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식(式) 국세청 개혁을 가늠할 수 있는 인사가 22일 단행됐다. 국세청은 이날 오후 국세청 차장에 이현동 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임명하는 등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취임 후 국세청의 강도 높은 개혁을 강조해 온 신임 백용호 청장의 인적쇄신 의지를 볼수있는 점에서 국세청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결론적으로,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적 쇄신은 없었다. 국세행정 경험이 없는 신임 청장 입장에서 우선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 국세청 차장 등 핵심 보직 인사에 대해서 현 정부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발탁했다는 평가다.
국세청 빅3, 이현동 차장 등 현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 발탁
먼저 이번 인사의 핵심인 '국세청 빅3'. 국세청장을 제외한 '국세청 빅3'는 국세청 차장을 비롯해, 서울지방국세청장, 본청 조사국장을 일컫는다.
국세청 차장은 이현동 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임명됐다. 예상했던 인사다. 이 청장은 행시 24회로 경북 청도 출신이다. 작년 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 파견되기도 했었다. 국세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본청 조사국장과 서울청장 등 승진 코스를 밟아왔다.
국세청 고위 간부 가운데 현 정부의 경제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이번 국세청 차장 후보 1순위로 꼽혔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채경수 본청 조사국장이 자리를 옮겼다. 부산 출신으로 행시 23회다. 서울청 조사2국장과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본청 조사국장 자리에는 송광조 서울청 조사1국장을 발탁했다. 서울 출신인 송 국장은 행시 27회다.
빅3 인사를 보면, 지역적으로도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서울 등을 안배했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철학을 잘 이해하면서, 업무 추진력이 있는 인물로 배치했다는 평가다.
국세청 본청 국장급 인사는 전문성의 친위부대 성격으로
이들 빅3 이외 각 지방국세청장과 본청 국장급 인사도 단행됐다.
왕기현 본청 전산정보관리관이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발령 받은 것을 비롯해, 대부분 본청 국장들이 지방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장욱 납세지원국장이 부산청장, 임성균 본청 감사관은 광주청장, 공용표 개인납세국장은 대구청장, 김영근 근로소득지원국장은 대전청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백 청장과 직접 손발을 맞춰야할 본청 국장급 인사들의 경우 행시27회를 전후로 전문성과 나름의 개혁성을 갖춘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보직인 본청 조사국장에 송광조 서울청 조사1국장(행시27회)가 임명된 것을 비롯해, 근로소득지원국장은 김문수 서울청 납세지원국장이, 기획조정관에는 김덕중 대전청장이, 법무심사국장에 조홍희 법인납세국장이 각각 발탁됐다.
또 개인납세국장에는 이종호 법무심사국장이, 법인납세국장에 이전환 기획조정관이, 부동산납세국장에 원정희 중부청 조사1국장이, 서울청 조사1국장에는 임환수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이, 중부청 조사1국장에는 하종화 중부청 조사2국장이 각각 이동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방청장의 경우 현재 어려운 세정 여건을 감안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본청 국장급의 경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개혁적이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물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세행정 경험이 없는 백 청장이 우선 조직의 안정을 위해 고위인사에 대한 물갈이 인사는 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또 그동안 고위급 국세청 인사들의 잇단 명예퇴직 등으로 고위간부의 인력 자체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임명된 일부 본청 국장급 간부를 빼고는 예상됐던 인사"라며 "앞으로 있을 중간 간부진 인사를 봐야겠지만, 대대적인 인적쇄신까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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