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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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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로 13번째 생일을 맞는다. 나는 영화 마니아는 아니다. 단지, 부천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보니, 3년 전부터는 부천에 살기 시작하다 보니, 부천영화제를 하면 영화만 몇 번 봐 준 일반 관객이다.

몇 년 전에는 친구에게 이런 제안을 해 보았다. "어때? 하루 종일 영화 한 번 안 볼래?" 그날은 그 당시에는 공휴일이었던 제헌절 7월 17일이었다. 친구와 나는 11시 영화, 2시 영화, 5시 영화, 8시 영화, 이렇게 4편을 내리 보았었다.

우리나라에는 영화제를 하는 도시가 많다. 한 번도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 영화를 보러 간 적은 없었다. 부천영화제만 내가 근무하는 곳, 지금은 사는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부담없이 보러 갈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철저하게 일반 관객의 눈높이에서 하는 이야기다. 부디 전문적인 비평을 기대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부천 영화제는 장마와 함께

부천 영화제는 항상 7월 중순에 시작한다. 방학하기 조금 전에 시작해서 방학기간에 걸친다. 그래서 방학을 맞이한 교사들이 함께 많이들 보러갔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라서 문제도 있다. 바로 장마철이라는 것이다.

작년, 재작년에는 그닥 비가 많이 오지 않아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지만, 올해는 이 영화제 기간, 즉 장마철! 참 비가 많이 온다. 그래서 부천 영화제 상영관을 오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판초를 닮은 분홍색 우비를 입고 안내를 해 주고 있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나는, 영화 한 두 편 보려다가 이틀이나 비를 잔뜩 맞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올해 이렇게 비를 맞으며 영화를 보러 다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영화제 시기를 좀 늦추면 안 되나 하는 생각. 하지만, 어찌보면 비를 쫄딱 맞으며 친구와, 연인과, 동료들과 영화를 보았다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한 주최 측의 배려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런 배려는 안 해 줘도 괜찮은데 말이다.

부천영화제를 보러 오면 상영관 사이를 어떻게 오가는가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세버스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입석은 허용하지 않는다.

개막작 <뮤>

부천영화제 개막작 <뮤>
 부천영화제 개막작 <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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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개막식을 하는 날은 야간자율학급 감독이 있어 9시가 넘어 퇴근했기 때문에 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영화 <뮤>를 다른 상영관에서 상영했다. 영화를 보는 안목이 없는 나는 개막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 <뮤(MW)>는 누출되어 그 지역 주민을 살해한 독가스 뮤(MW)의 정체를 숨기는 정부와 복수심에 불타는 개인의 대결을 다룬다. 일본 드라마와는 참 먼 나마저도, 누군가에게 얻은 불법다운로드 파일로 본,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타마키 히로시(玉木 広)가 주연을 맡았다. 깡마른 몸매에 신분을 감추기 위해 변장까지 한 그를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계속 보다 보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멋지기만 했던 치아키 선배가 그였다.

부천영화제 가이드북이 소개한 것처럼 이것은 일본형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예전의 일본 블록버스터가 어땠는지 나는 모르기 때문에, 이것이 일본형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을 열었는지 닫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블록버스터답게 방콕, 도쿄 등 여러 도시를 넘나드는 숨막히는 추격전, 냉혹하고 영리한 킬러, 치밀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더불어 타마키 히로시의 깡마른 몸과 깡마른 얼굴에서 나오는 매력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키크고 깡마른 남자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아주 친절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 나이에 타마키 히로시의 팬이 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쉽게 볼 수 없는 여러 나라의 영화들

몇 년 전 친구와 제헌절 하루 종일 영화를 보던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독일 영화였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계속 결혼하고, 계속 남편을 살해한 어떤 부인의 이야기였는데,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는 <러브러브 익스프레스>라는 흔히 볼 수 없는 태국의 영화도 보았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도 영화, 발리우드 영화 이야기이다. 발리우드란 인도의 영화도시 봄베이를 말한다. (현재 인도에서는 봄베이가 아니라 뭄바이라고 부르고 있다.)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수의 영화를 만든다는 곳이 인도의 발리우드 뭄바이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영화의 특징은 영화 중간에 반드시 춤과 노래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부천영화제에서 <까삐꾸시 까삐깜>(기쁠 때나 슬플 때나)을 보았고, 작년에는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를 다룬 <조다와 아크바르>를 보았다. 월드컵을 전후한 시기에는 인도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이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일반 개봉을 하기도 했었다.

나는 제 3세계 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인도 영화 마니아도 아니며, 영화 이론이나 미학에 관심을 둔 이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인도의 뮤지컬(?)스러운 영화들은 현실을 호도하고, 인도 국민들에게 환상만을 심어주어, 현실의 모순을 망각하게 하는 부정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영화이든 잘 만든 작품은 쉽게 극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 영화 <빌루>의 한 장면. 왼쪽의 남자 배우가 <샤루 칸>이다.
 인도 영화 <빌루>의 한 장면. 왼쪽의 남자 배우가 <샤루 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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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는 부천영화제에서야 간신히 접할 수 있는 참 보기 힘든 장르의 영화이다. 인도 영화 마니아야 '샤루 칸'이라는 인도의 유명 배우를 잘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그를 모른다. 몇 년 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한 <데바수스>, 올해 상영할 <빌루>에 그가 출연한다. 발리우드 영화를 알고 싶다면 관람해 볼 것을 권한다.

부천영화제에서 건진 최고의 수작 <무사시>

오늘 11시에 <무사시>라는 일본 애니 다큐를 한 편 보았다. 같은 시간에 <크라바트> <초콜렛> 이라는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다른 곳에서 상영되었기에 나름 상당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결정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내가 내린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사시>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런데 그것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아주 귀엽게 생긴 아저씨 나레이터가 무사시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해 준다. 나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여, 이것이 2D 애니메이션 기법인지, 3D 애니메이션인지는 아쉽게도 전혀 알지 못한다.

애니 다큐 <무사시>의 한 장면. 과거의 인물 무사시는 거의 흑백톤으로 처리했다. 단, 피를 흘리는 장면에서 피의 색만 붉은 색으로 표현한다.
 애니 다큐 <무사시>의 한 장면. 과거의 인물 무사시는 거의 흑백톤으로 처리했다. 단, 피를 흘리는 장면에서 피의 색만 붉은 색으로 표현한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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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도를 하기에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가 쓴 병법서 <오륜서>도 사서 읽어 보았다. 그가 1:1 대결이 아닌, 말을 타고 전쟁에서 나가 공을 세우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들었다. 서양의 기사들이 무겁고 두꺼운 갑옷을 입고 문장이 새겨진 방패를 든 이유도 오늘 처음 다큐를 보고 알았다. 그래서 왜 서양의 기사들이 몽골이 유럽을 쳐들어갔을 때 쉽게 무너지고 몽골 군대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명확하게 이해했다.

72분짜리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는 이런 생각만 들었다. 어디서 이 영화 파일 구할 수 없을까? 분명 일반 개봉을 안 할 터이니 DVD도 없을 텐데.... 이런 좋은 수업 자료를 어디서 구하나! 아, 안타깝다!

다양한 영화가 주는 즐거움에 동참해 보자

10년 전에는 부천영화제가 하나 보다 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냥 한 번 가 주었을 뿐이었고, 지금은 우리 동네 영화제이기에 보아줄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 다양한 영화를 만나면서 이 영화제를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국식 할리우드 영화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영화관 사정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이제는 여러 나라의 보석같은 영화를 발견하고 나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부천영화제에 한 번 와서 맘에 드는 영화를 선택해서 관람해 보라고. 인터넷으로는 매진되었어도 현장 판매분은 항상 남아 있다. 몇 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뮤(MW)>도 현장에 10분 전에 도착해 현장판매로 표를 사서 볼 수 있었다. 만약 이 영화제를 놓친다면 다른 영화제도 한 번 가서 보기를 권한다. 진정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부천영화제의 13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를 소개해 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은 2009.7.16.~2009.7.26.이다.



태그:#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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