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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죽음 이후 반성 많이 했다"

 

"이제는 추모를 넘어서서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를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14일 저녁 <독설닷컴>이 주최한 블로거 간담회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유독 '공부'를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 열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공부하자"고 말했다. 그가 추구했던 게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공부의 시작을 자신의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2007년 가을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오연호 대표기자가 바라보는 여섯 명의 노무현을 만날 수 있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그중에서도 오 대표기자는 '사상가 노무현'을 가장 인상 깊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오 대표기자는 "대통령은 역사와 시민, 지배-피지배, 진보-보수와 같은 문제뿐 아니라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붙들고 있었다"며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정치 특강을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이 고인의 유작을 공개했을 때 거기에는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를 공부하는 목차가 있었다. 그것은 오 대표기자가 2년 전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서 들은 내용과도 같았다. 오 대표기자는 "언론이 대중을 따라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우리 언론이 제대로 (진보의 미래에 대해) 천착하고 공부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솔직한 취재원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에두르지 않는 직설적인 화법 덕분에 취재하기도 쉬웠단다. 2007년 청와대 인터뷰 당시에는 보좌관들의 걱정도 많았다. 대통령의 과감한 발언이 언론에 실리는 것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그런 보좌관에게 "뭐 어때,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라며 국민들에게 하고픈 말을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과 이라크 파병, 한·미FTA와 같이 첨예한 갈등을 불러온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기도 했으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며 난처해 하기도 했다. 오 대표기자는 "대통령이 한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게 해준 인터뷰였다"고 말했다. 

 

"한명숙 총리가 가진 부드러움 부러워하기도 해"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오마이뉴스>에 호의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인터뷰 직후 <오마이뉴스>에 연재 기사가 나가던 도중 그는 오마이뉴스에 직접 편지를 써서 보냈다. 대연정 시도에 대해 오 대표기자가 '패배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편지를 네댓 시간에 걸쳐 컴퓨터로 직접 썼다고 한다. 이 편지에서 그는 "나는 20년 정치 생애에서 여러 번 패배했지만, 한 번도 패배주의에 빠진 적은 없다"며 자신의 "정치 역정 전체를 꿰뚫고 분석해 봐 줄 것"을 요청했다.

 

오 대표기자는 "일반 독자가 기사에 대한 항의를 해도 가슴이 뜨끔할 텐데 대통령이 반론 편지를 보냈으니 얼마나 놀랐겠느냐"며 "이 책에 그 반론편지를 그대로 실었다. 생전에 단행본으로 냈다면 보여드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노무현은 자신이 추구하는 원칙에 이토록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인간' 노무현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고 오 대표기자는 기억했다.  "요즘 지지자들이 노무현을 대놓고 지지할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오 대표기자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서슴없이 "나 때문에 고생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오연호 대표기자는 "원칙에 충실하지만 잘못한 것은 반성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고 표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이나 한·미FTA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의 반발이 있는 사안에서도 전체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강하게 밀고 나갔는가 하면, 때로는 자신의 정치력 부족을 인정하며 한명숙 총리가 가진 부드러움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오 대표기자는 이 책에 담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천사를 언급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추천사에서 "우리가 깨어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은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오 대표기자는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은 하룻밤의 축제를 위한 게 아니었다"며 "이제는 노무현이 추구했던 게 무엇인지 차분히 공부할 때"라고 말했다. 오 대표기자는 "일산 추모제에 갔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현장에서 즐겁게 토론하고 공부하는 열기를 보여주더라"며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무현을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blog.naver.com/wien30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연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블로거 간담회,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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