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연호 대표기자-김당 정치데스크정 리 : 이정환 기자사 진 : 권우성 기자오세훈(48) 서울시장은 "(지난 3년 동안) 강남북 격차 해소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최근 취임 3돌을 맞이한 오 시장은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잘사는 구와 가난한 구의 재정격차를 16:1에서 5.2:1까지 줄이고,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국장급 교육전담기구를 신설하고, 주거격차 해소를 위해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이런 모든 사업들이 전부 도시균형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이런 시도가 (역대 시장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가시적인 변화 역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자부했다.
"임기 마지막까지 서울형 복지가 잘 안착되는 데 주안점 둘 것"
오 시장은 또 "임기 마지막까지 서울형 복지가 잘 안착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해 올해 시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서울형 복지정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서울시는 현재 저소득층과 여성, 장애인, 어린이와 소년, 어르신들 등 다섯 가지 배려대상을 선정해 이들을 위한 맞춤형 5대 복지정책 프로젝트를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이어 "이 5가지 복지 프로젝트가 '와서 투자하고 싶고, 관광하고 싶고, 그리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는 서울시 비전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며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란 브랜드가 이 비전에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그는 이날 서울시장 응접실에서 한 시간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용산참사 후유증의 해법에 대해 "공공(정부)과 그분(유족)들이 서로 역지사지해서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인터뷰② 참조).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서울광장이 봉쇄됐을 때 "매우 답답"했고 "정부에 봉쇄를 풀 것을 여러 차례 건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시장 재선 도전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더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덕목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들었다(인터뷰③ 참조).
다음은 인터뷰 전반부로, '서울형 복지'와 '시프트'에 초점을 맞춘 일문일답이다.
"강남북 격차 해소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
- 취임한 지 벌써 3년을 맞았다. 소감부터 밝혀 달라.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듯하다. 정신없이 뛰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일에 몰입했을 때 느껴지는 시간 흐름이 보통과 다르지 않나."
- 그동안 서울시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지만 특히 어떤 부분에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강남북 격차 해소에 가장 많이 신경 썼다. 강남구나 서초구처럼 재정이 양호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재산세 세입 격차를 비교하니까 16:1 정도까지 벌어져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재산세공동과세를 시행한 결과 최근 그 격차가 5.2:1까지 줄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국장급 교육전담기구를 신설했다. 또한 임기 초에 만든 교육지원조례에 근거해서 임기 동안 3500억원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미 4분의 3을 썼다. 오래된 책상이나 화장실 등 낙후한 교육 시설 문제는 다 해소됐다. 이제는 영어 원어민 교사 등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단계다.
주거 격차 해소를 위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시스템,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관리자가 적극 개입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도심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권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런 모든 사업들이 전부 도시균형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네 번째 민선 서울시장인데,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한) 이런 시도가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가시적인 변화 역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 2009년은 서울형 복지구현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히 '서울형'이라 강조하는 이유는?"그만큼 컨셉이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해)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복지정책 하면 대부분 저소득층만 생각하지 않았나. 취임 후 배려 대상을 5가지로 분류했다. 물론 저소득층은 당연히 포함했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 그리고 어린이나 청소년, 어르신들도 배려가 필요한 약자다. 이렇게 배려대상을 분명하게 선정하고 복지정책을 하나하나 내놨다. 이것이 하나의 큰 차별점이다.
그 다음 서울형 복지는 자립과 자활 의지를 북돋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예를 자주 든다. 4인 가족 기준 합계 132만원이 안 되면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120만원 수입자는 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대부분 망설이다가 결국 그 일을 하지 않는다. 소득이 합산되면 그동안 기초생활자로서 누리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점점 안주하게 만드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자활 의지를 불태우도록 하는 것이 복지 제도의 핵심이 돼야 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희망 플러스 통장 사업을 보자. 그 어려운 와중에도 매월 20만원씩 저축하겠다, 3년 정도 허리띠를 졸라 매보겠다고 결심하면, 서울시와 자선단체가 힘을 합해 매월 100%를 얹어준다는 것이다. 액수로는 720만원을 더 보태주는 것이지만, 사람을 엄청나게 생기발랄하게 만든다. 자녀교육비를 만드는 꿈나래 통장도 똑같은 구조다."
-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의외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희망 플러스 통장 사업의 경우 100억원이면 다 해결된다. 자선사업단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서울형 복지'의 또 다른 특징- 대상자 선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그게 관건이다. 진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자립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처음에는 재산 관계를 조회해서 걸러내고, 1:1 면접을 실시하는데 굉장히 엄격하다. 자립 의지를 확인하고, 어떻게 납입할지 구체적으로 묻는다. 납입 바탕이 있어야 하니까."
- 그 외에 '서울형 복지'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희망플러스 통장이나 꿈나래 통장은 경제적인 도움이다. 정신적인 무장도 필요하다. 노숙자 숫자가 줄지 않아 실태 파악을 위해 노숙자 쉼터를 불시에 방문한 적이 있다. 가보니까 물론 불편함은 있지만 시설이 그렇게 열악하지 않았다. 목욕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식사도 나쁘지 않더라.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튀어 나간다. 그걸 보고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접한 책이 <클레멘트 코스>였다. 감동적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유 있는 이들이 즐기는 정신적인 삶을 누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자긍심을 심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희망의 인문학 과정이다.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3분의 2가 끝까지 강의를 듣더라. 올해는 수강자를 1500명까지 늘렸다."
- '여행(女幸) 프로젝트' 반응이 좋더라. 원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인데, 이 기회에 아주 여성표를 굳히기 위한 전략 아닌가."(웃음) 사실 아주 우연하게 출범한 제도다. 임기 초 여직원들이랑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청사 뒷마당을 걸으려면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고 하더라. 돌로 쭉 포장돼 있어 하이힐을 신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왜 시내에도 그렇게 포장된 곳이 여럿 있지 않나. 얼마 후 부부동반으로 시내에 나갔다가 집사람 부츠 뒷굽이 망가져 아주 고생했다. 문제가 있어도 상당히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사하는 사람도 다 남자고 하니까 하이힐에 대해 무감각하구나,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나온 정책은 다 이 모양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화장실 면적만 똑같다고 평등한 것이 아니다. 변기수가 똑같아야 똑같은 거지.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많이 녹아 있는 중앙정부식 양성평등이 아니라, 여성이 살기 편한 아파트를 만드는 것, 이런 발상의 전환을 모든 도시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 이것이 여행 프로젝트의 골자다."
- 전임 시장 시절에는 직원들로부터 왜 이런 아이디어가 안 나왔을까(웃음)."리더의 열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행 프로젝트'만 해도 초기에는 젖은 장작에 불붙이는 것 같았다. 몸에 젖은 타성을 고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끌고 온 것이다. 이제는 불이 붙었다. 각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어렸을 적에 무허가 판자촌에서도 살았던 경험이 '시프트'로
- 한때 '뉴타운 바람'이 서울을 휩쓸었던 점을 감안하면, 장기전세 시프트나 최근 내놓은 주거환경개선대책을 그때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크다. 어렸을 적에 무허가 판자촌에서도 살았던 걸로 안다.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다고 봐도 좋은가.
"그렇다. 한 집에서 오래 살지 못한 편이다. 초등학교만 네 군데 다녔다. 한 집에서 오래 살면 좋겠다, 뼈저리게 느꼈다. 그 생각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서울시에 와서 얼마 후 반값 아파트 논쟁이 있었다. 천원짜리를 500원에 주는 것이 아니라, 500원짜리를 500원에 주는 것이 무슨 반값인가. 저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에게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이 일생의 숙제다. 부동산 투기를 인생의 목적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다. 집은 꼭 사야 하는 곳이 아니다. 살면 되는 곳이다. 집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정부가 계도해야 할 판에 반값 아파트는 오히려 부동산 투기 바람에 편승하는 것이다. 철학도 옳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생각했다."
- 시프트에 대한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주택국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임대정책 검토를 지시했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주거복지 패러다임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이제까지 중산층을 위한 주거복지는 없었다. 그래서 소득 4~7분위의 서민층과 중산층은 주택문제를 민간 전·월세 시장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시행한 결과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발전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였고, 사실 내심 불안했다. 아무리 4년 동안 열심히 해도 다음 시장에게 재정적 부담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니까. 의외로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시중가의 80%만 받고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현재 아파트 분양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반증이다."
- 현재 시프트 분양가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무래도 다세대 주택이나 단독주택 전세가에 비하면 높은 것이 또한 사실이다. 일부 중대형 시프트에서는 관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분양가나 관리비를 좀 더 낮출 필요는 없다고 보나."기존 임대주택, 다세대 주택이나 단독주택 전세금액과 일대일로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시프트 전세금이나 관리비가 다소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입주 대상 계층이나 주택 규모, 입지 여건을 감안하면 일반 민간 아파트 전세금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한 가격인 것이 사실이다.
혹시 저소득층에게 배분되어야 할 주거 복지 혜택이 시프트 공급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 같다. 하지만 기존 국민임대주택이나 재개발 임대주택은 계속 공급하고 있다. 시프트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임대시장이 안정화되고, 전체적인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시프트의 진화,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 방식- 시프트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에 맞는 물량을 공급해야 하는 일종의 '딜레마'가 따른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 방식이다. 시가 사업자에게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완화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일정량의 시프트를 공급받는 것이다. 대규모 부지에 대한 민간개발을 허용해 주는 대신, 개발이익 환수 일환으로 시프트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재정 문제는 안정적인 시프트의 공급과 확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해결돼야 하는 과제다. 이와 관련하여 매입형 시프트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일단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대전제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재정 투입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최근 매입형 시프트가 늘어나고 있는데, 건축비만 지급하고 매입하는 방식이다. 의외로 돈이 많이 들지 않더라. 또 서울시 자산이 되는 것 아닌가. 매입형 시프트의 경우는 재정부담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지난 3월 임대주택법 개정으로 장기전세주택이 법제화된 만큼, 정부에 일정 부분 재정 분담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시만의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가. 그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둘 부분은 무엇인가."현재 서울시 비전이 설명해준다. 와서 투자하고 싶고, 관광하고 싶고, 그리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란 브랜드가 비전에 녹아 있다. 아까 설명했던 5가지 프로젝트가 그 비전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워낙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분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가 화두다. 서울형 복지를 잘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 임기 마지막까지 서울형 복지가 잘 안착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