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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카카두국립공원의 모습
 드넓은 카카두국립공원의 모습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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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카카두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

카카두(Kakadu)국립공원으로 떠난다. 카카두국립공원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만큼이나 호주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호주 북부를 찾는 사람은 꼭 들르는 국립공원이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입장료를 받는다. 일주일동안 머무를 수 있는 입장권과 안내 책자를 들고 공원에 들어선다. 이 국립공원의 규모는 엄청나다. 일주일 동안 자동차로 돌아다녀도 모두 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공원이다. 

일단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캐러밴 파크를 찾아가 텐트를 친다. 캐러밴 파크에는 관광버스도 두어 대 주차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큼지막한 관광버스를 타고 호주의 오지를 관광한다. 우리도 텐트를 치고 안내 책자를 보며 관광에 나선다.

늪지에서 새를 보는 곳이 있어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멀지 않은 길은 걸어가는데 파리가 보통 많은 것이 아니다.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몇몇 사람은 벌집에서 꿀을 따는 사람들이 쓰는 망사를 연상시키는 얼굴 가리개를 쓰고 걷는다. 넓은 늪지대에는 많은 새가 먹이를 찾고 있으나 흔히 사진에서 보던 수백 마리의 새가 하늘을 나는 광경은 구경할 수 없다. 

카카두국립공원에는 유명한 폭포가 많다. 그러나 그곳에 가려면 사륜 구동차가 있어야 하기에 폭포를 구경하는 그룹에 끼어들었다. 다음날 아침 약속한 장소에 나가니 10여 명의 관광객이 나와 있다. 우리를 빼면 모두 젊은 남녀들이다. 지프차 뒤 칸을 나무판으로 고쳐 최대한 많은 좌석을 만들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관광객을 태우고 지프차는 흙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물이 제법 흐르는 개울을 건너기도 하면서 꽤 오랜 시간을 걸려 첫 번째 주차장에 도착한다. 야영장이 바로 옆에 있고 물이 흐르는 곳이다. 흐르는 물에 빈 플라스틱 병이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자연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안쓰럽다.

첫 번째 도착한 짐짐(Gim Gim)폭포는 3주 전에만 해도 물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건기라 물이 조금씩 흐르기만 한다. 높은 낭떠러지 그리고 험한 계곡에 있는 폭포는 우기 때 엄청난 양의 물이 흐르면 웅장할 것이다.

카카두국립공원은 원주민이 그린 벽화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가는 곳마다 원주민이 그려 놓은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안내원의 말을 빌리면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고 계곡 뒤로는 관광객의 출입을 금지 시키고 있으며 원주민들이 그들 나름의 생활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한다.

카카두국립공원(Kakadu Notional Park)의 광활한 늪지대
 카카두국립공원(Kakadu Notional Park)의 광활한 늪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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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곳곳에서 원주민이 그린 벽화를 많이볼 수 있다.
 공원 곳곳에서 원주민이 그린 벽화를 많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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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인 쌍둥이(Twin Fall)폭포로 향한다. 이곳에서 사람이 즐겨 찾는 쌍둥이 폭포는 차에서 내려 600미터 정도 강을 수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기보드를 타고 올라가는 데 수영을 할 줄 모르니 조금 겁이 난다. 아내는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경하기를 포기했다. 나는 이곳까지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돈도 아깝고 해서 용기를 내어 올라갔다. 다른 그룹에서 온 나이가 든 사람들도 올라가지 못하고 강가에 앉아 있다.

노는 것도 젊을 때 놀아야 제대로 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금지곡 이었던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옛날 어른들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쌍둥이 폭포에는 리치필드 공원에서처럼 사람들이 폭포 밑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흔히 한국에서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을 선녀탕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각난다. 이곳은 호주의 선녀들이 놀았음직한 아름다운 환경이다.

지프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유럽에서 온 젊은 청춘 남녀들이 여행 경험을 나눈다.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다. 동남아에서 경험한 이야기들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쇼핑하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이야기, 싱가포르는 여행객을 위한 싼 숙박소가 없더라 하는 이야기 등.

이 젊은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돌아가 사회에 진출해도 요즈음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을 평가할 것이다. 한국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귀를 기울이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불타는 카카두국립공원

개미와 파리 그리고 더위와 싸우며 엄청난 계곡으로 둘러싸인 카카두국립공원에서 나흘을 지내고 떠나는 데 산불이 나서 도로가 연기로 가득 차 있다. 커다란 까마귀 떼들이 둥지가 타는지 불나는 숲 위를 나르며 전전긍긍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창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가 확 밀려온다. 한두 장 성급하게 찍고 창문을 닫는다. 호주에 산불이 많이 나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산불을 대하기는 처음이다.

호주의 오지에서는 산불을 일부러 놓는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매년 뱀을 쫓아내고 사냥을 쉽게 하려고 정기적으로 산에 불을 놓는 것이다. 지난번에 들렸던 캐서린 계곡(Katherine George)에는 전통적으로 원주민들이 하던 대로 매년 산불을 놓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몇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며 불을 놓던 것을 이제는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산불까지 겹친 더위를 마지막으로 다음 목적지인 앨리스 스프링(Alice Springs)을 향하여 떠난다. 목적지까지 하루에 가기에는 너무 멀어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도시 테넌트 크릭(Tennant Creek)에서 하루를 지내려고 캐러밴 파크를 찾았다.

캐러밴 파크에 아주 저렴한 가격의 방이 있어 방을 빌렸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형편없는 방 한가운데 침대 하나 덩그러니 있다. 그러나 좁은 텐트 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이 좁은 방이 작게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간사하기 이를 데 없는 동물이다. 시드니에 있는 단독 주택도 크다 작다 하며 이사 다니던 때가 바로 어제 일 같은데...

공동 부엌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가 젊은 한국인 남녀를 만났다. 호주에 살고 있는데 같이 여행 중이라고 한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 보이지도 않는 아주 젊은 남녀 둘이서 여행을 같이한다. '남녀 칠세 부동석'을 이야기하는 노인들께서는 혀를 찰 노릇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여행하는 소감을 물어보았더니 이미 사진에서 보던 것들이라 크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다는 시큰둥한 대답이다. 

사실 내가 여행하는 곳의 절반 이상은 텔레비전이나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곳이고 보아왔던 곳이다. 그러나 나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한다. 자연은 보여줄 뿐이다. 이러한 자연을 보고 어떠한 느낌이 드느냐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다. 한 마리의 새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운다고 느낄 수도, 노래한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처럼.......

카카두 공원에서 유명한 쌍둥이 폭포 (Twin Fall)
 카카두 공원에서 유명한 쌍둥이 폭포 (Twin Fall)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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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카카두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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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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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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