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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산나이 문화유산지역을 시작하는 '신쿄'다리. 건너는데만 3백엔이다.
 닛코산나이 문화유산지역을 시작하는 '신쿄'다리. 건너는데만 3백엔이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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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맞이해 동경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동경은 비싼 교통비의 지옥으로 유명할 정도로 교통비는 한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쌉니다. 게다가 철도회사들끼리 환승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의 1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새로 지불해야하는 불편함까지 가중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역시 동경은 일본의 수도답게 수많은 인파와 유명백화점, 그리고 공원과 신사가 어우러져 있는 관광지임에 틀림 없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는 동경시내를 제외시켰습니다. 일정이 짧기도 했고 굳이 대도시 빌딩을 일본까지 가서 볼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일본다운곳을 찾아가자"는 목적으로 '닛코'지역을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닛코'는 동경시내로부터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로 자동차로 약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부산과 대전 정도라고 볼 수 있겠군요.

아무튼 '닛코'는 일본에서도 가장 일본스러운 지역으로 유명하며 속담에도 "닛코를 보기 전에는 겟코(結構:훌륭함)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닛코에 대해서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일본 여행객들의 후기가 넘쳐나므로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만 대략 설명을 드리자면 삼각형 모양의 관광지인데, 출발지를 '토부닛코역'으로 하고 좌측에는 '산나이'가 있고, 우측으로는 '기누가와'가 있습니다.

닛코산나이에 있는 린노지와 도쇼구 입구. 수령이 수 백년 넘는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닛코산나이에 있는 린노지와 도쇼구 입구. 수령이 수 백년 넘는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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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쇼구 입구에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기념촬영을 했다.
 도쇼구 입구에는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기념촬영을 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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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이'는 버스로 10분이면 도착하는데 도쇼궁, 후타라산 진자, 주젠지 호수 등의 세계문화유산지역이 있습니다. 한 지역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고 하는군요.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낙엽이 지는 가을이나, 벚꽃이 피는 봄에는 더욱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름도 아름답습니다.

또 다른 지역인 '기누가와'지역은 '토부닛코 역'에서 우측으로 약 20분 정도 열차를 타고 들어가는데, 이 곳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리고 '토부월드스퀘어'와 '에도무라'가 주요 볼거리에 들어갑니다.

'닛코에도무라'는 그야말로 '에도'시대의 마을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곳으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검은 복장을 한 닌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거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등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국민속촌'과 같은 곳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군요.

이벤트 강국 일본, 관광객 발걸음 붙잡는 능력 있다

산나이를 나와 닛코역에서 열차를 타고 '기누가와'로 와서 '에도무라'행 버스를 타고 20분을 오면 이 곳 '에도무라'가 나온다. 마을 전체가 에도시대를 그대로 재연해 놨다.
 산나이를 나와 닛코역에서 열차를 타고 '기누가와'로 와서 '에도무라'행 버스를 타고 20분을 오면 이 곳 '에도무라'가 나온다. 마을 전체가 에도시대를 그대로 재연해 놨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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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몇 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항상 느낀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이번에 방문했던 '닛코'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 사람 심리를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교묘하게 물건을 팔거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관광지를 가든 '코인락커'가 설치 돼 있습니다. 200엔이나 300엔 정도의 동전을 넣고 짐을 보관하게 하는데, 매표소 입구에는 어김없이 설치돼 있어서 베낭이나 가방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그리고 들어서면 '에도'시대의 복장을 직접 빌려 입을 수 있는 코너가 입구에 있습니다. 기모노와 닌자복장 등을 관광객들이 빌려 입고 그 일대를 둘러보게 합니다. 다른 관광객들에게는 그 자체가 '포토 포커스'가 됩니다. 함께 사진도 찍고 서로 찍어주기도 합니다. 대여료도 1천 엔 이상으로 비싸지만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국민속촌'에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에도무라에서 유명한 연못인데 물고기 먹이를 사서 던져주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달려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에도무라에서 유명한 연못인데 물고기 먹이를 사서 던져주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달려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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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잘 맞추면 전통문화공연도 볼 수 있다. 중앙에 있는 사람은 즉석에서 선발된 관광객이다.
 시간을 잘 맞추면 전통문화공연도 볼 수 있다. 중앙에 있는 사람은 즉석에서 선발된 관광객이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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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각종 '이벤트'가 매 시간마다 펼쳐집니다. 마을 지붕을 닌자가 날아다니거나, 과거 '게이샤'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공연도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옛날 전통결혼식 장면을 재연하는 관광지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곳 '에도무라'의 입장료는 4천5백 엔 정도로 매우 비싼 편입니다. 그러나 들어가서 쓰는 돈이 더 많을 정도로 온갖 '이벤트'로 치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념품'가게도 있습니다만, 그 밖에도 각종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면서 부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짜가 아니라도 관광객은 모인다"

에도무라를 나와 기누가와 역 방향 버스를 타면 중간에 '월드스퀘어'가 나온다. 세계 유명 건축물들을 그대로 재연해 놨다.
 에도무라를 나와 기누가와 역 방향 버스를 타면 중간에 '월드스퀘어'가 나온다. 세계 유명 건축물들을 그대로 재연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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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의 축소모형, 사람들까지 모형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다.
 도쿄돔의 축소모형, 사람들까지 모형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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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누가와지역에는 '에도무라'외에 '토부 월드스퀘어'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 제주도의 '소인국 테마파크'를 연상하게 되는 곳입니다. 전 세계 20여 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 104점을 1/25로 축소 제작해 둔 곳입니다. 제주도와 비교했을때 보다 세밀함과 현장감등에서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건축물 뿐 아니라 전체적인 구도에서도 실축을 잘 재연해 놓아서 서로 크기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마치 "진짜를 만들 수 없다면 축소라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듯 합니다. 그야말로 일본인들의 '영업수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또 축소품들이라지만 마치 예술조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정밀함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곳입니다.

기누가와역 광장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족욕'사우나 시설, 무료다.
 기누가와역 광장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족욕'사우나 시설,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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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퀘어에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모형을 만들어 놨다. 여기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월드스퀘어에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모형을 만들어 놨다. 여기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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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공항과 동경역, 무역센터와 에펠탑, 피라미드와 버킹검궁, 만리장성과 타지마할 등 현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정밀함과 정교한 솜씨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어쩌면 한 자리에서 전 세계의 주요 관광지를 다 둘러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물과 거의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한국 관광산업, 이제는 '컨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관광적인 측면에서 단순비교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길거리와 뒷산, 가게와 사찰 등 어느것 하나 특색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특색이 있습니다. 물론 동경시내나 오사카 시내 등에 들어선 빌딩들은 뉴욕이나 멘하탄이 훨씬 아름답겠지만, 그것들을 제외한 순수 '일본색'은 그 어느지역을 가더라도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일본인들의 '전통 = 돈'이라는 공식이 스며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 = 불편'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종이와 연필을 일상 속에서 사용하고, 우리나라 70년대 사용하던 '소금치약'을 아직도 팔고 있습니다. 5대째 물려받은 우동가게를 6대째 아들에게 물려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야말로 '생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나라답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래서 일본은 신주쿠든 우에노든 후쿠오카나 나고야, 오사카 등 어디를 가든 일본 고유의 '멋과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바로 그런 일본의 '멋과 맛'에 매료되는 것이겠지요. 

지역 전통의 특성을 살리는 관광이 대안이다

닛코 에도무라와 월드스퀘어는 '닛코'만의 특성입니다. 에도시대에 닌자들의 마을이었고, 지역이 통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닛코'이기에 가능한 '월드스퀘어'테마파크였습니다. 일본이 관광대국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관광대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동경, 요코하마, 삿포로 등 어느 곳을 가든지 그 곳에는 '일본'의 전통이 있습니다.

영광스런 역사 뿐 아니라 수치스런 역사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해 지금은 돈벌이를 하고 있는 영악한 일본입니다. 배가 아프지만 부럽습니다.

얼마 전 이 참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됐습니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한국관광의 현실을 타개할 목적으로 임명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MB정부의 최고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부산을 방문해서 "광안리 바다에 수상카페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부산처럼 멋진 해안을 가진 도시가 없지만 지금까지 해수욕장과 횟집, 그리고 모텔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돈벌이도 못하는" 정책으로 방치했습니다. 해수욕장으로 따지면 차라리 동해안이 물이 맑고, 횟집으로 따져도 동해가 더 낫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도시와 해변이라는 '테마'가 있습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시가 부산 외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술집과 횟집 밖에 없지만, 이 참 사장의 말처럼 수상카페나 수상라이브무대 등을 만들어 바다와 도시의 어울림을 이용한다면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산은 아귀찜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아귀 생태공원이나 아귀박물관은 없습니다. 그저 '특산물'로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일본의 어느 지역이 '아귀찜'으로 유명하다면, 그들은 지역 전체를 '아귀 특성화 마을'로 꾸밀 게 틀림 없습니다. 그걸 가만 두고 볼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와쿠다니산에서 흘러나오는 유황물을 이용해 '검은 계란'을 만들어 내고 그것 하나 먹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해적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코스를 '케이블카'로 연결해서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들에 공원, 미술관, 온천 등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작은 마을 '닛코'가 보여준 관광객 유치비결은 '컨텐츠'와 '정책'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일본여행기(2)는 '계란 하나로 먹고사는 하코네'를 소개합니다.



태그:#일본여행, #일본, #동경, #닛코, #월드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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