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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맛있네. 이거. 우와!"

정말 몰랐습니다. 제 나이 30에 어린 시절 먹던 불량 식품에 다시 빠지게 될 줄은! 물론 중국이 아닌 한국에 있을 때도 20대 시절에 불량 식품을 사 먹었던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그 때는 어린 시절 먹었던 불량 식품 맛을 다시 보고 싶겠다는 분명한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땅에 와서 우연히 한 입 먹게 된 모파실(魔法师·마법사) 이라는 불량 식품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제 입맛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모조리 가져가 버렸습니다.

처음에 중학생 아이들이 먹는 것을 보고 "중학생이 그런 애들 먹는 것을 먹냐?" 라고 핀잔을 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도리어 화를 내며 '얼마나 맛있는지 아냐'며 '한 번 먹어보라'고 반강제적으로 먹게 되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맛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 맛을 들이니 도통 끊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불량 식품 천국 5마오에 파는 불량 식품!
▲ 불량 식품 천국 5마오에 파는 불량 식품!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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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노랑, 빨강, 초록, 파랑, 하늘 색등 다양한 종류의 맛이 있어 더욱더 구미를 당기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이 불량 식품에 깊이 빠져 보였던지 하루는 한 아이가 "그거 먹으면 애기 못 낳을 수도 있다는데"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려주기까지 하였습니다. 하긴 골판지 만두, 멜라민 파동 별의별 소동이 다 있었던 중국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1%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그 불량 식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버린 것을 어찌 합니까? 무엇보다 5마오(한국돈 100원)밖에 하지 않는 싼 가격이기에 한국돈 500원어치만 사도 배를 쉽게 부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식탐이 많은 제게 더더욱 치명적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불량 식품에게 정이 떨어질만 한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싸다는 것에 홀려 하루는 8개 정도 이 불량 식품을 사서 먹었습니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요? 지나치게 많이 먹은 탓인지 속이 매우 거북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그 불량 식품에게 정이 확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불량 식품을 바로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  매우 매혹적인 유혹이 그 불량 식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삼국지 카드였습니다! 애들처럼 카드 모을 나이도 분명히 지났는데, 한 장 두 장 모으다 보니 계속해서 모으고 싶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도 부르게 할 겸 카드도 모을 겸 자꾸만 이 불량 식품을 사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한심한 노릇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한 초등학생이 삼국지 카드를 엄청 많이 모은 것을 보았습니다.

"야, 이거 어떻게 이렇게 많이 모았냐?"
"문방구에서 5마오 주면 15장 주는데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습니까? 굳이 그 불량 식품을 먹지 않아도 문방구에 가서 그 불량 식품을 사 먹을 돈을 주면 삼국지 카드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불량 식품을 많이 먹어 배탈이 난 후에도 삼국지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종종 사 먹곤 했는데, 참 허무한 노릇이었습니다.

삼국지 카드 그 치명적 유혹 삼국지 카드 그 치명적 유혹
▲ 삼국지 카드 그 치명적 유혹 삼국지 카드 그 치명적 유혹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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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대선 때부터 총선을 돌아보면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삶 속에서도 불량 식품에 너무 맛들인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먹는 당장은 맛있으나, 그 후에는 더 안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것이 자명한데도 지금 당장의 쾌락을 택하는 모습.

대선에서 BBK 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 총선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서민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재개발이라는 말에 혹하여 자신들보다 부유한 층의 삶을 대변하는 당을 뽑아준 국민들.

어쩐지 이 모습들이 제가 불량 식품의 유혹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2010년 선거에서는 불량 식품의 유혹에 빠진 제가 오버랩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불량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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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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