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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면 고민입니다. 선물 때문입니다. '무엇으로 하지?'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올해에는 색다른 걸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에 미역 있는가?"

"있어요. 왜요?"

"아니, 그냥."

 

어제는 올해로 결혼 후 12번째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게 미역국 끓이기였습니다.

 

텁텁하고 맛이 영 아닌 낙제점 '미역국'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을 꺼내 물에 불렸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미역이 사르르 풀렸습니다. 칼로 적당히 자른 다음, 프라이팬에 참기름과 함께 넣어 약간 볶았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주방으로 나왔습니다.

 

"미역국 끓이려고요. 미역국에 넣을 게 없는데…. 요즘엔 미역이 좋아 프라이팬에 안 볶아도 되요."

 

헐! 그렇다고 이왕 볶던 손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아차, 미역국에 넣을 걸 잊었습니다. 이걸 대신해 아내는 참치 캔을 꺼내 기름기를 쫙 빼고 있었습니다.

 

대충대충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자글자글 끓자 미역국 간을 보았습니다. 맛요? 텁텁하고, 영 아니었습니다. 에이~, 실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지요. 주부들의 놀라운(?) 실력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외면하던 아빠표 미역국에 '헉'

 

 

"얘들아, 일어나. 엄마 생일 축하해야지."

 

아내는 그 틈에 "아이들 먹을 게 마땅찮다"며 양파, 버섯, 고추, 당근, 호박 등 야채와 햄을 썰었습니다. 그것을 볶았습니다.

 

그리고 생일 축가를 불렀습니다. 아내는 미역국에 후루룩. 아이들은 "미역국이 맛이 없다"며 외면하더군요. 그 실망감이란 느껴 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아내 생일 날 아침, 난생 처음 끓여 본 미역국은 완전 낙제점이었습니다. 느낀 게 있었습니다. 아무리 맛이 없더라도 먹는 척, 혹은 '맛있다는 인사치레 정도는 해야겠구나'하는 것이었지요.

 

결혼 12년 만에 끓여 본 미역국 왜 그리 맛이 없었을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생일#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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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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