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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기숙형고교인 괴산고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농산어촌 기숙형고교인 괴산고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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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특정도시에서 과외와 사교육을 받아 성적 좋은 학생들만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시대를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24일 충북 괴산군에 있는 '농산어촌 기숙형고'인 괴산고등학교(교장: 김기탁)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사·학부모·학생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학교 방문은 지난 2월 12일 '사교육없는 학교'인 서울 덕성여중와 7월 3일 '마이스터고교'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 방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중산층 및 서민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하려는 현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현장에서 이를 격려·지원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대통령은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 서민 교육대책의 핵심은 농산어촌 교육 활성화를 통해 도시와 농촌과의 교육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라면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논술, 시험없이 100% 면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부터 본격 실시되는 '기숙형고교'는 도농간 교육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교과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말처럼 사교육 없는 날이 오고,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격차가 줄여지고, 농촌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도 '돈'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사라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공교육은 붕괴 직전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21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중간·기말 고사 중 하나라도 만점을 받은 학생에겐 현금 3000원, 둘 다 만점을 받은 학생에겐 5000원을 건넸다고 24일 보도했다.

이뿐 아니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일제고사가 10월 13일 치르진다. 이것을 위해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학 때 '보충수업'을 받는다. <한겨레21> 770호는 강원도, 인천광역시, 충청 등에서 보충 수업이 심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중학교가 아닌 초등학교가 '보습학원'을 자처한다. 소학교가 국민학교, 또 초등학교로 바뀌어온 근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일제고사가 1년 만에 가져온 '혁명'이다. 초등생들의 '잔인한 방학'은 혁명의 꼭짓점이다(<한겨레21>-'일제고사가 빼앗아간 방학',770호.2009.07.27)

일제고사가 우리 아이들 미래를 망치고 있다. 일제고사 따위를 계속 치르면서 사교육없이 대학 갈 수 있다거나, 교과실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공부를 못한다고 방학 때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자괴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행복은 성적'이라는 교육을 받고 있다.

24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24일 2011학년도부터 초ㆍ중ㆍ고교생들이 한 학기에 배워야 하는 교과목수가 최대 5과목이 줄고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 비교과 시간이 주당 2시간에서 3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교과목 수가 줄어든다는 것에 귀가 솔깃하겠지만 아니다. 줄어드는 과목은  도덕, 사회, 과학, 실과, 음악, 미술 따위다. 그리고 수업도 매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한다. 결국 국영수 비중만 높아진다.

대통령은 사교육 없이도 대학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일제고사에 아이들은 멍들고, 국영수 비중만 높아지는 공부만 하게 되었다. 국영수 비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창의력은 떨어진다. 창의성을 높여주는 실과와 음악, 미술 따위는 줄이면서 아이들에게 창의성 있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대통령 발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다.

일제고사 때문에 방학 때 보충수업 시키는 초등학교가 있는 한 우리 아이들 미래는 암울하다. 그러니 일제고사부터 없애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태그:#사교육, #공교육, #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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