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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청춘불패는 무슨 청춘불패야? 매일 죽어가는 게 청춘인데. 그리고 말이야 요즘 세대에게 청춘이란 게 있는지 모르겠네. 청춘의 꿈 한 번 꾸지도(아니 꾸긴 꾼다. 꿀수록 자꾸 멀어지는 꿈을) 못하고 불사르지도 못하고 팍삭 가버리는 게 청춘인 걸 말이야.

 

우리 실상을 봐라. 유치원 들어가면서부터 우리는 활자에 갇혀 살았잖아. 뭐 그래도 그땐 시험이라도 없었으니 즐거웠지.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내 인생이 팍팍해지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시험이라는 멍에를 내 두 어깨에 짊어진 이후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는 지금까지 아직도 그 무거운 멍에는 날 더 무겁게 누르고 있단 말이지.

 

그런데 반속반선인 같은 모습을 하고 기인의 모습을 한 이외수라는 사람이 <청춘불패>라는 책을 딱 세상에 내놓고 하는 말이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기 위해' 책을 내놓았다는 거야. 그래서 어쨌냐고? 어쩌긴 뭐 어째. 그냥 한 번 읽어본 거지. 사실이 아니면 욕설이라도 내뱉지 뭐 하는 생각으로.'

 

혹 <청춘불패>라는 제목만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외수 풍(?)으로 사설을 늘어놓았다.

 

독자로서 난 이외수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꿈꾸는 식물>부터 <개미귀신> <들개>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그리고 얼마 전에 읽었던 <하악하악>까지 대부분의 글들을 접하고 읽었다.

 

그런데 글의 흐름을 보면 그는 근래 들어 긴 호흡의 소설보단 산문 같은 짧은 글들을 주로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청춘불패>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의 소설 속엔 그의 모습만큼이나 기인과 도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게 많다. 그러면서 인간의 삶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곳곳에 투영시켰다. 내가 그의 소설을 자주 읽게 된 이유가 감칠맛 나는 문체에도 있었지만 그 고민이 은영중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춘불패>를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된 <하악하악>과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하악하악>이 유머나 위트를 통한 현실에 대한 풍자성이 강하다면 <청춘불패>는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강하다. 또 하나, <청춘불패>엔 유년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인한 아픔이나 방황, 원고지 속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 자살충동을 극복하고 자신을 아프게 했던 아버지를 용서하는 내용 등을 작가노트를 통해 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르다.

 

"내 젊음은 막걸리 사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파리 같았어. 허구한 날을 술에 절어서 비틀거렸지. 희망 같은 건 아예 없었어."

 

누구나 젊은 시절이 있다. 행복했던 사람도 있고 불행했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가 이외수의 삶은 고단했고 힘들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청춘불패>에서 이야기하고 하고 있는 내용들, 즉 좌절하고 절망하고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공감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마다 네 개의 이야기가 있고, 각 이야기 뒷마당에 작가노트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삶과 생각을 적어놓았다. 1장에선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서부터 부모를 증오하는 사람, 사랑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 왕따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이외수 만의 독특한 언어로 위로해주고 있다.

 

2장에선 백수로 살아가고 살고 있는 친구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친구, 세상에 대한 적개심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아픔을 느끼는 존재들은 모두 사랑받을 수 있다며 희망을 준다. 그래서 지금 백수로 있건 세상을 증오하건, 희망을 잃어버렸건 지금 있는 그 모습만으로 멋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3장에선 외모지상주에 빠진 오늘날 못생겼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열등감에 빠져 괴로워하고, 돈을 못 벌어서, 스스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아파하는 이들에게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며 오히려 희망을 말한다. 그리고 4장에선 '그대가 그대 인생의 주인이다'라는 말을 통해 진실로 행복한 인생을 기대한다면 자신에게 부여된 생로병사 희노애락을 모두 사랑으로 껴안으라고 격려한다.

 

"그대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대가 타인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더불어 자만심을 멀리하는 미덕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니, 그대는 성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 이상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키가 작아서, 못 생겨서, 돈이 없어서, 아님 손가락이 이상해서 등 갖가지 상대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그 열등감이라는 것을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데 어떤 이는 그 열등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그물망에 가둬놓고 허우적대다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외수는 이렇게 말한다. 풀잎에 고치를 짓고 살아가는 번데기는 지하에 땅굴을 파고 살아가는 두더지에게 절대로 열등감을 느끼지 않듯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만으로 살아가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열등감이야말로 인류발전 또는 자기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런 말에 '당신은 열등감에 안 빠져 봐서 그래'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을 조그만 바꿔보면 그의 말들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갈 때가 없다고 한다. 그들을 위해 인턴제도니 희망근로니 하며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내놓으나 그게 희망이 될 수는 없다. 또 사람을 채용한다 해도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형태로 뽑는다.

 

인턴이나 비정규직의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마음과 어깨는 자꾸 움츠러든다. 아무리 달려도 깃발이 보이지 않으면 이내 맥이 풀리고 쳐지게 된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그대들에게 이외수의 소생법이란 부제가 붙은 <청춘불패>는 읽는 이에게 따스한 위로와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슴 속에 숨겨진 청춘의 피를 다시 끌어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 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 / 해냄 / 1만2800원


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해냄(2009)


태그:#청춘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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