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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인배'의 행동이로다!

지난 무한도전 올림픽대로가요제편 당시 정형돈과 에픽하이가 준비했다 중간발표 때 선보였던 '전자깡패'가 에픽하이 리믹스앨범에 히든트랙으로 실렸다. 히든트랙이라면서 그 존재를 사방팔방에 소개한 것도 깜찍하지만, 정작 깜찍한 것은 무료음원배포다.

에픽하이와 정형돈은 '전자깡패'에 대해서 음원무료배포라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누구든지 무료로 다운받아도 되고 가사를 올려도 된다. 곧 시행될 저작권법 강화시행으로 네티즌들이 움츠려든 상황에서, 이 저작권법의 강화를 노리는 자들이 얼마나 돈에 눈이 먼 소인배들인지를 보여주는 대인배의 행동이다.

사실 저작권법 때문에 블로고스피어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나만해도 이제 포스트에 사진을 거의 첨부하지 않는다. 송사에 걸리기 싫기도 하고 위법인지 아닌지 따지기도 귀찮다. 게다가 웹이 무엇을 기반으로 성장하는지도 모르는 당국자들은 '저작권법이 개인 블로그의 저작물도 보호해준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블로거들도 자신의 포스팅을 독점하라고 권한다.

사실, 무서운 건 돈에 좌우되는 상업 창작자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상업 창작자들은 창작으로 밥먹고 살기 때문에 이들이 밥그릇을 챙기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수수료하이에나들인 로펌과 손잡고 유세 떠는 건 좀 못마땅하지만 뭐 상관없다.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는 어떻게 하나?

니들은 상업저작권? 나는 프리저작권!!
 니들은 상업저작권? 나는 프리저작권!!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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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블로거들이 공유와 개방의 정신을 버리고 자신의 창작물을 독점하는 풍토가 생기게 되는건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물론 펌블로거들과 같은 존재들 때문에 블로거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일정한 제제를 걸고 싶어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 혹은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창작물을 묶어두는 정책은 결국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알리고 싶은 욕구'로서의 창작동기가 그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에픽하이와 정형돈의 무료음원 공개는 일종의 대안일 수 있다. 상업용과 비상업용, 소유용과 공유용의 컨텐츠를 구분해서 생산하는 것, 특히 공유용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저작권을 단순한 재산권으로 환원해 독점적 이윤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작 저작물의 사회적 기능이나 접근성은 제한해버리는 정책에 대한 반기이자 대안이 될수 있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공유용 이미지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사진은 개인적인 정보나 이미지가 포함될 수 있어 전체 공개를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포스팅과 달리 사진은 좀더 선명한 저작권 관련 매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우클릭을 금지하고 펌을 금지한다면, 사진을 찍는 본래의 이유인 더 많은 사람과 그 피사체를 보고 싶다는 욕구는 역으로 제한당하고 만다. 그래서 아예 사생활 관련 사진은 제외하고, 모든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그것이 꼭 내 블로그에서가 아니라도- 사진들을 별도의 공유블로그에 공개함으로써 누구든지 우클릭해서 복사를 하든 캡쳐를 하든, 재가공을 하든 편하게 사용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저작권법이 상업적 저작물의 이용을 제한한다고 해서, 내 저작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저들의 계략에 이용되는 것일 뿐이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저작물이 '판매'되고 '독점'되는 상황에서 압도적 독점자인 자신들이 더 큰 이익을 보는 것일 뿐이다.

이에 맞서 블로거들이 더 많은 공유저작물, 상업저작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저작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저작권 즉 창작을 단순히 돈벌이로 전락시켜버리는 이들을 '엿먹이는' 일이 될 것이다.


태그:#저작권법, #저작권, #재산권, #이미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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