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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감포항
▲ 김포항 경주시 감포항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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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대왕암에서 해안을 끼고 포항 구룡포 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감포항이 나옵니다. 감포라는 명칭은 지형이 甘(감)자 모양으로 생겨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이런 지형은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기에, 예로부터 항구가 발달하기에 안성맞춤이랍니다. 

그래서일까요? 감포항은 100여년전 제물포항 다음으로 개항했다는 말이 있을만큼 동해안 항구로써 명성을 날렸습니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성한 곳이었습니다. 경주와 가깝기 때문에, 신라시대에도 중요한 항구였다는 말도 전해옵니다. 해상교역을 할 동해안 항구로는 감포를 으뜸으로 꼽았다는 겁니다.

생선을 말리는  모습
▲ 감포항 생선을 말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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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쇠퇴한 감포항을 돌아보면서 필자는 이모부를 떠올립니다. 감포가 고향이라서 '감포 이모부'라 부릅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닐 때, 1년가량 이모부 집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트럭을 운전하신 이모부는 매일 감포항에서 생선을 싣고 대구공판장으로 운송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감포에서 거래되는 생선량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모부 집 밥상에는 생선이 빠질 날이 없었습니다. 이모부는 가자미, 도루묵, 대하가 담긴  나무상자를 통째로 들고 오신 날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생선구경 못하던 산골출신에게는 온갖 생선을 맛본 건 행운이었습니다. '감포 이모부' 덕분이었지요. 이렇듯 어릴 때 감포와 맺은 정겨운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모습
▲ 송대말 등대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모습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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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라 부르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감은사가 있는 포구'라 하여 감은포라 부르다가, 음이 축약되어 감포라고 부른 것입니다. 죽어서도 용(龍)이 되어 동해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긴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감포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 혼'이 깃든 아름다운 감포항

또한, 감포는 석굴암과 깊은 연관도 있습니다. 석굴 본존불은 동해를 향해 바라보는데, 그 지점이 바로 감포입니다. 석굴을 만든 선조들은 본존불의 시선을 음력으로 새해 첫날 격인 동짓날 해뜨는 곳과 맞추었는데, 그곳이 감포입니다.    

그런 역사와 인연이 깊은 것일까요? 감포항은 해돋이 감상 장소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새해 첫날에는 달빛어린 밤바다 정취와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하는 이들로 북적입니다. 특히, 항구 북단 언덕인 송대말(松臺末)은 일출명소로 유명합니다. 송대말은 글자 그대로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입니다

송대발 솔숲사이로 보이는 등대
▲ 송대말 등대 송대발 솔숲사이로 보이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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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송대말은 김씨 가문 선산이기에 지금까지 소나무 숲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수백 년동안 바닷바람에 맛선 소나무숲은 쉼터 역할은 물론 멋진 풍광을 뽐내고 있습니다. 송대말(松臺末)에는 망망대해를 지키는 등대가 자리잡고 있어, 바다운치가 더 빼어난 듯 합니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고 바위들이 많아 해산물이 풍부하며 참전복이 많이 잡히는 걸로 유명
▲ 갯바위와 등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고 바위들이 많아 해산물이 풍부하며 참전복이 많이 잡히는 걸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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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말 인근 바다에는 암초들이 길게 뻗어 있어, 바다와 어우러진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그러나 암초들로 인해 선박들의 해난사고가 빈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암초들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1933년 2월 감포어업협동조합에서 등간(燈竿)을 설치했고  감포항 이용선박이 점차 늘어나면서 송대말(松臺末)에 1955년 6월30일 무인등대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송대말에 있는 옛 등대
▲ 옛 등대 송대말에 있는 옛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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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육지표시 기능의 필요성이 제기돼 1964년 12월20일 기존 등탑에 대형 등명기를 설치해 광력을 증강하고 유인등대로 전환했다 합니다. 원래 등탑은 백색의 원형이었으나 지난 2001년 12월 등대를 종합정비하면서 신라시대를 대표하면서 문무왕의 은혜를 기리는 의미를 지닌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건립했습니다.

송대말 등대,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모습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은 엄마품으로 돌아오는 아이처럼 무척 정겨운 장면
▲ 감포항으로 들어오는 배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은 엄마품으로 돌아오는 아이처럼 무척 정겨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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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말에 올라서면 감포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솔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보노라면 왠지 가슴이 후련해져 옴을 느낍니다. 등대 옆 갯바위에 올라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항구로 들어오는 선박은 엄마품으로 돌아오는 아이처럼 보입니다. 무척 정겨운 장면입니다.

송대말 풍광은 대낮에도 연인들의 은밀한 공간으로도 제격인 듯 합니다. 달빛서린 밤바다는 더욱 좋을 듯 합니다. 밤바다가 내뿜는 기운이 온몸에 스며들어 야릇한 상념이 들겠다는 상상도 합니다. 벗들과 밤을 지새우며 황홀한 일출도 보고플 때 다시 찾고픈 맘이 드는 까닭입니다.  

송대말에서 감포항 반대편으로 본 풍광
 송대말에서 감포항 반대편으로 본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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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일만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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