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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안산 원곡동 지역에서 출입국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규탄집회가 15일 오전 10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소속 활동가 20여 명이 모여서 진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출입국 단속 과정의 폭력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퍼포먼스는 안산에서 있었던 것과 같이 맨발에 상의를 탈의한 가운데 수갑 모양의 은박지를 둘둘 말아 양손에 채우고 서 있는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기자회견장 주위에 있던 경찰 측으로부터 제지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방패를 든 경찰들이 퍼포먼스 진행자들을 둘러싸더니, 얼마 안 있어 세종 파출소에서 출동했다는 경장 계급의 두 명의 경찰이 퍼포먼스 진행자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경찰들은 일반 시민으로부터 상의를 탈의한 모습이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다고 하며, 상의를 입지 않을 경우 경범죄로 처벌될 수 있으니, 퍼포먼스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였다.

 

"퍼포먼스는 기자회견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난데, 방해하면 됩니까? 방패를 치워주면 금방 끝납니다. 5분이면 됩니다."

"옷을 입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옷도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맨발로 잡아가며 폭력을 휘두른 것을 지적하는 자린데, 그걸 막으면 됩니까?"

"옷을 입지 않으면 경범죄로 처벌하겠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것입니까? 기자회견 자리에서 퍼포먼스 한다고 처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기자회견 한다고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경범죄 처벌 근거가 뭡니까?"

"시민 신고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취재 중이던 기자들 중 한 명이 "일반 시민이 신고했다면, 신고접수가 돼 있을 테니, 신고자 확인이 되느냐"고 질문하자, "지령실에서 연락이 와서 출동했다"며 말을 돌렸다. 이렇게 경찰 측과 옥신각신 하는 사이, 기자회견 주최 측에서 구호 제창이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구호제창은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로 처벌할 수 있다"는 방송이 두 번에 걸쳐 나왔다.

 

일반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시민단체들의 경우 실내 기자회견보다는, 옥외 기자회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간 옥외 기자회견에서 구호 제창은 일반이었다. 구호 제창은 기자회견 진행 방법 중 하나의 의사 표현 방식이자, 집단적 정치적 의사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껏 기자회견장에서의 구호제창에 대해 제지를 하는 경우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당일 경찰은 구호 제창에 대해 유독 까다롭게 굴었다. 기자회견 참여자 전원을 연행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방송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하는 것이었다. 당일 기자회견 자리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경찰은 없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의사표시마저 제한하며, 공권력을 남용하는 고압적 자세의 경찰만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에 경범죄 엄포하는 경찰 측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가라'는 말밖에 안 된다.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조항은 아무 구실도 못한다는 말인 셈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기자회견도 경범죄 처벌 대상이 돼 버렸다.


#경찰#표현의 자유#기자회견#출입국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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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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