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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40개 역사ㆍ교육단체로 구성된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방문해서 '부당한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지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 40개 역사ㆍ교육단체로 구성된 '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지난해 12월9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방문해서 '부당한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지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권우성

지난 4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발표했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수구의 시각에서(저들에게 보수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우리의 역사를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미디어법 관련 소동과 전교조에 대한 유례없는 탄압, 그리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 온 역사교과서의 수정 문제 등이 일어난 이유는 전부 한 가지 이유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정권의 재창출이다. 그렇다면 정권의 재창출과 역사교과서가 무슨 관련이 있기에, 저들이 이렇게 역사교과서에 집착을 하는지, 지방 한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나라당과 수구 세력들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10년을 잃어버리게 된 가장 큰 이유로 20~30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한나라당 정서를 꼽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 20~30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한나라당 정서가 무엇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할까?

지금까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밀려난 후 굉장히 서민적으로 보이려 노력했고 많은 시민사회단체에 다가가려고도 노력했다. 하지만 유독 전교조에만은 대립각을 세워 맹렬히 공격했던 것만 봐도 저들이 교육에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들은 김대중 정부 들어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세력이 커지면서 학교 교실에서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념 교육이 되고, 그로인해 젊은 층의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역사교과서를 공격하는 이유

이렇듯 그들은 자신들을 이념 교육의 피해자라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다시 예전으로 바꾸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 중 바로 하나가 이 역사 교과서 문제다. 지난해 말 서울을 중심으로 벌어진 고등학교에서의 이상한 근현대사 강연이나, 같은 시기 금성출판사가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나서 집필진 등에게 고발당한 사건 등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역사 교육'에 집착하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게 됐으니, 그럼 근현대사와 역사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분단을 겪으며 많은 모순을 안게 된다. 특히 해방 이후 남한은 친일파를 청산하는 데 실패했고, 오늘날까지도 친일파의 후손들이 정치계, 교육계는 물론 사회 곳곳의 요직에 진출해 있는 실정이다. 친일파들은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세탁하기 위해 반공을 강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분단은 더욱 더 고착화 된다. 물론, 분단과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반드시 친일파 청산 부재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7차 교육과정(1997년 확정 고시)이 시행되면서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과목이 독립하게 되었고, 그동안 진도 등의 문제로 11월이나 12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충대충 넘어가던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근현대사 과목을 따로 떼어내 배우다 보니 해방이후 우리 현대사의 실체에 대해 학생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곧 많은 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난해 이명박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촛불시위의 중심에 유독 중고생들이 많았던 것에 대해서도 아마도 저들은 이러한 교육의 문제로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저들은 전부터 조금씩 문제로 제기해 왔던 역사 교과서를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익'을 위해선 역사왜곡도 서슴치 말라는 건가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자유교육연합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금성출판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좌북친경 역사교과서 출판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자유교육연합과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지난해 1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금성출판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좌북친경 역사교과서 출판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역사 교과서 파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정말 현재 역사 교과서들이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근현대사 같은 경우 사실 그대로만 가르쳐도 국가보안법에 걸릴 소지가 많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하신 한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의 근현대사 자체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저들은 교과서를 핑계로 자신들의 입맛대로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우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부분에서 '대한민국 수립 이후 이승만 정부가 친일파 청산에 노력했'다고 서술한 부분이 있다. 물론 이승만 정부 시절에 '반민족행위를 위한 특별 조사 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설립됐고 그에 따라 친일파를 색출하고 처벌하려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민특위의 활동은 단지 이승만 정부 시절에 일어난 일일 뿐이고, 오히려 이승만 정부는 반민특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그들을 체포하여 반민특위가 해체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시기 대한민국의 군인과 경찰에 일제시대 일경과 일본군, 또는 만주군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이승만 정부 당시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겸임했던 이범석과 내무부 장관이었던 조병옥의 주장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친일파 청산을 방해했던 이승만 정부가 어떻게 친일파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친일파들을 정부 요직에 등용하며 '지금은 친일보다 반공이 우선이다'라고 했던 사람이 이승만 아니던가.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부 집필 기준안은 '대한민국이 쟁취한 민주주의는 경제발전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서술하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4·19혁명은 당시 미국 원조가 줄어든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났고, 80년에 일어난 5·18민주화운동도 당시 경제가 10·26사태를 전후해 하강곡선을 이루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딱 두 가지 상황만 연결 해봐도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엮기는 힘들다. 때문에 경제발전 이후에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역사적 사실이 다름에도 자신들의 논리에 맞추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 뿐이다.

진정한 역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사랑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2008년 8월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건국60주년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과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사랑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2008년 8월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건국60주년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과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교과부에서 내려 보낸 이번 집필 기준안 내용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과 과에 대해 서술하라는 대목이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기존 역사 교과서에도 공과 과 중 오히려 공이 많이 기술돼 있다고 느꼈었는데, 그것을 더욱 강조하라니…. 이것은 저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국부 이승만'과 '조국 근대화의 기수, 박정희'를 더욱 더 미화하고 찬양하라는 압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일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역사의 아픈 한 단면인 제주 4·3항쟁과 여수순천항쟁에 관한 부분이 기준안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것을 '쓰지말라'고 해석할 수도 없지만, 근현대사에서 비교적 비중이 큰 두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기술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조국의 분단을 반대하는 민중들의 정당한 요구와 운동들을 교과서에 서술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역사 발전의 원동력을 민중이 아닌 소수 지배층으로만 보려는 저들의 저의가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다름이다.

결론을 내보면, 이번 교과부 기준안의 중심엔 교과서 포럼을 중심으로 뉴라이트 계열에서 끊임 없이 주장해온 '대한민국 기틀은 일제시대에 이미 잡히기 시작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이승만, 박정희 우상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이다. 하지만 이번 집필 기준안을 보면, 새로운 교육과정이 정말 자율성이 보장되는 교육과정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잃어버린 10년'이 교육 때문인 듯 이야기하며 전교조를 때려잡고,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무조건 미화하려고만 하는 저들의 이런 모습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김종민 기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입니다.



#교과부#역사교과서#집필기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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