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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서 단식농성하고 있으니 이명박 정권 찬성한다는 사람도 있대요. 하지만 반대가 더 많네요. 시간 내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성금도 주시고 유인물 달라하시는 어르신도 있고, 입구에 와서 고생하신다며 꾸~벅 인사하고 휑하니 달려가는 초등학생도 있어요. 다들 고맙네요."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지난 23일부터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벌이고 있는 단식농성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병하 경남도당위원장과 문성현 전 대표, 강병기 진주위원장은 28일로 6일째 철야단식농성 중이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 법률을 '날치기 처리'한 다음날부터 단식농성하고 있다.

경찰은 이곳 천막농성장에 대해 철거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하려고 하자 경찰은 천막을 빼앗아 간 적이 있었다.

이병하 위원장은 "경찰에서 천막을 철거하라는 요구는 없었고, 정당이니까 요청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경찰은 시민사회단체가 달라붙을까 싶어 우려하는 것 같은데, 경찰에 지금 농성은 당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시민단체가 결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3명은 잠도 천막 안에서 잔다. 이 위원장은 "밤이 되면 몹시 시끄럽다"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천막농성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민들도 있다. 민주노동당은 천막 바깥에 'MB악법 철폐'라 써놓았더니 한 시민이 밤에 와서 '찬성'이라 써놓았다는 것.

이 위원장은 "술을 먹었는지 밤에 지나가는 사람이 천막을 보고 불을 질러버릴까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10명 중 한 두 명은 천막농성에 우호적이지 않는데, 다양한 국민들의 정서를 나타내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막농성에 대해 동정하거나 이해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것. "밤에 천막농성장 안에 있으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동정하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는 이 위원장 전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다양하다. 천막 안에 사람이 있다 없다며 내기하는 사람도 있고, 천막만 쳐놓고 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천막을 열고 들여다보고는 '어 사람이 있네'라고 하며 확인한 뒤 가기도 한다. 관심을 보여준 시민들이 고마울 뿐이죠."

27일에는 한 남성이 찾아와 울었다고 한다.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 다니다가 지금은 평택공장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를 제매로 두었다고 한 사람이다. 이 위원장은 "그 남자는 천막을 찾아와 제매를 살려달라며 울더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 살려 달라"며 울고 가는 시민도 있어

이병하 위원장은 "쌍용차 동지들이 주먹밥 한 개로 하루를 연명하는 상황에서 공권력의 무리한 진압이 있을 것이라 하고, 민주주의국가의 국회의사당에서 희대의 사기극이 연출되는 것을 보면서 최소한의 저항표시는 하여야 한다는 경남도당차원의 시국단식농성을 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건강단식이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하는 말 '먹고 살기위해서 일 한다'를 믿고 또한 먹는 장소와 그 자체의 즐거움, 그리고 농어민들을 위해 소비가 미덕임을 알기에 …."

"암튼 우려 속에 농성장을 꾸린 첫날. 농성장 내부정리를 하고 있는데 중국집 배달오토바이가 앞에서 잠깐 멈추더니 1만 원을 모금함에 넣고 부~웅 하면 달려 가버렸다. 기분이 묘하더라. 그리고 자리 비운 사이 두고 간 비타민 6병이 놓여 있었는데, 단식 중임을 모르고 길을 지나다 그냥 갈 수 없어 누군가 두고 간 것 같다."

이 위원장은 "시간 내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성금도 주시고 유인물 달라하시는 어르신도 있었고, 입구에 와서 고생하신다며 꾸~벅 인사하고 휑하니 달려가는 초등학생도 있었다"며 "장소의 영향도 있겠지만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유인물을 거부감 없이 잘 받고, 성금을 내는 등 호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기 용돈도 부족 할 시절인데 기꺼이 지갑을 꺼내는 손들과 고생한다는 진정어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지금의 암울함을 이겨내고 내일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찡하였다"고 덧붙였다.

천막농성장을 찾는 지지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창원가족대책위' 회원과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벌써 소문이 났는지 돌아오는 길에 마산시청의 이영화 동지로 부터 '배고프지 않냐!' 면서 안부의 전화가 왔고, 내일이 복날인데 같이 보신탕이나 먹고 단식에 들어가지 하는 정겨움의 전화가 한 통씩 오기 시작 한다. 역시 동지라는 것, 안다는 것, 참 좋은 것임을 새삼 느꼈다."

이병하 위원장은 "저녁 늦게 술 먹고 지나가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빵과 음료수를 사가지고와 '단식하는 줄 몰랐다'며 미안해 하면서 인사하고 돌아가는 젊은 친구의 뒷모습을 수면제로 잠을 청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도 시작된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의 천막단식농성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다.


#언론악법#미디어법#천막농성#민주노동당#이병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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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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