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이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외부일정을 미리 보도했다가 기사를 급히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외부일정을 미리 보도하는 언론사는 '출입 정지' 등의 징계를 받곤 했다.
조선닷컴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 10시 35분에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 예정>이라는 제목의 속보를 올렸다.
이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를 마친 후 참모들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세브란스병원에 들렀는데,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병원 도착 예정시간인 10시35분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어놓은 상태였다.
조선닷컴은 10여분 뒤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상당수 독자들이 이를 통해 대통령이 병원을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것은 언론계의 불문율이다. 대통령이 외부 일정이 잡히면 청와대 경호처는 대통령의 동선을 샅샅이 확인하고, 행사 장소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샅샅이 검색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청와대로서는 그만큼 대통령의 동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통령의 외부행사 일정을 사전에 보도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징계조치를 받기도 했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노 대통령의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참석' 일정을 보도한 문화일보와 '광주 방문' 일정을 보도한 전남일보, '프로야구 개막식 참석' 일정을 보도한 일간스포츠 출입기자에 대해 각각 3개월씩 춘추관 출입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일정 보도를 '보도약속 파기'라 주장하고 기자들은 "권위주의적인 행태다", "징계수위가 과도하다"고 반발했지만, 권력의 명멸과 상관없이 대다수 언론사들이 대통령의 외부일정에 대해서는 엠바고를 비교적 잘 지켜왔다.
대통령의 외부일정을 보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이 대통령의 실언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와 <코리아타임스> 기자에게 1~2개월 출입정지 조치를 내린 일이 있다.
청와대가 조선닷컴의 대통령 외부일정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을 취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서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