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벽 2시 무렵 김해성 목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니 이 새벽에 전화를 하다니!' 다른 전화였으면 짜증부터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과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시도 때도 없는 발생하는 외국인노동자 사건에 밤낮 없이 출동해야 하는 김 목사였기에 짜증은커녕 '또 무슨 사건이지?'라는 염려부터 들었다.
다행히 사건발생은 아니었다.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방문했다가 감동적인 사연을 듣고 시간 불문하고 제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가 대표로 있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자원봉사 의사였던 김진용(41·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부친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소천(召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인은 해외 독립운동의 심장이었던 중국 동북3성 및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동포들의 권익보호와 윤동주 시인 생가복원 등에 헌신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의 제보에 적극 응한 이유는 있다. 예수쟁이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예수 얼굴에 먹칠하는 목불인견의 형국에서 '생명나눔'과 '이웃사랑'의 일생으로 참 그리스도인의 '본'을 보여준 고인의 사연을 세상에 알려 '개독교'로 만신창이가 된 예수의 부끄러움을 일부라도 덜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선 인재양성, 죽어선 장기기증 실천한 고 김성규 장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내 계명이다.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명령하는 것을 너희가 실천하면 너희는 바로 내 친구이다."(요한복음 15장12절~14절)
인자(人子) 예수가 남기고 간 가르침이다. 지난달 26일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고(故) 김성규(73·동진산업기술 명예회장) 장로가 신장, 간, 안구 등의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구한 뒤 생을 마쳤다. 예수 가르침에 충직했던 그리스도인의 인생 마감이었다.
고인은 나눔 정신을 실천한 그리스도인이었다. 사업 부채가 있었음에도 3억 원의 장학기금을 대학교에 기탁하면서 8명의 박사가 배출되도록 했고 7명은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공부 중이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으니 고인이 뿌린 인재육성의 밀알은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 틀림없다.
고인은 불의와 타협을 거부한 의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대구사범 4회 졸업생인 고인은 포항 구룡포초등학교에서 1년간의 교사생활을 끝으로 교직을 떠났다고 가족들은 밝혔는데 그 이유는 "교장의 학교자금 횡령사건을 목격하고 이에 항의하다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다"는 것이다.
고인은 민족주의자였다. 청년시절 <백범일지>를 읽은 뒤 김구 선생을 평생 존경한 고인은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고인은 특히 동북3성(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과 중앙아시아 해외동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명동교회를 복원하는 등의 일을 묵묵히 해왔다.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은 조사에서 "한민족의 진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뜻을 세운 고인은 20년 세월을 동북3성과 카자흐스탄 등을 누비면서 민족의 앞날을 고심했다"면서 "고인은 독립운동의 요람인 명동촌(明東村)의 명동교회와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거금을 조달하는 수완을 발휘하면서도 결코 생색내지 않았다"고 일화를 밝혔다.
조말수(전 포항제철 사장) 사랑의교회 장로는 고(故) 김성규 장로의 인생을 페스탈로치의 묘비명에 빗대어 이렇게 평가했다.
"김 장로님은 남을 도울 때는 힘닿는 대로 도왔고, 도우고 나서는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학 같이 사시다 가신 분'입니다. 고인은 페스탈로치의 묘비명처럼 '그는 남을 위해 살았고, 자기를 위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참 신앙인이었습니다."하나님께 초점 맞춘다는 이명박 장로... 신학자들 '장로로 간주할 수 없다!'
김성규 장로를 취재하면서 또 다른 장로가 떠올랐다. 김 장로와 같은 포항 출신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3년 4개월간 매 주일마다 새벽 주차 봉사를 통해 장로에 선출된 명박 장로 또한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가르침대로 순종하며 살겠다고 맹세한 그리스도인이다.
이명박 장로는 신앙의 힘으로 고난을 딛고 최고 권력자가 된 입지전적인 신앙인이다. 학비를 직접 벌어야 할 만큼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이명박 장로, 이 장로의 어머니인 채태원 집사는 가난한 살림으로 7남매를 키우는 동안에도 새벽예배를 하루고 거르지 않을 정도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기도로 자란 자녀는 실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눈물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이 장로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30대 젊은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이 된 '신화'의 주인공이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엔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숱한 반대를 물리치고 '청계천 복원'의 신화를 일구었고, 대통령선거에선 'BBK' 의혹에도 불구하고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 장로는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장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 일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언사가 현재도 유효하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진노를 살 궤계(詭計)일 뿐이다.
'고소영'-'강부자' 정권으로 출발한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언론탄압・민중탄압・종교탄압・남북대결・서민경제 파탄의 주범이요, 검찰・경찰이 아니면 정권유지가 안 될 정도로 패악한 권력자로 전락했다. 이승만, 김영삼 장로에 이어 세 번째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정권 또한 하나님 심판에 앞서 국민에게 심판 받는 일이 불가피하게 됐다.
개신교계에선 이명박 장로를 치리(治理・교리에 불복하거나 불법한 자를 책벌하는 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물론 '소망교회'와 '한기총' 등의 친위 세력은 하나님의 진노와 국민의 분노를 외면한 채 이러한 목소리를 '좌파세력'의 준동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황영철(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등 6명의 신학자가 지난 5월 29일 발표한 시국선언의 일부이다.
"하나님보다 재물을 섬기는 가치관을 가지고 거짓과 약속 위반으로 정국을 운영함으로써 세상 사람에게마저 지탄의 대상이 되어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기독교의 전도에 심한 해악을 입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더 이상 기독교회의 장로로 간주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스스로 장로 직을 포기하고 겸손히 주의 말씀 앞에 회개하고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며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본받아 원수에게까지 관용과 긍휼을 베풀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이명박 장로님, 그날은 도둑처럼 찾아옵니다!
포항 출신 두 장로는 사실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이명박 장로는 국가 원수의 권좌까지 차지한 신화의 주인공인 반면 고(故) 김성규 장로는 중소기업의 임원을 지냈을 뿐이다. 또 이 장로는 7만 성도를 자랑하는 '소망교회' 장로이지만 김 장로는 100명 안팎의 작은 교회인 '반포침례교회' 장로이다.
이 장로는 재산 331억 원으로 청계재단을 만들어 퇴임 이후를 도모하고 있지만 이 장로는 3억 원의 장학금 기탁으로 인재양성을 도모했을 뿐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았다.
하나님 앞에서 두 장로는 비교할 수가 없다.
'장로'(長老)란 '교회를 감독하고 성도를 돌보는 직분'이다. 성경은 '장로의 자격'을 성결하고, 책망할 것이 없고, 절제할 줄 알고, 분별력이 있고, 단정한 자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교회에서 존경받는 자가 되어야 했는데 포항 출신 두 장로는 과연 그러했는가?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 놓은 김성규 장로는 예수의 친구가 되어 천국복락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장로가 내 놓은 것은 '자기 목숨'이나 '이웃 사랑' 아니라 '부자감세'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드는 카드이며, 꼼수로 대운하를 추진하면서 금수강산을 초토화시키는 불도저 삽질이다.
이명박 장로가 원하든 원치 않든지 간에 그날은 도적처럼 찾아올 것이다. 하나님 심판대 앞에 설 때 이명박 장로의 죄목은 열거하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다는 것을 뻔히 아시는 예수께서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요한계시록 2장5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