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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비리 의혹으로 질타를 받았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그 덕에 본인이나 현 정부의 얼굴에는 먹칠을 했지만,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 조직에 최소한 누를 끼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에 임명된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어떨까?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가 많이 흔들리고 있어 이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세청장으로 내정 된 백용호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 중 일부다.

 

'신뢰'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굳게 믿고 의지함' 이라고 되어 있다.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미는 국세청이 더 이상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세청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서 국민들이 국세청을 굳게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일 게다.

 

그래야 세금고지서에 찍힌 세금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한치의 의심도 없이 흔쾌히 내 놓을 수 있다. 국세청이 신뢰를 얻으면 기업의 탈세 시도는 물론이고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기대조차 못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국세청이 똑바로 서 있어서, 내 유리지갑에서 칼 같이 떼어가는 세금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고, 자영업자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전부를 떳떳하게 신고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국세청에 대한 신뢰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세청 스스로에게 다른 곳보다 높은 청렴도를 요구한다. 국세청 직원들이 다른 건 몰라도 세금 만큼은 제대로 내야 한다.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어가는 세금 말고도, 재산을 상속할 때나, 집과 땅을 사고 팔 때도 나라가 정한 금액에서 단 한 푼도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스스로 신고하고 납부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세청 직원들이 그래야 국민들도 그렇게 한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길 말을 굳이 길게 했다. 바로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때문이다. 전임 청장이 로비의혹으로 물러 난 후 5개월 이상 비어 있었던 국세청장 인사 과정에 이 정도의 상식도 통하지 않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로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그런데 거래할 때는 '다운계약서'를 이용해 수천만원의 세금을 탈루했다. 거기에 대해 백 후보자는 '관행'이었고 위법이 아니라고 한다.

 

일단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세금 탈루'는 위법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찾아 낸 판례를 봐도 그렇고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봐도 그렇다. 백번 양보해서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세금 탈루가 관행이라고 해도 국세청장이 될 사람이 할 짓은 아니다.

 

국세청장 내정자가 편법 저지르고 관행이라니

 

국세청장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편법을 저지르고 '관행'이라 변명한다면, 이제껏 정직하게 신고하고 그만큼 세금 낸 사람은 바보 되는 거다. 게다가 부동산 투기 하는 국세청장이 도대체 말이 될 법한가. 쓰레기 분리수거 안 하는 환경부 장관, 성매매 일 삼는 여성부 장관, 병역기피 전력의 국방부 장관이 말이 안 된다는 것처럼, 세금 탈루한 국세청장도 안 되는 거다. 국세청장은 조세정의를 세우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라고 있는 자리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 이건 역대 국세청장의 잇단 비리로 인해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긴 하지만, 백용호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사퇴한다면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가는 건 막을 수 있다.

 

오늘자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이 천 후보자의 문제를 보고 받으면서 했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는 발언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 기준이 단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이상 버티는 건 추하다. 백용호 후보자는 진정 국세청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


태그:#백용호, #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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