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 '반MB연대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반MB연대의 필요성에서 불구하고 비판론이 계속 나오는 핵심적인 이유는 반MB연대가 과거의 '민주대연합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라는 낡은 구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많다.
12일 진보신당에서 주최한 '반MB연대,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서 반MB연대를 검토하고 전망했다.
"이명박 정부-신민주연합론은 동일한 과거의 시간대에 서 있어"
주제발표자로 나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반민주세력은 오래 전부터 '반민주'라는 역사의 문신을 지우고 '밥을 먹여줄 수 있는 보수'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반면 민주세력은 정치적 우월감에 갇혀 '민주 대 반민주'라는 낡은 대립구도로 '반민주'를 제압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하지만 이미 대중의 눈에는 민주 대 반민주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며, 민주를 자칭하는 개혁, 진보세력은 지난 10년간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 장본인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 대표는 "사회경제민주주의가 덜 발육한 기형적 민주주의가 MB정부의 출현을 낳았다면, 이제 대안은 사회경제민주주의를 충실히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나 (신)민주대연합론은 철지난 상품을 낡은 포장지에 싸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현재의 반MB연대 언저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가치와 지향이 있다면, 그것은 6월항쟁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신)민주연합론"이라며 "이런 논의에 비어있는 것은 사회경제민주주의가 압살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광범한 (신)민주연합론은 이러한 성찰 없이 다시 한번 정치민주주의를 배타적으로 강조하며 약탈투기연합과 맞설 사회경제민주주의를 다시금 관심권 밖으로 밀어넣는다"며 "적어도 이렇게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진전을 관심에서 비껴가게 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와 (신)민주연합론이 동일한 과거의 시간대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 대표는 "민주 대 반민주식 구도로 회귀하는 식의 반MB연대는 승리할 수 없다"며 "새로운 대안 비전 아래서 정치세력과 그 지지기반 자체를 재편하는 '반MB대안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반MB대안연대'는 기존의 정치적 민주연합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민주화연합"이라며 이 '사회경제민주화연합'에 '민들레연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특히 노 대표는 브라질 룰라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대비시킨 뒤 "반파쇼 민주화의 한 주역이었던 노동자당은 정치민주화의 열기를 노동자 서민의 권리를 확대하는 사회경제민주화의 열망으로 이어갔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김대중·노무현의 단순반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식의 룰라정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반대는 이명박-노무현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이후 확산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악마화'와 '노무현 신화' 담론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대근 에디터는 "이명박 정권의 성격을 파시즘, 독재로 규정하며 이명박 정권을 악마화하는 것은 한국의 사회정치적 문제가 이명박 정권의 타도로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의 유포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는 독재, 반민주세력을 반대하고 축출하는 것으로 한국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20년 전 담론의 복귀이자 한국 민주주의 과제를 2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민주화 이후 과제를 놓고 성찰하고 고뇌해왔던 한국사회의 고민 수준을 낮추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에디터는 "이명박 정권의 악마화는 이명박 정권은 시대적응력을 상실한 무능한 보수정권이라는 본질을 은폐하고, 그에 따라 반대세력이 올바로 반대할 수 있는 길을 방해한다"며 "이명박 정권의 악마화는 자칫 지난 10년 정권의 복권과 미화라는 퇴영적인 정치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명박 반대는 이명박을 넘어, 노무현을 넘어 더 많은 민주주의, 혹은 민주주의 심화, 민주화 20년의 성과와 한계를 넘는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은 시민들에게 노무현도 이명박도 아닌 대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에디터는 "노무현의 현실적 실패에는 눈을 감고 그가 실현하지 못한, 실현할 엄두도 내지 않은 막연한 노무현 구상을 기준으로 노무현을 평가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며 "5년의 집권 결과에 대해서가 아니라 퇴임 이후 정치평론가로서 노무현이 구상한 국가구상으로 노무현 정권을 평가하는 것은 하나의 추모행위이지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반대는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며 "노무현이 이명박을 불러냈다는 점에서 이명박 반대는 노무현-이명박 반대이자 노무현-이명박을 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