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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자전거도시 부평의 모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와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이하 부평의제21),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은 16일 '자전거도시 부평'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부평구 담당 공무원과 부평구의회 의원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토론을 전개했다.

 

자전거이용 활성화의 4가지 기본 전제조건

 

우선 발제자로 나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박사는 자전거이용 활성화의 기본 전제조건을 발표한 뒤 해외사례를 들어 활성화 모델을 설명했다. 설명 후 인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자전거도시 부평'의 구상을 분석해 활성화를 위한 추가요소를 덧붙였다.

 

백 박사는 자전거이용 활성화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크게 4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는 많이 탈수록 안전해진다며, 그러기 위해 '마이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타려면 독일과 네덜란드와 같이 자동차(마이카)에 대한 강력한 규제 계획이 필요하다. 살만한 도시는 도시 중심부에서 개인승용차 진입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그래야 도시에 활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도심 88㎢ 안에 그린존(Green Zone; 시속 30㎞ 제한구역)을 입법화해 차량속도를 규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15%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다. 영국 런던의 경우 지난 2003년에 도심부에서 교통혼잡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교통이 15% 증가한 반면, 교통사고(자전거 사용자 포함)는 8% 감소했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주거지에서 안전성의 확보다. 이를 위해 자전거도로라고 하는 '선'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면' 즉, 공간적 접근이 중요하다. 백 박사는 "하이웨이라고 하는 간선 성을 확보하면서도 가로(Street)에 Zone30구역(시속 30㎞ 제한구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의 경우 시속 30km 제한구간이 3800km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도로의 72%에 해당한다. 공간적인 속도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 파리도 녹색이웃(Quartiers Verts: Green Neighborhoods)제도를 통해 프랑스판 Zone30을 실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도심부 교차로에서 교통약자에게 우선 통행권을 주는 것이다. 승용차보다 대중교통, 대중교통보다 자전거, 자전거보다 보행자, 보행자보다 장애인에게 통행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도심에서 발생하는 자전거 교통사고 중 교차로 유출입부 사고가 가장 많아 약 65%에 이른다. 신호체계 개편을 통해 보행자와 자전거이용자에게 우선권을 줘야한다.

 

백 박사는 네 번째 전제조건으로 생활형 자전거 교통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자전거이용 활성화는 바로 생활밀착형 자전거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것. 이를 위해 자전거 교통 표지판부터 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부평,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는 이상적이나 단절은 아쉬움

전용도로 설치와 더불어 '자전거 전용공간' 중요

 

인천시는 부평권의 생활중심지인 부평대로를 중심으로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동서방향으로 지하철역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박사는 "전용도로 네트워크 구성이 좋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는 도로 다이어트(차선 수 감소와 차로 폭 축소)와 노상주차면 삭제를 통해 도로 양쪽에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매우 이상적인 형태"라며 "부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혁신적인 '차도 위 분리된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미진한 점으로 자전거전용도로의 단절된 구간을 꼽았으며, 전용도로 구간 이외에도 공존하는 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부평대로는 간선도로의 성격이 강하고 네트워크의 중심 축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구간 중 부평구청역부터 갈산역, 계양구를 잇는 구간이 단절돼있어 향후 계획에 반영되길 바란다"며 "분리된 자전거도로 이외에도 공존하는 도로, 우선통행권을 가지는 구역(Zone30)등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해 거미줄 같은 자전거도로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병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자전거도로에도 간선과 지선 개념을 도입해 자전거도로의 기능의 효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최고의 자전거도시로 손꼽히는 포틀랜드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도로를 설치했다. 특히, 포틀랜드는 자전거가 우선통행권을 가지는 공존도로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공존도로는 도심 중심부에 발달했다.

 

베를린의 경우도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통행권을 가지는 공존도로 'Zone30'을 도입해 전체도로 연장의 70%에 적용했으며, 나머지 30%의 도로에는 방사선망․순환망 등 주간선 자전거도로망과 세부적인 지선망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백 박사는 이 같은 해외사례의 모습 중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살려 자전거이용자를 위해 선정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하자며, "차량속도와 교통량을 감소하는 게 최우선 정책이다. 만약 감소가 불가능하다면 보행과 자전거, 자동차를 분리해 우선순위를 정하자.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 폭이 좁다면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이 모두는 거미줄 같은 도로망 구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도시를 위해 주민과 소통 매우 중요

"차량정체 심한 도심은 정체 절대 안 풀린다"

 

최근 부평에서는 상인들이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는 반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인즉 인천시가 보행환경개선과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해 방사형태의 도로망을 가지고 있는 부평시장 일대에 'X'자 형태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려 했으나 이 일대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부평구 최신현 자전거팀장은 "상인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일의 추진이 더뎌지고 있다"며 "시의 계획은 우선 폭 20m의 간선도로에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향후 지선까지 확대할 계획인데 앞으로도 반대하는 상인이 발생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인태연 상임대표는 "기본적으로 자전거도시는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행정이 상인들을 설득하는 데 부족한 면이 많았다. 이는 'X'자 도로구간이 아닌 다른 구간에 대해 상인들이 동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자전거도시가 지닌 매력에 대한 설명 없이 토목공사 하듯 접근하니까 반대하는 거다. 문제는 소통이고 주민참여다"라며 "상인문제는 상인이 해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우선 'X'자 도로는 기존 계획과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상인들을 주체로 세우면 해결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전거도시를 구축하는 데 있어 행정의 소홀함은 과다한 업무량에 비해 적은 인력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평구의회 신은호 의원은 "자전거팀이 있긴 하지만 너무 열악하다. 또한 계획은 시에서 세우고 실행은 구에서 한다. 집행하는 데도 인력이 부족해 소통에 더욱 문제가 생긴다"며 "개선을 위해 구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평구자전거이용활성화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에 따른 우려 중 도심 내 정체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남철 박사는 "도심 내 정체구간의 문제는 이제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방법이 있다면 대중교통을 강화하고 자전거를 확대하는 데 있다"며 "마이카 규제가 녹색교통의 출발점이다. 정체구간을 더 정체를 심하게 만들어 더욱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외에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 독일과 영국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자전거타운, #자전거네트워크, #ZONE30,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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