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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방향'에 대한 최초의 제 고민은 제50차 촛불문화제가 있었던 2008년 6월 27일 시작됐습니다. 그때 썼던 '기사'에서는 주로 자기반성에 국한돼 있었지만 6월 10일 100만 촛불을 기점으로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2008년 6월 27일 "[거리에서 시 쓰기]1. 큰무덤")

 

저는 한동안 그 회의감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촛불공부'에 돌입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이 기록한 촛불기사와 논문, 책 들을 읽으면서 고민했습니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촛불이 광장에 고여 있으면 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장'에 있던 촛불은 다른 곳으로 옮겨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3가지 대안이었습니다. 촛불은 '광장에서 일상으로' 번져야 하고, '언론에서 문화로' 번져야 하며, '중앙에서 지역공동체'로 옮겨붙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중에서 '광장에서 일상으로'를 실행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논의된 것이 바로 '진실도우미 1000명 프로젝트' 입니다.

 

'진알시 운동'을 1000명 프로젝트로 전환시킨 이유

 

 전국과 해외에 총 12만여 부를 배달했습니다.
전국과 해외에 총 12만여 부를 배달했습니다. ⓒ 오승주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하 '진알시', www.jinalsi.net)는 2008년 촛불 이후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언론시민모임으로 광고불매운동을 하는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와 달리 전국의 언론 소외지역에 신문을 배달하며 언론청정지역을 넓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부터 지금까지 총 60여 개 배포팀이 140만부 이상의 정론매체(경향, 한겨레, 미디어오늘, 시사인, 위클리경향, 한겨레21 등)를 배달했고, 소액 후원금으로만 2억원이 쌓여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역팀 중심으로 지역배포, 본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광장배포(예 : 노무현 대통령 추모 국면 총 40만 부 / 미디어악법 50만 부 집중배포)를 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알시'의 운동방향은 서울광장에서 '지역광장'으로 옮겼을 뿐 '광장'이라는 틀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진전시켜 이번에는 지역팀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배포활동을 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여 진실을 알리는 '1000명'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지금까지는 '50만 부'나 '40만 부' 등 '부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1000명 프로젝트'는 '사람'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배포의 대상도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친구, 단골가게 손님 등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 표현하면 이른바 '진실다단계'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이기 때문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신뢰가 다르고 힘이 커집니다.

 

'진실다단계' 조직화에 나서다

 

운동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매주 새벽에 신문을 받고 광장에 나가 자원봉사를 하는 일은 일반 시민의 처지에서 보았을 때는 큰 부담입니다. 이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담아서 프로젝트를 설계했고 시민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항상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두렵고 떨리지만 이번만큼은 언론 시민운동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실험이기 때문에 성공이 절박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100명, 200명 하더니 1000명을 넘어서고 1100명, 1200명을 넘어섰습니다. 성공예감입니다.

 

'진알시'는 2009년 6월 29일부터 3대 정론매체와 협의해 14만여 부의 특별판을 제작해 배포활동을 했습니다(시사인 6만, 한겨레21 5만, 위클리경향 3만). 1차 배포 20만부를 하면서 배포 기간 동안 위클리경향은 평소의 10배, 한겨레21은 8배, 시사인은 7배의 부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차 배포는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가정에서 매체를 받고 배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인데, 이틀 만에 5천부 이상이 접수되면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프로젝트 전인 6월 3주에 비해 10배 가까이 페이지뷰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다음 아고라나 언론사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퇴조하는 흐름과 비교해 볼 때 커다란 힘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 : 다음 디렉토리 검색)
프로젝트 전인 6월 3주에 비해 10배 가까이 페이지뷰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다음 아고라나 언론사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퇴조하는 흐름과 비교해 볼 때 커다란 힘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 : 다음 디렉토리 검색) ⓒ 다음

의미 있는 것은 전국 16개 시도에서 고르게 배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강원이나 제주, 해외에까지 특별판이 배포되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제작과 조달은 '진알시'와 3대 정론매체가 담당했지만 회원들이 택배비를 직접 내고 직접 품을 팔고 자기 시간을 들여 홈페이지(www.jinalsi.net)에 후기를 남기면서 '진알시'만의 잔치가 아니라 전국 1000명 시민들의 잔치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해외배송의 경우 착불이 불가능하고 먼 지역은 6만원이 넘는 배송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선뜻 내주셔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 사시는 백수미 님은 해외 신청자들의 배송비용으로 써달라며 거금을 입금해 주셨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제가 시사인 100부 신청비 (30만원) 보내 드릴 테니 어느 곳에서 어떻게 배포하실지는 진알시 담당자님께서 알아서 해 주세요. 여러분의 활동이 너무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달리 도와 드리지 못하고 돈으로만 해결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곳에 비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송금하고 다시 이메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수줍은 자원봉사자들의 소박한 배달 이야기

 

특별판을 신청하시는 분들께 짧게 각오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배달을 하고 나서 후기를 남겨달라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전국으로 특별판이 배달되자 진알시 홈페이지에는 훈훈한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친절한유씨씨' 님의 글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지하철에서 승객들에게 '영업'을 해봤다고 합니다.

 

"회사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리고 가방에 고이 모셔둔 정론지 30부를 꺼내들었는데 막상 입술이 떼어지지 않더라구요. 약간의 식은 땀이 이마를 적시고 있을 쯤! 지하철을 갈아타야 할 역이 두 정거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 오늘 아니면 이걸 집에다 쌓아둘 거잖아! 용기내자!'

이렇게 생각하고 한 부를 손에 쥔 다음 지하철 안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집에 돌아가시는 서울시민 여러분,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시끄럽더라도 잠시만 귀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약 1분간, 제 손에 있는 위클리 경향을 배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엔 이렇게 정리했죠.

"노무현 전 대통령 가시는 길에 아쉬움이 남는 분이나 그분의 삶에 대해 되볼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딱 30부만 나눠드립니다"

그랬더니 제 뒤에 있던 분부터 "한 부만 줘봐요", "저도 주세요", "여기요!" 이런 말들이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렇게 지하철 한 량을 돌았더니 딱 한 부 남았습니다.

                                                                          - 친절한유씨씨 님의 후기 중 일부

 

이 외에 독일 함부르크(Hamburg) 지역에 주재원으로 근무하시는 '민성아빠' 님으로부터 함부르크 지역 한국 식당 5곳, 그리고 교포/주재원 지인 분들에게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알시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배포방법을 알려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닉네임 'dopio' 님은 "지하철에 그냥 두고 내리는게 아니라 '보신 후 다음분을 위해 다시 두고 내려주세요'라는 식의 스티커를 붙이려고 한다"는 아이디어를 남겨 주셨습니다.  

 

비구니 스님, 관광버스 기사님, 야학에서 할머니를 가르치는 선생님, 생협 직원, 공무원, 교수님, 대학원생 등 직업군, 계층,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분들이 1000명 프로젝트를 빛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미디어악법의 진실을 알리는 또 다른 1000명 프로젝트

 

 카페를 운영하는 '조땡점빵' 님은 가게 앞에 위클리경향 특별판을 배포한다는 깜찍한 게시판을 만들어서 배포활동을 해주셨고 '인증샷'까지 남겨 주셨습니다. 이렇게 1000명 프로젝트는 1200여 가지의 집단지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판 신나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조땡점빵' 님은 가게 앞에 위클리경향 특별판을 배포한다는 깜찍한 게시판을 만들어서 배포활동을 해주셨고 '인증샷'까지 남겨 주셨습니다. 이렇게 1000명 프로젝트는 1200여 가지의 집단지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한판 신나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 조땡점빵

현재 민주당이 등원을 선언하면서 국회에서 미디어악법이 통과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알시는 1000명 프로젝트 대성공을 밑천 삼아 일상으로 미디어악법의 실상을 알리고자 <미디어오늘>과 함께 미디어악법 특별판을 제작, 배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개월 동안 <미디어오늘>은 미디어악법에 대한 특별기사를 매주 싣기로 했고, 진알시는 전국 네트워크망, 개인 네트워크, 유관기관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이용해 이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7000부를 확보해 대한문과 전국 개인 자원봉사자에게 모두 배포하였습니다.

 

미디어악법 진실도우미 역시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고 7월 16일 현재 200여 분이 신청을 해주신 상태입니다. 언론에서 미디어악법에 대해서 보도를 많이 했지만, 시민들이 직접 문제의식을 갖고 주위 사람들에게 설득을 하는 직접 행동 캠페인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미디어악법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더욱 기세등등해서 법안 강행을 하려고 하고,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하는 데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들이 행동으로서 미디어악법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면 여당과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미디어악법이 통과되더라도 시민들은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좌절감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진알시' 홈페이지(http://www.jinalsi.net/)에서 미디어악법 특별판 신청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1,000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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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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