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단체 소속 목사 300명이 비가 장대 같이 쏟아지던 날 14일 오후 서울 대한문과 플라자호텔 앞에서 갑자기 차도로 몰려나와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원주민 쫓아내는 개발악법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기독교사회책임은 서경석 목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기독교 NGO 단체다. 이들은 지난 2004년 11월 22일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김준곤 목사(CCC총재) 등을 고문으로,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와 김요한 목사(국제신대원총장) 등을 공동대표로 해서 출범했다.
사학법 개정 반대하고 촛불 집회 비판한 '기독교사회책임'
이들은 단체를 만든 이유로 경제위기, 실업자 급증, 사회불안 등을 꼽았다. 이런 사회 상황에서 기독교가 앞장서 할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단체가 출범한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이들은 당시 창립 선언문에서 "현 정권(노무현 정권)이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정략적으로 개혁과제를 밀어붙이고 있어 국론분열과 이념적 양극화가 심각하다. 여기에 국가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까지 가세하는 형편이다"(출범선언문 중) 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비판했던 당시 정권의 개혁과제란 무엇일까. 2004년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당시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과거사법', '신문법', '국가보안법폐지', 그리고 '사립학교법 개정' 등 소위 '개혁입법' 들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는 파행을 거듭했고, 국가보안법과 사학법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여당과 야당이 마찰을 일으키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기독교사회책임'이 출범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2004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이 극심했던 11월, 공교롭게도 기독교사회책임이 출범하면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5년 11월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거쳐 통과됐지만, 이들은 보수시민단체들을 조직해 공동성명서를 통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리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개정 사학법을 적극 반대한다. 개정사학법은 사학재단의 재산은 물론 포괄적 사유재산권에 속하는 사학재단의 경영권을 크게 제약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가 4분의 1이상이 되면 최소한 2명이 이사회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들이 의도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면 이사회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고, 더욱이 전교조 등 외부조직과 연계되어 있을 때에는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사회책임이 국내 사립학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기독교계열의 학교와 신학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이름은 사회 약자들과 소외계층들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종교 기득권 지키기'가 아닌가하는 의혹이다.
용사 참사를 과격 시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그들
용산참사 이후 '기독교사회책임'이 발표한 성명서를 읽어보면 마치 경찰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과격 시위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사태를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은 염산병과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만들어 골프공과 유리구슬을 쏘아댔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에도 사제(私製) 총과 화염방사기를 사용하여 철거민 농성을 '비타협적 빈민해방투쟁'의 수단으로 삼아온 단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철거민들을 선동해서 반정부 투쟁을 획책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해 온 전철연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략)
지금 일부 단체들은 이번 참사를 호기로 삼아 다시 촛불집회를 재개하고 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7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곧바로 '이명박 탄핵'을 요구하면서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정확하게 작년 5월부터 석 달 동안 촛불시위를 벌였던 광우병 대책회의 참가단체들이다. 이들이 용산참사를 기화로 다시 나라를 흔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불행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의 비열한 음모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모든 애국세력들이 이들의 기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2009년 1월 28일 성명서 중)
물론 성명서에는 정부의 철거민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위 내용은 철거민들의 주장을 대변하거나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한다고 보기 힘든 것들이다.
자기들 교회 철거 위기에 놓이자 도로에 누워
이처럼 용산 참사와 관련, 철거민 농성을 비판했던 이 단체가 최근 빗속에서 시위를 하며 경찰과 대치하다가 주동자들이 끌려가는 상황을 맞았다. 이 단체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지난 6월 4일 목회자 1백여 명과 함께 길거리 집회를 했다. 이유는 신도시와 재개발 지역 교회들이 보상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쫓겨날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개발에 밀려날 위기에 처한 목사들 백여 명이 비를 맞으며 기습시위를 한 데 대해 이들은 생계를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장대비가 쏟아진 14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 주변에 이들은 다시 모였다. <경향신문>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덕수궁 대한문과 플라자호텔 앞을 서성이던 목사 등 300여 명이 갑자기 차도로 몰려나와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원주민 쫓아내는 개발악법 철폐하라" "주민 재이주 대책 마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시위를 주도한 서경석 목사는 "두 차례나 집회를 했는데 언론보도가 안돼 이 방법을 택했다. 차로 점거를 통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려고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이들은 "용산 참사는 세입자들의 삶을 무시한 재개발 정책의 모순에서 비롯됐다"며 "철거 후 신축을 전제로 한 현재의 재개발 방식을 버리고, 원주민이 재개발지역에 다시 정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전면 재정비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사회책임이 용산참사 당시 어떤 성명서를 발표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행동이 그렇게 순수하게만 보일 리 없다.
자신들 이익에는 민감, 서민 대변에는 둔감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역에는 교회가 없었다. 그래서 서 목사는 철거민들을 향해 독설을 쏟아냈는지 모르겠다. 불법시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등의 성명으로 가뜩이나 하늘이 무너지는 철거민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입힌 장본인이, 이제는 자신들의 교회를 비롯해 인근 교회들이 신도시 개발이나 뉴타운 재개발로 철거민 신세가 될 위험에 처하자, 불법시위까지 감행하며 길거리에 드러눕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경석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조선족교회'는 구로4동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은 서울시가 뉴타운 재개발 지역을 발표했던 구로2동의 주변지역으로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고, 조만간 개발이 확산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서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사회책임 목사들의 기습시위는 그래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촛불시위나 용산참사로 수많은 시민이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일부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 교회들은 오히려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편을 들면서 시위대를 꾸짖었고, 친북반미세력이라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기독교사회책임의 이번 불법집회는 철저히 자신들의 기득권에만 민감하면서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소외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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