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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7일이면 말 많고 문제 많았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시작된다. 이번 행사는 80일 동안 개최되며, 총예산은 1,360억원이 쓰인다. 명칭 문제로 인한 국제적인 망신을 시작으로 티켓 강매, 기업에 수백억원의 찬조금 요구 등 그야말로 무리에 무리수를 던진 이번 행사의 결과가 어떨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인천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인천을 세계에 알릴 수 있고, 인천을 명품도시로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시민들에게 행사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무엇을 세계에 알릴 것인지, 어떤 도시가 명품도시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과연 오늘 인천의 현실이 어떤지, 인천시민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인천시당국은 알고 있는 것일까?

 

안상수 인천시장은 최근 3선에 도전하겠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하는 것이야 자유의사라고 하지만, 인천시민 앞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는 유권자인 인천시민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난 7월9일 인천상공회의소에서는 인천지역고용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연구자료에 의하면, 인천의 실업률은 5.1%, 비정규직 비율은 52.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정도의 통계만으로도 인천시민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더 심각한 것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쓰이는 사회복지예산과 고용창출관련 예산도 인천시가 꼴찌 수준이라는 것이다. 2008년 시본청예산을 기준으로 사회복지예산은 12.04%로 광역시 중 꼴찌이고, 고용관련 예산은 0.13%로 0.07%인 울산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이다.

 

이와 같은 통계는 인천시당국이 실업과 사회복지 같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 예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서민에 대한 인천시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인천이 전국에서 실업률이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률 또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과 인력이 필요한 기업을 연결해 주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은 실업대책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다. 예산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이런 정책에도 인천시가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천시 당국이 인천시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손 놓고 있는 동안 인천시민의 삶의 질은 전국에서 최하위권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용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90.8시간으로 7개 광역시 중 가장 많았고, 월평균임금은 218만원으로 전국평균 233만원보다 낮았다. 인천시민이 일은 많이 하고 돈은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 취업자 비율도 40.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실업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인천시가 여성의 일자리까지 신경 쓰기는 만무했을 것이다.

 

오늘 인천의 현실은 앞서 언급한 고용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명품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근 두바이의 몰락을 시사하는 여러 기사가 우리에게 전해졌다. 사막에 수백층의 화려한 건물을 짓고 단기간에 명성을 얻었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그야말로 사막위의 모래성처럼 허물어져간다는 내용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에서 기본과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국가와 문명은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인천시가 세계에 알리려고 하는 것은 인천시의 실업률이나 비정규직 비율, 사회복지수준, 여성 노동자 취업현황과 같은 기초와 기본이 아닐 것이다. 단기간에 천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든 보기 좋은 시설물들이다. 이 시설물들은 행사가 끝나면 없어질 것이다. 마치 사막에 모래성처럼...

 

안상수 시장에게 묻고 싶다. 재임 7년인 넘는 세월 동안 인천의 기본을 위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과연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품다운 기본을 만들었는지,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위의 질문에 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인천시민들이 OK할 수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면, 도시축전 또한 자신의 정치적인 성취를 위해 수천억원을 쓰는 사업이라는 비아냥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호웅
(사)지속가능발전진흥원 이사장
제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태그:#실업률, #지방선거, #인천, #두바이, #도시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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