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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때가 돼 물이 빠지자 조개캐기 체험장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붉은 선 안이 조개를 캘 수 있는 곳이다.
▲ 태안 신진대교 부근 조개캐기 체험장 썰물때가 돼 물이 빠지자 조개캐기 체험장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붉은 선 안이 조개를 캘 수 있는 곳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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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을 잘 찾아야 돼요. 가짜 구멍 파면 힘만 빠지고..."

29일 오후 1시경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어디에서 숨어있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갯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에 손에는 삽을 든 사람, 호미를 든 사람, 맛소금을 든 사람, 양동이를 든 사람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다.

점점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몰려들었다. 돌이 있는 곳에서는 바지락을 캐고 모래섬에서는 맛조개를 캔다.
▲ 조개캐기 체험장은 북새통 점점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몰려들었다. 돌이 있는 곳에서는 바지락을 캐고 모래섬에서는 맛조개를 캔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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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마도 맛조개와 바지락을 잡을 생각으로 기대감과 설레임이 교차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해변가 바지락을 잡을 수 있는 공간만 드러난 상태. 갯벌로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가 밭을 매는 농부들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호미질을 시작했다.

바지락을 잡기 위해서다. 허나 자갈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바지락을 잡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참을 삽질했는데도 잡은 바지락은 고작 몇 마리뿐. 그것도 씨알이 굵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아주 잘은 것들이어서 실망감은 두 배다.

그 때 한 아주머니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안쓰러웠는지 바지락 잡는 법을 일러준다.

"그렇게 무조건 파기만 하면 바지락이 보이나? 어떤 게 돌인지 어떤 게 바지락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워."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삽이나 호미로 흙을 파서 옆에 쌓아놓고 그 위에 물을 뿌려봐. 그러면 바지락이 잘 보일겨."


'물을 뿌리라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겨?'하고 생각하다가 순간 파인 곳에 고여 있던 물을 삽으로 떠서 주변에 퍼 놓았던 흙에 뿌렸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돌과 구분되지 않았던 바지락의 모습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삽질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부터는 주워담기에 손놀림이 바빠졌다. 우리는 방법을 알고나서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꽤 많은 양의 바지락을 캤다.

바지락 캐기에 푹 빠져있을 즈음 드디어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모래섬이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람들이 모래섬으로 몰려들었다.

"우리도 가자. 맛조개 잡아야지"

나왔다 들어갔다 우롱하는 맛조개, 잡는 재미 최고!

조금 더 나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잘못하다간 다 잡은 맛조개를 놓칠 수도 있다. 조금 나왔을 때 맛소금을 더 뿌리면 자기 몸의 반을 밖으로 내민다. 이 때 낚아채면 된다.
▲ 맛조개 잡기 조금 더 나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잘못하다간 다 잡은 맛조개를 놓칠 수도 있다. 조금 나왔을 때 맛소금을 더 뿌리면 자기 몸의 반을 밖으로 내민다. 이 때 낚아채면 된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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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도 바지락 캐기를 중단하고 신속히 발걸음을 옮겨 모래섬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삽질이 시작되는 동안 우리는 숨구멍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 구멍있다. 얼른 파 봐."
두 삽 정도 파자 갑자기 구멍이 사라졌다.
"뭐여? 이 구멍이 아닌게벼."
"맞는 것 같은데?"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구멍을 찾아 삽질을 계속했다. 그런데 매번 헛수고다. 계속되는 삽질로 인해 체력만 점점 떨어질 뿐이었다. 도대체 어느 구멍이 맛조개 구멍인지 헛갈려하고 있을 즈음 이번에도 헛손질을 하는 우리가 안타까웠던지 한 아주머니께서 다가오더니 맛조개 구멍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큰 구멍은 가짜 구멍이여. 이렇게 발로 밟아봐서 꾸물꾸물 거리는데를 파야 맛이 나오지. 구멍을 잘 찾아야 돼요."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자 눈으로만 맛조개를 잡으려던 우리의 계획이 이제는 구멍만 보이면 발로 밟아보는 작전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한참을 돌아다녔는데도 아주머니가 말한 그 구멍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 때 구멍에 상관없이 무조건 삽질을 하던 동생이 구멍을 찾았다며 맛소금을 부어보라고 했다.

소금을 투여한 지 단 몇 초. 구멍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촉수를 내밀었고 소금을 조금 더 투여하자 자기 몸의 반을 모래밖으로 내밀었다. 이 때다 싶어 잽싸게 손가락으로 맛조개를 낚아챘다. 드디어 한 마리 수확. 방법을 터득한 나와 동생은 구멍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작전을 변경했다.

"무조건 삽질하는 게 최고구만. 파다보면 구멍이 나오네."

긴 시간 끝에 나와 동생이 터득한 맛조개 잡는 방법은 무조건 삽질하고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한 마리가 잡힌 부근을 파자 계속해서 구멍이 나왔다. 차라리 바지락이나 캘 걸 하는 후회도 잠시, 나와 동생은 맛조개 잡는 재미에 푹 빠져 한참동안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도 재미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두 시간여 동안 삽질을 하고 20여 마리가 넘는 맛조개를 잡았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서 조개잡이를 그만두어야 했다.

맛조개 씨알이 꽤 굵다. 한번 재미들리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고동 한마리도 삽질 한번에 끌려나왔다.
▲ 두시간여 동안 잡은 맛조개와 바지락 맛조개 씨알이 꽤 굵다. 한번 재미들리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고동 한마리도 삽질 한번에 끌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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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조개를 캐기 전 잡은 바지락. 작은 놈은 다 놓아주고 먹을만한 것 몇 개만 담았다. 꽤 싱싱하다.
▲ 바지락 맛조개를 캐기 전 잡은 바지락. 작은 놈은 다 놓아주고 먹을만한 것 몇 개만 담았다. 꽤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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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세시간 동안 잡은 조개는 바지락 40여 마리와 20여 마리가 넘는 맛조개였다. 이 정도면 집에서 실컷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바지락은 미역과 함께 바지락국을 끓이고, 맛조개는 숯불에 구워먹기로 하고 갯벌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맛조개의 쫄깃한 맛에 반하다

직화구이로 해 먹으려다 물이 너무 많이 떨어져 급하게 호일로 감쌌다.
▲ 맛조개 구이 직화구이로 해 먹으려다 물이 너무 많이 떨어져 급하게 호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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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 바로 잡아온 조개를 소금물에 담갔다. 모래와 불순물을 빼내기 위해서다. 숯불구이 해 먹을 맛조개는 맛조개대로, 바지락은 바지락대로 나누어서 그릇에 담아놓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번개탄에 불을 당겼다. 활활 타 오르는 번개탄불 위에 맛조개를 일렬 횡대로 줄을 맞추어 올려놓았다.

점점 열이 가해지자 맛조개는 혀를 낼름거리듯이 하얀 속살을 들락날락거렸다. 어느덧 맛조개가 노릇노릇 익어가고 이내 고소한 냄새가 주위를 진동했다.

초장과 함께 먹는 맛조개 구이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장까지 먹으니 모래까지 씹혀 내장은 빼놓고 먹었다.
▲ 다 구워진 맛조개 초장과 함께 먹는 맛조개 구이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장까지 먹으니 모래까지 씹혀 내장은 빼놓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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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맛조개는 잡아봤지만 직접 구워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은 맛조개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쫄깃한 맛이 초고추장과 잘 어우러져 입안에 가득찼다. 다른 조개와는 비할 바가 못됐다. 더군다나 직접 잡아서 구워먹는 그 맛은 일품이었다.

이제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조개캐기 체험을 하고 직접 잡은 조개를 맛보면서 아이들에게 산교육도 되고 이번 여름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맛조개, #바지락,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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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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