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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이리 내려와. 언제 거기까지 올라 간 거야? 얼른 내려와"라고 소리 질러보지만 앵무새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꼼짝하지 않고 나만 쳐다본다. 난 긴 막대를 가지고 코코와 모모를 건드렸다. 그제야 앵무새들이 '후다닥 후다닥' 날개짓을 하면서 난다. 얼른 잡아 집에 넣어 놓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잠시 부엌 일을 하고 새집 앞에 가보니깐 두 마리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난 '얘네들이 어디를 갔지? 창문에는 모두 방충망이 되었지만 좀처럼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위에서 찍~~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창문 꼭대기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놀란 마음에 안심도 되었고 약도 올랐다.

 

지난 금요일 딸아이가 휴가를 떠나면서 우리집에 맡기고 간 앵무새 코코와 모모와의 4박5일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모모와 코코는 야생이 아니고 애완앵무새라 조금은 순하고 사람하고 아주 친하다. 일단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 듯했다. 새장 문을 열어 주면 밖에 나오는 것을 무척 좋아 한다. 밖에서 놀다 새집에 넣고 문을 잠가 놓으면(문을 안 잠그면 지들이 열고도 나오니깐) "찍찍~~~ 찍찌~~~ "하며 난리가 난다. 아마도 다시 나오고 싶다는 뜻이려니 생각하고 있다.

 

 

마침 휴가인 아들도 앵무새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엄마 새가 집에 있으니깐 진짜 좋은데"한다. "그러게 좋다. 얘기거리도 많아지고. 그런데  너 초등학교 4학년 땐가 너 때문에 앵무새, 잉꼬, 십자매들 키웠던 생각 안 나니?" 물으니 "나지" 한다.

 

아들아이가 4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아이 손에는 박카스박스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서는 새소리가 나면서. 난 "이게 웬 거야?하고 물었다. 아들아이는 "내가 새집 앞에서 새들을 한참 보고 있으니깐 주인 아저씨가 새가 그렇게 예쁘니?하고 묻더니 아저씨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이 새들을 줬어. 털갈이 하느라고 털이 많이 빠졌지만 괜찮다고 하면서"한다.

 

새장도 없었고, 새의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너무나 난감했다. 나와 아들은 그 새집에 가서 새장도 사고 먹이, 새에 대한 설명 등을 듣고 집에 돌아왔다. 그때도 온식구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새장 앞에서 떠날 줄을 몰라했었다. 그후로 새기르기에 취미를 붙여 잉꼬, 십자매들을 사서 오랫동안 기르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약간 개구장이 기질이 있는 아들은 새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새들을 손에 올려놓고 오랫동안 함께 놀았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아들 이젠 그만 놀아. 그러다 병나면 어떻게 해?"하니 그제야 새집에 넣어 준다. 그래서인가 밖에 맛을 들인 새들이 자꾸만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미처 새장문을 안 잠가 놓았더니 어느 틈엔가 거실바닥까지 나와서 놀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밤에 불을 끄면 새들도 자는 시간인 줄 아는 것 같았다. 하루종일 지지배배 조용 할 시간이 없다가도 깜깜해지면 조용해진다. 무엇을 하나 보니깐 둥지 안에서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인기척이 없으면 조용하다. 그러다 새집 앞에 가서 "코코 모모 잘잤어?"하고 물으면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이 "찍찍 찌지찍~~~ "하면서 시끄러운  일상이 시작된다.

 

새들도 말이 통하는 듯했다. 첫날 창문 꼭대기까지 올라가 나를 놀라게 했던 녀석들에게 "또 거기 올라가면 다시는 밖에 못 나오게 한다"했었다. 그런데 그말을 알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그 후로는 그위는 다시는 올라가지 않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언젠가 손자 우진이를 반갑게 해주려고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어서도, 학교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바로 가서 기다렸다. 녀석이 문을 여는 소리가 나기에 장난기가 발동을 한 난 화장실에 숨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앵무새들이 반갑다는 듯이 "찍 찍 찌 찌 찍~~~ "하며 아주 큰소리를 내며 좋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깐 손자는 "응 알았어. 형아 학교 잘 갔다 왔어"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아무도 없으면 새집 앞에 가서 책도 읽고 새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단다.

 

아무도 없는 집에 동물이 있어 들어 오는 사람을 반기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를 새삼 실감한 것이다. 요즘 우리 집도 그렇다. 남편도 나도, 아들도 외출했다 돌아 오면 앵무새들의 반응에 우리들도 함께 반응하면서 반긴다. 우리 식구 모두 새를 키우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조만간 우리 집에도 새식구가 들어 올 것만같다.

 

"코코와 모모야 건강하게 잘 있다가 너희집에 가거라!"


태그:#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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