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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부터 24일까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역 통합: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 란 제목으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정부와 각 대륙의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김애화 한국진보연대 국제연대 위원장(새세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이 현장에서 소식을 직접 전한다.  <편집자말>

 

필자는 국제회의를 준비하면서 파라과이에 대한 학습을 하기 위해서 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라틴 아메리카 역사나 여행가이드 책 어디에서도 파라과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사실상 나라 이름 정도만 익숙할 뿐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 외신을 통해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소식은 좌파 대통령이 집권을 했다는 것과 그 좌파 정권의 수장인 대통령이 과거의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곤경에 처해있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라틴 아메리카의 심장'

 

남한의 4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진 파라과이는 지리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중앙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의 심장'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인구는 680만 명인 나라로 남미에서는 볼리비아와 함께 내륙 국가이다. 인구의 약 18%가 하루 2달러 이하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빈곤 수준을 공항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상파울로에서 비행기를 타고 새벽 12시에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서울 남부 버스터미날의 절반도 안되는 규모로 낡았다. 공항에는 구두닦이 청년이 구두통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고 검은 개가 여유롭게 공항 안으로 들어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러한 공항의 광경에서 파라과이의 생활 수준에 대한 감을 가질 수 있었다.

 

파라과이는 볼리비아와는 서북, 아르헨티나와는 남부와 서남, 브라질과는 동부와 동북에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위치는 파라과이가 이웃 국가와의 분쟁이 잦은 역사를 만들어내었다. 동시에 지역적 협력이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조건을 만들어냈다.

 

내륙국가이기 때문에 파라과이는 이웃국가들과의 항구를 사용할 수 있는 협정을 맺고 있다. 또한 파라과이 경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크게 의존한다. GDP 의 38%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무역과 수출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지리적 관계와 경제적 관계는 파라과이의 정치경제를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가 된다. 

 

카톨릭 신부였던 좌파 대통령 페르난도 루고

 

많은 라틴 아메리카 정책 분석가들이 제안한 것처럼, 중도좌파 페르난도 루고와 그의 연합 'Alianza Patriotica para el Combio(APC)'는 또 다른 남미 사회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회변화를 위한 루고의 대통령 캠페인은 파라과이 농민들로부터 열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4월 9일, 대통령 선거일 10일 전에 루고는 5천명의 지지자와 함게 아순시온에서 '희망 행진'을 하였다. 이 집회에서 루고는 군중들에게 브라시구아요스를 마피아로 언급했다. 브라시구아요스는 브라질에서 온 정착민 또는 그 후손으로서 60만 명에서 10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집회에서 최근 토지 투쟁에서 숨진 두명의 무토지 농민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마피아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고의 승리는 그 이슈의 복잡한 현실을 완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페르난도 루고의 지지세력인 APC(변화를 위한 애국연합)은 61년 동안 일당독재, 보수당의 집권을 종식시켰다. 루고가 대표한 APC는 10개 정당이 참가하였는데, ANR의 부패에 지친 자유주의자, 해외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국가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길 원하는 자유주의 정당 PLRA 등 다양한 세력이 참가했으며 그들은 ANR(콜로라도 당)를 패퇴시키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빈민을 위한 신부로 알려진 그는 해방신학으로 무장하고 수년간 성직생활을 수행하였다. 해방신학자인 그는 빈민들에게 힘을 주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여타 세력을 통일시키고 기층이 요구하는 변화를 만들고 주도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선 그의 지지자들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지지자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APC의 한편은 무토지와 빈민으로 구성된 세력으로 루고의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APC의 다른 한편으로서 자유주의 정당인 PLRA 다수를 포함하고 있다. PLRA는 루고의 토지개혁이 사적 재산권을 흔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루고는 그가 약속한 농업개혁을 이행하려면. 브라질의 후원을 받는 강한 권력과 싸워야 한다. 아직도 강력한 ANR은 전국의 입법, 사법부서에 대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다른 한편, 토지개혁을 위해서는 루고는 강력한 농업관련 기업, 대농장주과 겨루어야 한다. 이 대농장주들은 전통적으로 대부분 부유한 브라질 국민들이다. 현재의 정치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그의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반대 세력의 결과로, 루고의 캠페인은 성과가 없다. 빠른 변화를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토지 농민들의 가진 환상이 점점 깨져가고 있다. 그래서 토지 점거를 했다. 종종 이것은 무력적인 사태로 변하기도 한다.

 

새롭게 재편되는 정치권력들

 

오늘 지역적 통합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린 첫날이다. 아순시온에 있는 한 대학에서 열린 오늘 프로그램은 크게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지구적 위기의 영향, 위기에 대한 지역적 통합의 대응, 개발모델에 대한 비판적 재고, 개발모델과 인프라라는 세션이 열띤 토론 이 저녁 식사 시간 없이 진행되었다.

 

해외 참가자들은 새로운 '좌파연합', Espacio de Unidad Popular(EUP, 통일대중공간)의 초대를 받아 저녁 11시까지 별도의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 모임은 전력노조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곳에서는 파라과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소개와 해외 참가자들을 포함한 진보적 정당들의 소개가 있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루고의 선고 공약은, 토지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국회에서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ANR, PLRA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루고의 개혁안들은 의회에서 봉쇄당하고 있다. 그리고 우익들은 이웃나라 볼리비아 군을 루고가 파라과이로 끌고 들어올 것이라는 등, 베네수엘라 챠베스와 같은 독재정권이 시작되었다는 등 악선전을 진행시키고 있다. 미디어도 우익의 손에 있다. 그러면서 사회운동 단체들의 활동을 범죄시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우익 연합을 꾸리고 있다.

 

이런 정세는 루고 대통령과 루고 개혁의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나 온두라스의 잘라이 대통령이 쿠데타에 의해서 축출된 후 가지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온두라스와 같은 사태의 조짐을 보여주는 현재 여러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니카라구아에서도 온두라스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보수정당들이 진보적 정부에 대한 조직적 방해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막고 루고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그간 분열되어 있던 5개의 좌파정당이 지난 달 19일 EPU를 결성했다. 5개의 좌파 정당은 보수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에 비해 의회에서 소수당이다. 그러나 이들은 농민들과 빈민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좌파연합은 현 시기를 파라과이가 개혁을 포기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느냐 하는 심각한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고 분석한다.

 

선거 공약에서도 당당하게 주장했던 토지개혁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해외 대지주이며, 이들의 이해관계와 동일한 보수당과 자유당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좌파연합의 주장은 토지개혁과 루고의 개혁은 파라과이의 주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좌파운동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결의에 찬 모습을 해외참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들은 이 EUP의 중심적인 축은 대중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대중적 사회운동을 성장시키는 것과 농민, 도시빈민 등에 기반한 새로운 좌파정당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두라스 사태가 상징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적 정권에 대한 위협과 개혁의 실종 가능성에 대처하는 방법은 총단결과 민중적 힘이라고 주장하는 좌파연합을 바라보며, 아순시온 공항에서 보았던 피곤한 빈민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태그:#지역통합 , #파라과이, #루고, #라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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