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국내 시장 판매 증대와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한 '지역 총판제'를 도입해 내수 판매망을 강화하겠다고 16일 밝혔지만, 산업은행을 통한 자금 유치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대우자판을 고사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정된 판매시장을 놓고 기존 대우자판 딜러들과 새롭게 참여하는 업체의 딜러 간 경쟁 심화로 딜러들의 수익성 악화 및 이에 따른 서비스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GM대우가 총판제를 통해 내수 판매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수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서울 정비사업소 2곳의 매각을 추진해 과연 내수 판매를 위해 총판제를 도입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GM대우의 정비망은 현대·기아차에 비해 열세이다.
GM대우는 16일 내수 판매 강화를 위해 지역 총판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GM대우는 대우자판과 판매망 전략 변경을 대한 협의를 진행함과 동시에 사업 참여 희망 법인들과 MOU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GM대우는 대한색소공업, 아주모터스, 삼화제지 등 3개 회사와 자동차 국내 판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Michael A. Grimaldi) 사장은 "GM대우는 내수 판매 증대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 동안 시장에 선보일 탁월한 신제품들의 판매를 고양시키기 위해 보다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판매망이 필요하다"며, "GM대우와 대우자동차판매㈜는 상호 협력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미래 우리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총판 전략으로 옮겨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GM대우는 내수 판매 체제를 올해 말까지 도입하고, 2010년 1월부터는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릭 라벨(Rick LaBelle) GM대우 판매ㆍ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유력 회사들의 강력한 참여 의지 및 투자 계획은 GM대우의 내수판매 성장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는 기존 대우자판에 의존하던 국내 판매망 외에 추가로 사업 참여 업체를 선정함으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뉴GM' 출범과 함께 현재 10%이하인 국내 내수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증대하겠다는 포부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 얼마 후까지 GM대우의 내수 판매량은 완성차 생산의 30%를 넘었다. 2003년 전체 생산의 37%를 내수판매로 소화했다. 하지만 GM대우가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내수판매는 급감하고 수출이 급증했다.
2006년 내수판매는 완성차 생산 물량인 76만 7000대의 16.6%인 12만 8,00대에 그쳤다. 2007년에도 13%인 13만대만이 내수로 소화됐으며, 2008년에도 내수판매는 13.2%에 그쳤다.
산은 자금 지원 위한 신규 사업 진출?
GM대우의 총판제 도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4억5천만 달러 규모의 선물환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GM대우는 산업은행에 1조 7천억 달러에서 3조 4천억원의 유동성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담보 능력이 없지만 자동차 산업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지분 확보 방안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은 <부평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산은은 최근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처럼, 민간 펀드와 함께 지분을 확보하지만 경영권은 그대로 존치했다가 경영 상태가 양호해지면 지분을 다시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 등으로 자금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GM대우의 총판제 도입은 산은으로부터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란 주장이 GM대우 내부에서 나고 있다. 이는 산은이 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GM대우가 생산한 차량의 '라이센스'를 '뉴GM'으로 넘기지 않을 것 등을 제시한 것과도 연계가 되는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GM대우 직원은 "총판제 도입을 위한 내부 준비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왜 총판제를 도입해 대우자판과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의원도 "GM대우 자동차의 내수 판매 부진은 GM대우 경영진의 잘 못이 무엇보다 크다"면서, "수출이 잘 될 때 내수 판매를 위해 GM대우는 마케팅, 판촉 활동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GM대우 관계자는 "대우자판 판매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수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총판제를 도입하려 한다"면서, "대우자판과의 갈등은 전혀 아니다며, 추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내수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자판 고사작전?... "경영진 내수 판매 부진 책임"
이날 대우자판은 공식적으로 "GM대우의 새로운 사업 참여 업체를 통한 총판제 도입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라며, 불쾌감을 밝혔다.
대우자판은 "현재 GM대우의 제품 구성이나 브랜드 파워를 감안할 때 단순히 딜러만 증가한다고, GM대우가 의도하는 바와 같이 시장 점유율이 획기적으로 증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한정된 GM대우의 현 판매시장을 놓고 기존 대우차판매 딜러들과 새롭게 참여하는 업체의 딜러 간 경쟁 심화로 딜러들의 수익성 악화 및 이에 따른 대고객 서비스의 하락이 예상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1년 GM대우 출범 후, GM대우는 복수 딜러 구축을 위한 시도를 했으나, 당시 관심을 보이던 몇몇 업체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포기했다. 또한 지난 해 말 GM대우가 인천, 경기 일부지역에서 직접 판매를 시도해 보았으나 판매시스템 부족 등으로 인해 최근 철수하기도 했다.
특히나 GM대우의 신규 딜러들은 GM대우의 단일 차종만을 판매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대우자판의 딜러들은 GM대우 차량이외에도 대우버스, 대우트럭 등 상용차 판매까지 병행하는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어 사업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대우자판 관계자는 "신규 참여 딜러들은 기존 대우자판의 판매 인프라 및 전후방 판매서비스, 특히 상용차량 판매권을 이용할 수 없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가의 수입차 시장과는 달리 국내 제조차량의 판매 사업은 전국적 판매망을 갖춘 규모와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갖추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대우자판은 GM대우의 총판제 도입에 대해 "국내 판매망을 지역별로 분할해 각각 딜러에게 준다면 공정거래법상의 판매권 제한이라는 불공정거래 요소에 해당 될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 GM대우와의 비즈니스 관계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대우자판 소속 판매직원 K씨는 "GM대우의 신규딜러가 도입되더라도 대우자판이 가지고 있는 판매 전산 시스템과 출고하치장 등 다양한 인프라와 노하우는 GM대우가 쉽게 따라오지 못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대우차와 GM대우 차량을 판매해온 B씨도 "딜러는 오래가지 못하고, 잦은 영업소 개폐와 영업사원의 이직과 과다 경쟁을 통한 브랜드이미지 추락, 장기근속 영업 인력의 이탈로 브랜드 충성도가 뿌리 채 뽑히는 결과를 낳아 국내시장에서 마저 그 근거지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극단적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GM대우 노조 관계자도 "판매량 증가는 딜러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 맞는 양질의 서비스가 뒤 따라 함에도 불구, 정비사업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도 "미국 경영진 뿐 아니라, 국내 경영진도 내수 판매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도 내수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며, "대우자판은 그래도 GM대우 어려울 때 내수 판매를 유지해 왔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