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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물폭탄이 온 나라를 물난리 속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비다운 비 한 번 오지 않다가 만난 물폭탄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고향이 사천만입니다. 사천만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맨 처음 사용한 역사가 깊은 곳입니다.

 

역사가 깊은 곳이지만 여름만 되면 동네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유는 경남 진주시에 있는 남강댐 때문입니다. 남강댐은 '진양호'라고 부릅니다. 비가 많이 오면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냅니다.

 

진양호에서 물을 흘려보내는 시간에 밀물이 되면 사천만 저지대는 침수가 됩니다. 요즘 이명박 정부가  부산 물 공급을 위해 남강댐 운영수위를 41m에서 45m로 높이려고 하는데 만약 그대로 추진되면 사천만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지난 2-3년 동안 진양호에서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물을 자주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진양호에서 사천만까지 이어지는 강 이름이 '가화천'입니다. 가화천을 통하여  세차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자연하천이었는데 콘크리트로 제방을 만들어 물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진양호 흙탕물은 사천만까지 흙탕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이렀는데 만일 남강댐 수위를 더 높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걱정입니다. 진양호가 진주시 안에 있기 때문에 남강 본류로는 물을 많이 흘러보낼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천만으로 물을 흘러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흙탕물로 변해버린 사천만을 보면서 동생 부부, 아내와 함께 '4대강 정비사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마디로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형수님 녹색성장이 무엇인지 아십니꺼?"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자주 하는 말이잖아요?"

"선진국에서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농촌을 살리면서, 나무를 심는 것입니더. 먹을거리와 함께 산을 살리는 것이 녹색성장인데 4대강이 그런 것입니꺼."

 

옆에 있던 제수씨가 말했습니다.

 

"아니 보를 만들면 물이 잘 흘러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것이 강을 살리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요."
"바로 거기다. 보를 만들면 물이 고인다 아이가 물이 고이면 썩는기라. 물이 썩어면 강은 죽은 기다."

"내 같은 사람도 보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을 알겠는데 대통령과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나."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생각하는 '녹색성장'과 우리가 생각하는 녹색성장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내가 말했습니다.


"그렇지. 이명박 정권이 생각하는 녹색성장이란 강을 콘크리트로 개발해놓고 콘크리트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녹색성장이야. 말은 좋지 녹색성장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우리나라 좋은 강들 다 죽이는 거다. 4대강에 들어가는 수 십조 원 가지고 다른 일에 써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형수님, 강이 오염되는 이유는 본류 때문이 아이라. 샛강 아입니꺼. 샛강이 오염되니 본류가 오염됩니다. 샛강부터 살리면 본류는 손을 안 대도 살아납니더."

"왜 그것을 모를까요?"

"나는 안다."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옛날 노가다 생활하는 것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으니 그렇지.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으니 그렇지요."

 

시골 사는 사람들도 4대강 정비사업이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을 죽이는 일임을 알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만 모르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답답했지만 처음으로 고추를 땄습니다. 막둥이가 따라 나섰습니다. 바란 마음만큼 고추가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농약을 치지 않은 고추를 먹는 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걱정은 올해 비가 자주 와서 고추가 썩을 수 있습니다. 고추 농사를 많이 짓는 분들이 고추를 말리는 기계가 있지만 우리 집은 햇볕에 말립니다. 비가 자주 오면 고추가 금방 썩어버립니다. 적당한 비와 적당한 햇볕이 고추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 아니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하늘은 오랫만에 물폭탄을 퍼붓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린다면서 돈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 4대강 돈폭탄과 물폭탄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해도 끔찍해집니다.

 

 


태그:#진양호,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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