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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읍 5일시장에는 장날에만 열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식당이 있다. 무료로 운영되지만 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관리하기에 부실하지 않다. 국이며 김치 등의 반찬에도 양념이 듬뿍 들어가 맛도 그만이다.

 

5일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많지는 않지만 집에서 가꾼 호박이며 오이 등의 야채와 나물, 과일 등을 팔러 나온 어르신들이 식당의 손님이다. 오래간만에 꼬까옷을 입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농약, 비료, 농기구 등을 사기위해 시장을 찾은 어르신들도 무료식당을 찾는다.

 

아픈 팔다리 등을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어르신도, 머리에 뽀글뽀글 파마를 하거나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미용실을 찾은 어르신들도 무료식당을 이용한다. 화순읍 5일시장이 여는 날에만 열리는 무료식당은 나이드신 어르신들 누구에게나 활짝 문이 열려있다.

 

화순현대병원(이사장 김재택)이 운영하는 무료식당은 화순읍 교리교차로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처음 열었으니 벌써 1년여가 다 됐다. 처음에는 찾는 이들이 적었지만 지금은 입소문이 나면서 많을 때는 200명 넘게 식당을 찾는다.

 

매월 무료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수백만 원, 외부의 지원도 전혀 받지 않고 현대병원 단독으로 1년여가 넘게 식당을 운영해 왔다.

 

5일시장이 열린 3일, 오전 11시경 식당문을 열자마자 출출하신 어르신들이 줄을 잇는다.

 

5일시장이라는 것이 해가 뜰 무렵부터 열렸다가 해가 질 무렵 문을 닫다보니 새벽 일찌감치 아침밥을 먹고 시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부지기수. 시장을 찾은 지 서너 시간이 지나면 속이 허하고 출출하지만 빈약한 주머니의 어르신들에게 한끼 4천 원 이상하는 밥값은 부담스럽다.

 

텃밭 등에서 자란 푸성귀를 들고 나와 하루종일 팔아도 몇만 원이 채 안된다. 푸성귀를 판 돈으로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물품 등을 사야하는데 식당에서 밥을 사먹자니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대충 허기를 달래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무료식당은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김재택 이사장은 "시장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 상당수가 점심을 거르신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경로식당을 운영하기로 했다"며 "만만치 않은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르신들에게 뭔가 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시장을 찾았다가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자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터라 무료경로식당에는 그흔한 식기세척기도 없다. 식판도 넉넉치 않아 어르신들이 식사를 끝내면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바로 씻어 다시 사용한다.

 

그렇다고 위생마저 엉망일 것이라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행여 어르신들이 탈이라도 나면 큰일이기에 사용한 식기 등은 번거롭지만 일일이 끓는 물에 소독해 다시 사용한다.

 

5일시장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노환으로 인해 다리 등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기에 자원봉사자들은 항상 바쁘다.

 

어르신들이 식판을 이용해 드실만큼 가져다 드시도록 하고는 있지만 밥이며 국, 반찬도 담아드려야 하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자리까지 가져다 드려야 한다. 이들 어르신들이 밥이나 국 등을 더 원하시면 이를 가져다 드리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의 몫.

 

그러다보니 항상 일손이 딸려 쩔쩔맨다. 화순군자원봉사센터의 김주옥 봉사팀장과 강영자, 박금복, 최선자씨는 무료식당운영에 팔을 걷어붙인 4인방. 장날이 열리는 날이면 열일 제쳐두고 식당에서 봉사를 한다.

 

때문에 무료경로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현대노인복지센터(센터장 조윤하) 직원들은 식당이 열리는 날이면 부족한 일손돕기를 위한 비상대기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센터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 팀장 중에는 아예 장날이 열리는 날에는 활동을 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해 놓고 식당운영을 돕는 이도 있다. 김재택 이사장도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식당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달려와 거드는 요양보호사들이 있었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도  "끼니를 거르시는 어르신들이 식사라도 하도록 해 드리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식당이라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식사하시도록 해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마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디지탈화순뉴스,다음뷰,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화순현대병원, #무료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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