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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장장 18개월간의 대공사를 마친 광화문 광장이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광화문의 새 얼굴을 보기 위해 광장을 찾았다. 낮 12시를 기점으로 모여든 인파는 말 그대로 사람의 물결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시민들은 즐거워보였다. 광장 양옆의 물길과 가운데 위치한 분수는 더위를 식히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22만4537포기의 꽃들이 수놓은 '플라워 카펫' 또한 장관이었다. 꽃들이 만들어낸 단청모양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하지만 광장 곳곳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광화문 광장이 2% 부족한 이유다.

화분이야 의자야!? 
  화분인지 의자인지 모를 광화문 광장의 시설물. 걸터앉는 공간과 화분 사이의 공간에 난간이 없어 꽃들은 대부분 짓눌린 상태다.
 화분인지 의자인지 모를 광화문 광장의 시설물. 걸터앉는 공간과 화분 사이의 공간에 난간이 없어 꽃들은 대부분 짓눌린 상태다.
ⓒ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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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양옆으로는 수십 개의 화분이 있다. 길쭉한 타원 모양이다. 화분은 따로 의자가 없는 광화문 광장에서 의자역할을 하고 있다. 화분 양옆의 넓적한 공간이 사람들의 휴식처로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몇 개의 화분은 햇빛을 가려주는 차양까지 설치되어 있다. 화분과 의자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똑똑한 시설임에 틀림없지만 문제점은 있었다.

우선 가운데 심은 꽃이 상한다는 점이다. 의자의 기능을 함께하다 보니 종종 사람들의 엉덩이에 꽃이 깔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수십 개의 화분 중에 의자 주변의 꽃이 성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광화문 광장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홍보경(23)씨도 "꽃들이 많이 상했다"며 "의자와 화분 사이에 낮은 난간이라도 설치했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했다. 선보인 지 하루 만에 광장의 꽃들은 버려진 쓰레기들과 사람들로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시민들의 엉덩이에 짓눌려 상한 꽃들
 시민들의 엉덩이에 짓눌려 상한 꽃들
ⓒ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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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기에 불편한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교적 폭이 넓은 양쪽 끝에 앉았다. 화분 앞 쪽은 폭이 너무 좁아 사람이 앉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손 한 뼘 정도의 폭이었다.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의자도 하나 있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차양이 달린 의자도 몇 개에 불과했다.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주부 김미경(36)씨는 "광장이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나무도 없어 그늘을 찾을 수가 없다"며 "차양이 있는 의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간이 없는 '플라워 카펫' 앞의 전망대.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하다.
 난간이 없는 '플라워 카펫' 앞의 전망대.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하다.
ⓒ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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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부족한 임시 전망대

평지에서는 '플라워 카펫'의 단청무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보려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플라워 카펫'의 양 옆에 자리한 임시 전망대는 탁월하다. 대략 1.6m-1.7m 높이의 임시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에 난간이 없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오르다 중심을 잃어도 잡을 곳이 없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노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짜놓은 형태도 관람객들을 불안하게 한다.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길 또한 없다. 장애인의 경우, 누가 옮겨주지 않는 이상 '플라워 카펫'의 무늬를 볼 수 없다. 눈앞에 꽃밭이 펼쳐져 있어도 단청무늬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애인들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미끄러지기 딱 좋은 분수대 주변 유리바닥

 아이들이 뛰노는 분수대 주변에 위험한 유리바닥이 있다. 미끄러지기 쉬운 유리바닥 출입을 임시로 막아놓은 모습
 아이들이 뛰노는 분수대 주변에 위험한 유리바닥이 있다. 미끄러지기 쉬운 유리바닥 출입을 임시로 막아놓은 모습
ⓒ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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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분수가 시원하게 뿜어내는 물줄기에 아이들은 신이나 어쩔 줄을 모른다. 옷이 흠뻑 젖어도 아이들은 아랑곳 않는다. 분수대 주변은 바닥의 물이 얇은 층을 형성하고 있어 미끄러지기 쉽다. 표면이 매끄러운 유리바닥은 더더욱 미끄럽다. 분수대 주변 바닥재로 유리는 전혀 적합한 소재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의 분수대 주변에서는 유리바닥을 부분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 해치광장의 천장부분이라는 이 유리바닥은 한 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광장 관리 측은 우선 임시조치로 경계를 둘러 아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바닥에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테이프를 둘렀다. 시공 당시에 시민들의 안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유리바닥에 대한 향후 조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자는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은 18개월간의 공사기간과 총 400억 원의 세금을 들여 조성한 광장이다. 많은 공을 들여 만든 광장이지만 보완할 점은 아직도 남아있다.

 분수대의 노즐 뚜껑을 열어보는 한 남성. 수많은 경찰과 관리인이 있었지만 그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
 분수대의 노즐 뚜껑을 열어보는 한 남성. 수많은 경찰과 관리인이 있었지만 그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
ⓒ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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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경찰과 관리인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분수대의 노즐 뚜껑을 뜯어보는 시민을 말리지 못했다. 그가 뚜껑을 완전히 열어 젖혀 안을 확인하고 있을 때야 관리인이 뛰어와 제지를 했다. 저녁 8시경에는 세월의 흐름을 상징하는 물길 한 곳이 푹 파여 있었다. 경찰이 대거 배치됐고 주변 순찰을 도는 관리인까지 있던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앞으로의 광장 관리는 더욱 걱정스러워 보인다.

광장 지하에 마련된 해치광장은 비교적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깊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경사로가 있고 화장실로 이동하는 통로 또한 경사가 낮아 드나들기 쉽다. 하지만 정작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두 구역 중 한 곳에는 휠체어 전용 경사로가 없다. 때문에 장애인은 먼발치에서 밖에 작품을 관람할 수밖에 없다. '플라워 카펫' 앞의 전망대에 이어 장애인들을  재차 소외시키는 곳이다. 시민의 혈세를 들여 만든 광화문 광장의 혜택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멋지고 화려한 광장도 좋지만 누군가 다치거나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면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광화문의 옛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광화문 광장. 5호선 광화문역과 연계돼 접근성이 좋고, 서울역과도 가깝다. 청계천과도 인접해있고 서울의 중심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새로운 관광명소이자 서울의 얼굴로 다시 떠오를 광화문 광장을 세계적인 명소로 키우기 위해선 이러한 문제점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태그:#광화문광장,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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