넣은 '엄나무삼계탕'이다.
엄나무의 목피를 넣은 '엄나무삼계탕'이다. ⓒ 조찬현

국물이 진하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개운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아마도 가슴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맛, 이런 맛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영계에 찹쌀과 녹두를 함께 넣어 끓여냈다. 닭 국물과 엄나무 진액, 찹쌀이 어우러져 젤리처럼 국물이 걸쭉하다. 닭고기는 간이 적당히 배어 감칠맛이 살아있으며 육질은 연하다.

엄나무는 나무의 재질이 좋아 가구재, 악기재 등에 쓰이며 정자목으로 심었다. 스님의 바릿대(식기)도 엄나무로 만든다. 시골에서는 귀신을 쫒는다며 대문이나 방문 위 높은 곳에 엄나무(음나무, 해동목) 가지를 새끼줄로 엮어 달아 놓은 집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귀신의 도포자락이 엄나무 가시에 걸려서 집안으로 못 들어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 엄나무가 영계와 만나 훌륭한 식재료로 거듭난 것이다. 엄나무와 함께 삶아낸 엄나무삼계탕의 닭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국물과 함께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아무튼 닭고기 요리치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만하다.

국자와 그릇이 하나 주어지는데 닭고기나 찹쌀녹두죽은 퍼내지 말고 그대로 먹을 것을 권한다. 뚝배기채로 먹어야 온도가 제대로 유지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닭고기도 맛있지만 국물 맛이 으뜸이다. 녹두죽은 가슴속까지 따뜻해져 온다. 온몸에 금세 기운이 솟구침을 느낄 수가 있다.

쓰린 속 달래기에 '엄나무삼계탕' 국물이 아주 그만

 국물과 함께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국물과 함께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 조찬현

올 여름에 '엄나무삼계탕' 서너 그릇이면 삼복은 무난히 넘길 것도 같다. 이 집을 소개한 김영찬(59)씨는 시원하고 맛이 그만이라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 술국으로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음식이 없다며 주당답게 쓰린 속 달래기에도 '엄나무삼계탕' 국물이 아주 그만이라고 말한다.

"먹어봐 시원해~ 술 먹은 다음날 먹으면 최고여!"

'엄나무삼계탕' 한 그릇에 땀을 쫙 빼고 나니 몸 안에 기운이 가득하다. 국물은 식어도 그 맛이 살아있다.

맛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그 음식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하는 것이다. 이집을 맛집으로 흔쾌히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먹는 내내 아이들과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음에 꼭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찾고픈 집이다.

 다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닭고기를 발라먹고 있다.
다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닭고기를 발라먹고 있다. ⓒ 조찬현

 엄나무 삶은 물은 신경통과 강장, 해열, 요통, 신장병, 당뇨병,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엄나무 삶은 물은 신경통과 강장, 해열, 요통, 신장병, 당뇨병,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 조찬현

이제 더 이상의 '엄나무삼계탕' 설명은 사족일 뿐이다. 아무튼 먹어보시라. 그리고 판단하라. 개인적으로는 닭고기 최고의 맛이 구봉의 '엄나무삼계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는 것이다.

밑반찬도 맘에 든다. 무 나박김치는 알맞게 익었다. 새큼한 깍두기나 열무김치도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

가게 가장자리에 100년이 넘었다는 옻나무가 보인다. 80년 이상 된 옻나무는 선약이라고 한다. 신선이 내린 약이라는 것이다. 좋은 성분이 가득한 옻나무는 독성이 문제다. 이 집은 옻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2년 이상 말려서 사용한다. 옻나무나 엄나무나 수령이 오래 될수록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다음에는 옻닭삼계탕의 참맛에 도전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와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엄나무삼계탕#복달임#피로회복#구봉전통참옻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