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으로 알려진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동북부의 도시다. 118개의 섬을 400개의 다리로 연결한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다. 청소차가 해야 할 일을 배가 하고 택시도 배다. 물과 배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물의 천국이다.
베네치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있다.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이다. 인터넷에서 카페, 커피를 검색하면 모조리 플로리안이다. 커피 애호가들의 로망이다. 신사는 물 좋은 곳을 찾아서일까?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작업'했던 곳이라 하여 더욱 유명하다.
유럽에 커피가 소개된 것은 17세기 초. 마르세이유와 베네치아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지만 베네치아에는 원두가 상륙했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발달하였다. 프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순수한 커피를 '카페 에스프레소'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 내륙이 농업을 기반으로 한 봉건체제하에 있을 때 베네치아는 해상무역을 통하여 부와 명성을 쌓았다. 이 무렵 베네치아에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 신대륙과 동방에 대한 얘기꽃을 피우는 대화의 광장이었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문학과 철학을 논하는 사교의 장이었다.
1645년 유럽 최초의 카페 '보테자 델 카페'가 산마르코 광장에 문을 열었고 1600년대 말경에는 여러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카페는 밤하늘이 별이 명멸하듯이 사라져 갔지만 플로리안은 괴테, 루소, 바그너 등 명사들이 즐겨 찾아 명성을 날렸고 카사노바가 플로리안에서 '작업'했다는 일화가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1720년 산마르코 광장에 개업한 카페 플로리안은 오늘날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라틴어로 '꽃다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플로리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손색이 없다.
기념품점이 자리 잡은 산마르코 광장. 카페 앞에는 야외 의자들이 많이 놓여있고 그 유명세만큼 자리세가 붙어서 음료 값이 무척이나 비싼 편이다. 커피 한잔에 7~8유로. 우리 돈으로 1만5000원 정도다. 명성만큼이나 자릿세가 붙어 있음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는 석양. 노을과 함께 현악 4중주가 연주되면 가히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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